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결국 위앤화 평가절상을 전격 단행했다. 이번 평가절상 조치는 그 절상 폭이 시장이나 여타 정책당국이 예상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개혁 자체의 타이밍이나 그 실질적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 했다.이 소식이 전해진 후 달러/엔은 2년반래 최대 규모로 급락했고, 美 국채가격이 폭락세를 보였다. 런던과 뉴욕의 주식시장은 이 소식이 호재이기는 했지만 당장 금융시장에 파란에 예상되면서 주춤하는 사이 런던 경찰청이 테러 위협에 따라 일부 지하철을 소개시켰다는 소식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의 증대에 따른 하락세를 보였다.한편 중국의 페그제 폐기 소식 이후 말레이시아도 그 동안 유지해 오던 달러화 페그제를 철회하고 관리변동환율제도로의 이행을 공식 발표했다.◆ 위앤 2% 평가절상, 관리변동환율제도 하 일일 변동 허용폭 0.3% 유지목요일 저녁(현지시간) 중국 런민은행은 자체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서를 통해 환율제도의 개혁을 공식 선언했다.런민은행은 자국 사회주의시장 경제의 확립 및 개선과 함께 시장이 자원배분의 역할을 완전히 수행함은 물론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관리 변동환율제도"를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하면서, 국가위원회(State Council)의 인가를 통해 위앤화 환율제도를 개혁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7월 21일 오후 7시부터 美달러/위앤 환율은 8.11위앤으로 조정된다고 밝혔다. 기존 환율이 8.2765위앤에 고정되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위앤화는 거의 2%(2.01%) 평가절상된 셈이다. 이번에 런민은행은 분명하게 "관리변동환율제"(managed floating exchange rate regime)"로의 이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순수한 자유변동환율제(free/pure floating)로 이행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시사한 셈이다.앞으로 복수 환율들은 전날 종가로 발표된 기준환율에서 상하 0.3% 범위 안에서만 거래된다. 이럴 경우 환율이 꾸준하게 한 방향의 극단으로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누적 변동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더구나 런민은행은 시장의 진행상황과 경제적 재정적 조건을 감안하여 자신들이 환율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이번 개혁에서 바스켓통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는데,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성명서를 통해 "링깃화가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을 뿐 "링깃화의 적정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통화 바스켓 대비 환율변화를 주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말레이시아는 지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과정에서 자본통제와 함께 달러 페그제를 도입했다. 이후 상황이 개선되면서 자본통제 조치는 완화되었으나 페그제는 계속 고수되어왔다. 그러나 마하티르 전 총리는 올해 1월 고정환율체제를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외정책당국 "일단 환영", 전문가들 "상징적인 조치, 불확실성과 리스크", 타이밍은 '절묘'이번 조치에 대해 스노 美 재무장관은 "환영"의사를 표명하고, 아직 중국 측이 제대로 밝히지 않은 복수통화 바스켓환율 등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즉각 중국으로 인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험프리 호킨스 증언 일정을 진행 중이던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은 "훌륭한 첫 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의 변화에 따른 美 금리에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가 소개한 연준리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美 국채매수에 따른 금리 하락 효과는 0.5%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우리가 얘기하는 영향이 바로 이 정도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제통화기금(IMF)도 성명서를 통해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한 환영의사를 표시하는 등 이번 중국의 개혁결정은 그 폭이 작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 정책당국으로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한편 주요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의 조치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며, 미국의 무역수지와 같은 거시경제적 변화를 이끌어 낼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보이는 반응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칼 웨인버그(Carl B. Weinberg)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High Frequency Economic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앤화 2% 평가절상 폭은 일부 분석가들과 美 정책입안자들이 주장하던 10% 평가절상 폭에 비해서는 작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그는 이번 중국 런민은행의 조치가 "멋들어진 상징적인 이행 조치(nice token move)이지만, 경제적인 타격은 없을 것(no economic knockout)"이라는 전망을 함께 내놓았다.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아직 불확실한 점을 많이 남기고 있으며, 절상 폭이 작았던 만큼 다시 투기적인 자금의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바스켓통화에 기초한 관리변동환율제의 도입에 어떤 통화가 포함될 것인지, 그 변화에 따라 외환보유액 구성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그리고 과연 복잡한 바스켓환율을 유지하는데 중국이 성공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바스켓 환율제도를 잘 운영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오랜 기간 경험과 잘 숙련된 전문가들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중국이 이런 모델을 따라갈 지 여부도 확실치는 않다.이번 바스켓 통화 중에는 달러 외에 유로화, 엔화, 대만 및 홍콩 그리고 호주달러화, 한국 원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한편 위앤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위험은 줄어들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긴장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비 지출 증가 추세에 대해 경고하고 지적재산권 및 특허에 대한 침해문제, 나아가 인권문제와 종교의 자유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하지만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부시행정부가 중심적으로 들고 나온 것은 역시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다. 이 문제가 처음 공개화된 것은 지난 2001년 911사태 직전, 당시 폴 오닐(Paul O'Neil)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위앤화의 변동환율제 도입 압력을 제시하면서 부터다. 당시 오닐 장관은 중국을 떠날 때 이미 중국 관리들이 자체적으로 환율제도 개혁을 위한 내부일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이 문제에 관한한 "우리가 그들(중국 정책당국)의 개혁에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말한다.그로부터 1년 후 中 재무장관은 자신들의 행보가 분명히 변동환율제도로 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런 개혁이 단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하면서 다시 이 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모종의 합의를 도출했다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다.당시 오닐 美 재무장관은 중국의 환율문제에 대한 태도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에 긴장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문제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이런 상황을 가만두고 볼 수 없다고 들고 일어나면서 생겨났다. 이렇게 되자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일부 의회 의원들이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을 부시 행정부에 요구하고, 자체적인 강제법안을 만들기 시작했다.오닐 장관이 물러나고 스노 장관이 들어서자 이들 미국기업들은 초점을 '아시아'로 바꿨다. 제조업체들은 재무부와 백악관이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자국통화의 약세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중국 및 아시아 각국이 저평가된 통화가치를 배경으로 미국의 부를 강탈해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존 스노 재무장관은 중국의 자유변동환율제도로의 급격한 이행은 가뜩이나 취약한 中 국내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을 제출하면서 조용한 접근방식을 취했다. 최근들어서는 아예 시장의 관심이 줄어들 정도로 이 이슈는 소강국면에 접어들고 있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중국의 결단은 타이밍상 대단히 의외였고, 나름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된다.G-8 정상회담에서의 위안화 평가절상 기대가 무산된 이후 소강국면에 있던 시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미국방문 일정을 앞두고 8월까지 일종의 개혁조치가 선행할 것이란 관측이 부상한 바 있다. 그러나 달러/엔은 美 금리인상 추세 지속 전망 속에 직전일 뉴욕시장에서 113엔대로 상승하는 등 구조적 상승요인까지 관심이 등장하는 등 이런 재료를 거의 무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中 당국이 이러한 시장의 의표를 찌를 것이란 점을 이미 예고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점의 선택은 분명히 의도된 것임을 알 수 있다.전날 발표된 상반기 GDP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9.5%에 이르며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한 점이나, 이날까지 이틀동안 그린스펀 美 연준리 의장의 험프리 호킨스 증언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이 중국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반응하며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적절히 제어할 구실을 찾아낸 셈이다.◆ 위앤화 평가절상의 전사, 강력한 중국의 부상11년 만에 위앤화의 달러연동 환율제도를 폐지한 중국은, 그 사이 막대한 경제적 부를 축적하여 세계경제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1994년 현재 5,425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 규모는 2004년에 1조6,010억달러 규모로 세배 증가했다. 연간성장률은 12% 대에서 9% 대로 둔화되었으나 여전히 고속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한편 중국의 대외교역 규모도 급격히 증가, 수출액이 1994년 1,200억달러 수준에서 2004년에는 5,934억달러로 5배 가량 급증했고, 수입액은 1,150억달러에서 5,614억달러로 역시 비슷한 규모로 증가했다. 무역흑자는 53억달러에서 320억달러로 역시 같은 규모의 증가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는 295억달러에서 1,619억달러 로 증가한 상황이다.게다가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4% 대에서 4% 미만으로 안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은 여전히 18%대 증가속도가 유지되고 있다.중국 위앤화의 달러 페그제에서 이번 관리변동환율제도로의 이행의 간략한 역사는 다음과 같다.― Jan. 1, 1994: 중국은 "통제된 변동환율시스템"을 통해 위앤화를 美달러화에 대해 33% 평가절하. 동시에 외환거래증서(FEC)라는 외국인 및 국제교역에 사용되는 특수통화 폐지. 중국, 처음으로 외환에 대한 전면적인 태환 허용― January 1995: 미국 재무장관, "중국은 더이상 환율조작국 아냐" 태도변화― July 2, 1997: 태국 바트화 평가절하,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해 9월: 로버트 루빈 美 재무장관, 위앤화 저평가 제기 "중국은 13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축적할 것이 아니라 미국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을 듯"― January 1998: 中 주룽지 총리, 로렌스 서머스 美 재무차관과의 회동서 "당분간 위앤화 환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 천명― 같은 해 5월: 대중들의 저항에 따라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하야. 외환위기의 궁극적인 결과― 같은 해 6월: 로버트 루빈 美 재무장관 "중국(페그제 고수)은 평가절하 압력에 저항하는 세계금융시장 안정의 한 가지 원천"이라 평가― Dec. 11, 2001: 중국, WTO 가입. 가입요건에 환율시스템에 대한 언급 제외― 2002: 미국, 대중국 무역적자 처음으로 1,000억달러 상회― January 2003: 202년 명백한 디플레이션을 포함, 중국경제의 5년간 물가급등 양상이 종료― 같은 해 5월: 2002년 中 국제수지, 처음으로 자본유출 아닌 "핫머니" 유입 관측― 같은 해 7월: 앨런 그린스펀 美 연준의장, 中 환율제도 변경 필요성 시사, 고정환율이 인플레이션 낳고 있어 "시정해야 할 문제"― 같은 해 9월: 美, G7 재무장관 성명 통해 중국을 겨냥, "시장메커니즘에 기초한 보다 유연한 환율" 제기. 美 재무부 중국의 위앤 환율 유연성 위한 "긴밀한 개입" 개시― 같은 해 10월: 美 의회 美-中 경제 및 안보평가위원회, 위앤화 15%~40% 저평가된 상태라고 주장중국 런민은행 9년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억제 위해 금리 인상 단행― March 2005: 원자바오 中 총리 위앤화 개혁 목표는 "시장에 기초한, 관리 및 변동환율제" 또한 개혁일정은 "시장의 의표를 찌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 전인대, 원 총리의 과잉투자 억제 및 "적절한 긴축 재정정책"으로의 전환 지지― April 29: 20여분 일시적으로 中 위앤화 변동 허용폭 범위 밖에서 거래― 5월: 존 스노 美 재무장관, "11월까지 환율개혁 없으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 6월: 린지 그레이엄 및 찰스 슈며 상원의원, 중국 환율개혁 없을 경우 수입제품에 27.5% 보복관세 부과 입법안 제출― July 21: 중국, 위앤화 달러 대비 8.11위앤으로 2% 평가절상, 바스켓통화에 기초한 관리변동환율제도로의 이행 천명. 말레이시아 페그제 폐기 및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전환 발표◆ 향후 주목할 변수: 단기적 핫머니 준동 등 리스크확대 가능성, 장기적인 변화 주시 필요 이번 중국의 위앤화 평가절상 및 환율 제도 개혁으로 국제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이날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 금융시장은 달러화의 엔화 대비 급락, 美 국채금리의 급등 그리고 주식시장의 하락이라는 트리플 약세로 반응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날 시장의 반응이 "반사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지만, 변화의 충격이 내재화될 때까지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장세는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앤화 평가절상 폭이나 향후 변화에 따른 충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美 국채매수세를 중단하거나 줄일 것이기 때문에 국채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부정적인 요인에 주목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금리가 정상화되면 연준리의 금리인상 부담이 덜어진다는 긍정적인 면에 주목했다.그린스펀 의장도 지적했듯이 중국의 국채매수 감소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고, 이른바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가능성도 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스켓통화에 기초한 환율제도의 운영으로 인해 어떤 영향이 나타날 것인지는 미지수다. 美 재무부가 이런 변화의 영향을 '탐침'하기 위해 중국으로 특사를 파견할 것이란 점에서 보더라도 상황이 아직은 미지수를 많이 포함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한편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환율제도 개혁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란 시각을 견지하는 듯 하다. 무엇보다 급격한 성장세로 인해 과열 징후를 나타내는 중국경제를 위해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많다.그 동안 환율이 고정되어 있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정책이 가지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금리정책의 효과가 좀 더 확연해 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한편 무엇보다 이번 중국의 조치로 인해 버블이 발생하던 동부연안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핫머니 유입으로 인한 교란도 예상되지만, 일단 위앤화 추가절상 기대감이 소진되고 단기유입자금이 이탈하면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는 일부 금융기관 및 시장주체들의 부채상환 및 담보평가 상의 곤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교란요인이다.이 지점에서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평가절상 폭이 기대에 못미침에 따라 추가적인 핫머니 유입 가능성이 있는 등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관리변동환유제도의 도입은 위앤화의 급격한 절상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카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추가 평가절상을 위해 좀 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물론 아직은 새로운 환율제도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위앤화 추가 평가절상 기대에 기초한 투기세력들의 준동으로 주변국 외환 및 금융시장의 부분적인 혼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의 점진적인 평가절상 내지 환율제도 개혁이 국제금융시장이나 세계경제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지만, 투기세력들은 방향성이 결정되면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런 변화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일본과 한국 그리고 주변국들의 반응은 중국의 제한적인 평가절상 조치가 국제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 바람직한 것이지만, 당장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 향후 상황의 전개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중국이 역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확대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변화는 일회적인 수준에서 조정될 차원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변화를 동반하게 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한 듯 하다.그 동안 미국의 중국의 의사결정에 대한 '인내'과 '존중'이 이번 결과를 낳은 만큼, 앞으로의 변화에서도 국제금융시장의 참을성이 필요한 대목이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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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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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