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로 임상을 해오면서 최근 우리 사회에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많이 느끼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몇 년전에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드라마 '허준', ‘태양인 이제마’부터 최근 ‘대장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기물들의 영향을 들 수 있다.
항생제 남용 1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서양의학체계에 대한 반동이라는 측면도 있다.
또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으로 촉발된 전통의학을 향한 막연한 동경이라는 측면도 있다. 어쨌든 이런 현상은 대단히 고무적인 측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필자도 고향친구들이나 학교동창들과의 모임에 나갈 때마다 이런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우선 친구들의 인사말부터 그렇다. 그들의 첫마디는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너한테 보약 한번 먹으러 가야 하는데.”
한방치료에 대한 수많은 오해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한약 = 보약 ” 이라는 인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왜 “한약 = 치료약 ” 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까이는 감기, 몸살, 식체에서부터 멀리는 중풍, 치매, 암치료에 이르기까지 한약은 수많은 임상에서 병을 치료하고 있다.
물론 한약이 모든 질병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질병은 한약보다는 서양의학적 치료에 먼저 의존하는 것이 더 빠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양의학적 치료가 만능이지도 않음 또한 사실이다.
또한 어떤 질환은 한약이 양약과 대등하게, 어떤 질환은 양약보다 우수하게 치료를 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한방진료실에서는 ‘살찔까봐’ 한약을 먹지 못하겠다고 엄마와 다투는 10대소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약’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알려면 ‘병’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병’이란 한의학적으로 보면 ‘인체에서 기혈음양(氣血陰陽)의 균형이 깨진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것이 과로이든, 스트레스이든, 선천적인 요인이든, 뭔가에 의해서 인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항상성(恒常性)의 범위를 넘어버리면 질병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치료’란 이렇게 무너진 항상성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신체의 한열허실(寒熱虛實)에 따라 그것을 교정시켜 주는 것이 약의 일차적 목표인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해 진다. 인체의 기혈음양이 허(부족,-)해 지면 당연히 ‘보(+)약’이 필요하겠지만 실(초과,+)해지면 당연히 ‘사(-)약’이 필요할 것이다. 몸이 냉해졌다면 ‘열(熱)약’이 필요할 것이요,
몸이 뜨거워졌다면 당연히 ‘냉(冷)약’이 들어가야만 마땅한 것이다.
더욱이 수십년전만 해도 우리 사회가 영양 부족으로 허덕이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히 보약의 필요성이 높았겠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먹거리가 풍족해진 최근에는 어떤 의미에서는 ‘보약’보다는 ‘사약(瀉藥)’의 필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임상가에는 이런 치료약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은 통계상으로도 잘 드러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의사는 더 이상 ‘보약장사’가 아니다. 한약은 더 이상 ‘살찌는 약’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