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발(發) 외환재료가 한 달 만에 또 터졌다.
지난해 12월18일 1년 이하 단기자본에 대해 무이자 예치를 의무화하는 규제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전날에는 바트화 역외선물환(NDF) 거래금지 방침을 재확인시킨 것.
서울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그러니까 신흥시장 수준을 못벗어나지’하는 지적에서부터 좀더 원색적으로는 ‘연속해서 무식한 정책을 내놓는다’는 평가.
그러나 한국과 1997년 외환위기 동기(同期)인 태국이 왜 이 같은 강경조치를 내놓는지에 대한 시장의 이해는 크지 않은 모양이다.
◆ 태국 정부, 투기세력 막기 위해 자본규제 조치
태국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또 '투기세력'을 들었다. 지난달 18일 대책 발표 당시 태국 중앙은행은 "11월에 주평균 3억달러, 12월초에도 일주일에 약 10억달러의 단기 투기자금이 유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날에는 "해외투자자들이 역외시장의 바트화 공급이 부족하자 NDF 약정거래를 더 늘리는 중이고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이 같은 약정체결이 금지사항인 점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외국 단기자본의 유입을 규제하자 역외시장 쪽으로 거래가 쏠렸고 역내외 달러/바트 환율차가 3바트까지 벌어지자 역외거래 금지 규정을 더 강화시킨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난달 조치 이후 태국 시중은행 환율이 35.8바트인 반면 역외시장 환율은 33바트 정도로 떨어져 큰 격차가 발생했다"며 "NDF 환율하락이 다시 역내 환율하락을 이끄는 상황을 막기 위해 조치를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달러/바트 환율 급락, 외국인 왜 바트화 집중 사대나
그럼 왜 외국투자자들은 바트화 매입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그것도 작년 9월 쿠데타가 일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시장임에도 말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한 음모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석유 등 상품시장으로 대거 몰린 헤지펀드 자금들이 큰 재미를 못보고 지난해 썰물처럼 빠져나왔다"며 "이 가운데 일부 자금이 태국 외환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품투자 청산 시기에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했고 이를 기회로 투자에 나선 세력이 있을 것이란 게 요지다.
다만 그는 "전체 유입자금 가운데 투기자금이 얼마 만큼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니어서 심증만 있을 뿐이지 물증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달러/바트 환율은 지난 26일 32.98바트를 기록, 1997년 이후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바트화는 달러화 대비 16% 절상됐고 올 들어서도 5.7%를 기록해 2년 연속 절상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연말까지 추가 절상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태국 정부로서는 이 같은 외국자본의 유입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태국의 자본수지는 2004년까지 적자였지만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으로 2005년 흑자로 돌아섰고 2006년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바트화가 절상되고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기사는 30일 오전 9시 42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태국 수출경쟁력 약화 우려, 소규모 개방국으로 한국과 같은 고민 중
실제 태국경제가 수출에 의지하는 몫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태국의 총수출증가율은 2002년 6.12%에 불과했지만 2003년 14.22%, 2004년 20.89%, 2005년 13.76%, 2006년 15.49%(잠정치) 등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66.86%에서 2006년 75.68%로 크게 증가했다.
태국경제의 수출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2년 연속 세계 1위의 통화절상은 치명적일 수 있는 것.
작년 9월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전 총리의 경우 성장 지상주의자로 평가되지만 새로 집권한 손티 장군은 성장의 열매가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어 통화절상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실제 손티 장군은 적극적 시장개입 정책을 표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태국의 이러한 강경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현재 태국 상황은 이른바 '삼위일체(자본의 완전이동, 통화정책 독립, 환율안정)'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개방경제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태국이 최근 조치들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풍선효과처럼 한 군데를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개방도가 더 높아져 태국 상황과는 다르다”면서도 “그렇지만 태국의 NDF 규제 조치를 보면 과거 한국의 NDF 포지션 규제 상황을 충분히 연상케 할 만큼 개방과 자본유출입에 따른 고민경로를 밟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