10여년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회사를 만든지 불과 10년. 박현주 회장이 사실상 한국 자본시장을 완전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그는 금융권 샐러리맨의 우상이다. 너도 나도 그의 성공스토리에 주목한다. 잘 나가던 대기업도 줄줄이 나자빠지던 IMF시절 소규모 금융회사를 차려 탄탄대로를 달렸고 지금 최고가 된 박현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존경심을 갖고 벤치마킹을 시도한다.
증권가에서, 자산운용가에서 가장 가고 싶은 직장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미래에셋을 꼽는다. 그 때문인지 이제 미래에셋은 금융계의 사관학교라고 할 정도로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게 됐고 또 배출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박현주회장이 있다.
고도성장을 이루며 자본시장에서 신화적 인물로 자리잡은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의 시장에 대한 통찰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는 태생부터 부여받은 천부적인 기질일까.
화려한 무대 이면에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거대한 업적뒤에는 드러나지 않은 스타들의 고민과 상처가 배어있다. 그를 신화로 이끈 동인들, 최고라는 단어 이전에 그가 겪어온 행보들,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그를 지켜봤던 시장의 평판들을 들어봤다.
이번 기획은 그의 성공스토리라기 보다는 인간적인 휴먼스토리에 초점을 뒀다. 6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와 성원을 바란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던 박 회장
한국 자본시장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박현주 회장.
그의 꿈은 무엇일까.
지난 2000년 박 회장은 자신의 꿈 일단을 내보인다.
그는 당시 "한국 자본시장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되기 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 박현주 재단을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익의 사회 환원은 자선이 아니라 일상적 기업활동이 돼야 한다는 소신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은 이를 두고 "며칠 밤을 뒤척일 정도로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한국 최고의 기부자가 될 것이다"라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즉 자신의 꿈은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되기 보다는 '최고의 기부자' 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모델이고자 했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발행된 박 회장의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도 언급된 바 있다.
이에 당시 언론들도 일제히 박 회장의 과감한 '선택'을 대서특필했다. 기부 문화가 인색한 한국에도 선진국처럼 '부자가 기부하는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쑥쑥 자라나는 듯했다.
'박현주 재단' 역시 그의 이같은 의지가 반영된 산물이다. 재단은 박회장이 미래에셋증권을 창립하던 2000년 당시 설립됐다. 그간 그가 벌었던 수익의 상당규모인 75억원을 재단에 쾌척했다. 박현주 재단은 이 기금을 운용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소년소녀 가장돕기 등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재단기금 운용을 통한 연간 사업비는 3억~4억원 수준이다.
그로부터 7년이 흘러갔다.
박현주 재단은 박 회장의 '꿈'을 또박또박 충실히 실현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다만 재단 운용을 둘러싼 문제점도 하나 둘 불거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재단출범 당시 박 회장이 강조했던 거창한 꿈이나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7년째 박현주 재단 감사를 맡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지난 2000년 박현주 재단 설립후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박현주 재단은 매우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박회장이나 미래에셋으로부터의 어떠한 간섭도 없다. 조만간 30억원을 추가 기증하겠다는 이야기를 박 회장으로부터 들었다"며 재단운영의 독립성과 투명성, 추가 출자 비전까지 소상히 전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박 회장의 '추가 기부'에 대한 얘기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사실 박 회장 개인의 자산은 셈이 어려울만큼 지난 2000년 당시에 비해 막대한 규모로 늘어났을 것이란 게 시장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추정이다. 주변 지인들은 박 회장이 조 단위 재산을 갖고 있을 것이란 추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 개인 자산 뿐 아니라 그가 이끄는 금융회사들의 자산 역시 비약적으로 불어났다. 미래에셋그룹은 최초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발해 창업 10년만에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이 50조원에 달하고 증권과 생보사까지 합 쳐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80조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단 기부금은 설립 당시 75억원에서 변함이 없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던 7년전 박 회장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일까.
더욱이 현재 박현주 재단은 애초 미래에셋의 불간섭 약속과는 달리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이 전권을 행사하며 관리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은 현재 미래에셋그룹내 사회공헌실이 전적으로 맡아 관리하고 있으며, 운용 또한 미래에셋이 담당하고 있다. 재단 이사진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미래에셋그룹 소속 직원으로 확인됐다.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 이사회는 매년 1월 정기적으로 열리지만 이사진간의 연초 신년인사와 함께 큰 틀의 의사결정만 내릴 뿐 모든 실무와 운용은 사회공헌실 소관.
박현주 재단의 이사로 등재된 한 관계자는 "일년에 한번 정도 모이고는 있지만 모든 이사진이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또 재단관련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그쪽(미래에셋)에서 담당하니 자세한 건 그쪽에 알아봐야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연간 재단 기금운용의 수익(연간 사업비) 규모에 대해서도 "모르겠다. 단지 장학금을 어디에 줄지 등에 대해서 논의하는 정도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현주 재단의 운용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재단의 기금운용 또한 미래에셋의 운용 스타일답게 상당히 진취적(?)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이는 여타 재단의 기금운용과도 차이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미래에셋그룹 사회공헌실 임원은 "재단 기금은 대부분 은행 예금 등에 예치돼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일부만 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금 운용부문에 대해선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단 업무를 보는 실무진의 답변은 달랐다.
미래에셋그룹 재단 소속의 한 실무진은 기금운용에 대해 "운용은 미래에셋에서 맡고 있다"며 "미래에셋과 일임형 투자계약을 맺고 은행의 정기예금과 수익증권에 절반씩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50%는 안전 자산에, 50%는 펀드 중심의 수익증권에 투자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 이자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때 미래에셋의 운용을 이해못할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50대 50의 운용은 다소 위험하다는 일각의 지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특히 이런 운용방식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재단운용 및 감사에 대한 업무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측도 나설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재단 기금은 보통 안전자산 투자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부동산, 은행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 들어 펀드 등에도 일부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측은 "재단의 기금운용에 대해선 법규나 규정이 명확히 있는 것이 아니다. 재단기금을 목적사업에 쓰지 않는 등의 큰 하자가 없는 한 재단이 자율적으로 하게 돼 있기 때문에 권고 정도 이상의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 최고의 기부자'를 꿈꾸는 박현주 회장.
그에게 상식과 투명성으로 운영되는 재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