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인당뮤지엄은 9일 부지현의 대규모 개인전을 개막했다
- 부지현은 집어등과 바다를 소재로 한 설치작품 12점을 선보였다
- 전시는 20년 작업 변화와 빛·공간에 대한 탐구를 담아 12월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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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현의 코스모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을...' 12월19일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작가를 초대한 미술관도, 미술관의 초대를 받은 작가도 모두 '도전'이었다. 미술관으로서는 40대 작가를 초대해 미술관의 거대한 공간 전체를 맡긴 것이 모험이었을 것이다. 작가 역시 기라성같은 선배 예술가들이 거쳐간 국내 굴지의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갖는 것이 설레임이자 도전이었을 터다.
바닷가에 버려진 '집어등'으로 파워풀하면서도 독특한 설치작업을 선보이며 '집어등 작가'로 불려온 부지현(b.1979)이 대구 인당뮤지엄의 초대를 받아 개인전을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지난 20년 예술여정을 중간결산하는 전시다. 작가와 미술관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됐다.

글로컬대학 대구보건대학교(총장 남성희) 인당뮤지엄은 지난 10월 9일 <부지현의 코스모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을 개막했다. 오는 12월 19일까지 인당뮤지엄서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부지현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가늠케 하는 전시다.
부지현은 이번에 인당뮤지엄의 넓고 높은 공간에 맞춰 작심하고 제작한 대형 설치작품 6점과 판화 6점 등 총 12점을 전시실 전관에 풀어놓았다. 이에 부지현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혔던 제주 바다의 집어등 작업과 새로운 작업이 뮤지엄의 장대한 공간 곳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부지현은 기존의 집어등 설치미술을 답습하지 않았다. 안정된 작업을 그대로 구현하는 쉬운 길 대신, 기존 작업과는 현저히 달라진 작업들을 관객 앞에 펼쳐놓았다.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바다를 환하게 밝히던 빛이 판화의 판(板)이 되고, 설치작품의 등(燈)이 되어 부지현을 국내외에 알렸다면, 이번 인당뮤지엄에는 새롭고 드라마틱하며 공감각적인 작품이 '부지현의 예술인생 2막'을 알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의 저서 '코스모스(Cosmos)'의 첫 문장에서 따왔다. 칼 세이건이 외친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는 부지현이 오래 품고 간직했던 경구다.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다뤄온 바다와 배, 집어등, 빛과 공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요소들과 그 변화를 보여주고자 이같은 타이틀을 택했다.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도 이어질 변치않는 테마를 올곧게 담금질하기 위해 그 제목을 고른 것.
제주에서 유년기와 청년 시절을 보내고 대학(제주대학교 서양화과)까지 나온 부지현에게 바다와 배는 익숙한 일상이자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특히 밤바다에서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어부들이 사용하는 집어등은 데뷔 초부터 그의 작품을 관통해온 주요 소재다.
바다의 가없는 수평선과 소리, 빛과 색채 등 비물질적 요소들은 작가의 지각과 감성을 일깨우며 시각예술로 증폭됐다. 맨처음 종이에 흑백톤으로 찍었던 바다의 이미지는 집어등 유리에 새겨진 숫자와 기호로 변했고, 집어등은 판화의 판에서 실제 빛을 내는 설치작업의 재료로 확장되었다.

작가는 집어등을 '어둠을 짙게 만드는 빛'이라고 표현한다.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집어등의 강한 불빛이 오히려 주변의 어둠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역설적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빛과 어둠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시간과 공간, 기억과 순환, 땅과 하늘로 이어지며 작업의 범위를 넓혔다.
제주대학교를 나와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프린트 석사과정을 마친 부지현은 대만 타이베이 관두비엔날레에서 집어등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궁극 공간>(아라리오 스페이스), <더 홈 2025>(세토우치트리엔날레) 등을 통해 바다에 얽힌 자전적 경험과 기억을 빛과 사운드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일본 세토내해에서 열린 2025세토우치트리엔날레에 한국인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부지현의 대형 설치작품은 세토우치 우항에 영구설치돼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인당뮤지엄에서의 전시는 미술관 로비를 비롯해 6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로비 중앙에 놓인 <배(The Boat)>로 시작된다. 작가는 실제 폐기처분된 선박의 뱃머리와 손바닥 크기의 불규칙한 조각 100여 점으로 로비 전시실을 꾸몄다. 한때 바다를 오가던 배는 기능을 다한 뒤 부지현에 의해 해체됐고, 그 일부가 미술관으로 옮겨져 새로운 작품이 됐다. 벽면에 일렬로 길게 부착된 작은 조각들은 폐선박의 절반을 일일이 자르고 수습해 만든 것이다.
뱃머리가 가리키는 제1전시실에는 소금으로 장대하게 펼쳐진 작업 <시간의 표면(Solid Sea)>이 조성됐다. 3톤에 달하는 소금과 집어등, 돌, LED로 구성한 이 작품은 전시실 바닥을 가득 채운 흰 소금의 입자와 세밀하게 조절한 표면의 결이 고요한 바다를 연상시킨다.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소금과 집어등을 새로운 공간 구성으로 풀어낸 신비로운 작품이다.

제2전시실은 작가의 지난 작업의 편린들을 새 작품으로 재구성한 '아카이브 작품'이 자리했다. 부지현은 과거 작품의 일부였다가 작업실에 보관돼 있던 모터와 추, 종, 거울, 전구, 전기회로를 다시 모아 한 점의 거대한 벽면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지난 20여 년의 작업 흔적을 자료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시간에 사용했던 재료를 현재의 공간에서 다시 작동시켜 새로운 순환을 보여준 작품이다.
최근 작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잠정적 형상(Provisional Form)>은 3전시실에 설치됐다. 집어등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기둥처럼 켜켜이 쌓고 중앙에 프리즘과 광학필터, LED로 구성한 회전 광원을 추가한 미니멀하면서도 구조적인 작업이다. 프리즘과 필터를 통과한 빛은 여러 색으로 분산돼 전시장 벽면과 공간을 채운다. 집어등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에서 출발한 작가의 관심이 빛 자체의 성질과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작이다.

제4전시실의 <빛의 숨결(Luminous Breath)>에서는 집어등의 노란빛이 밝아지고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함께 전시된 작가의 초기 흑백판화 6점에는 다양한 집어등과 배 이미지들이 담겼다. 과거 판화 속 집어등 이미지와 현재 설치작품의 실제 빛을 한 공간에 나란히 배치해 부지현 작업의 변화해온 시간을 연결하고 있다.

제5전시실은 외부 빛을 완전히 차단한 칠흑같은 '물'의 공간이다. 물의 파동과 움직이는 추, 낙하하는 물, 변화하는 빛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작동한다. 관람객이 사각의 공간 속으로 들어서면 어둠 속에서 빛은 서서히 나타난다. 이 작품은 빛의 산란과 파장, 물과 추의 움직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면을 절제된 조형어법으로 압축한 공감각적 작품이다. 제목 <Where is it going?>처럼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아름다운 작업이다.
전시를 기획한 인당뮤지엄 김정 관장은 "이번 전시는 부지현이 20여 년 동안 사용해온 소재와 작업방식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바다와 배에서 시작해 집어등으로, 다시 집어등의 빛과 그것이 만드는 공간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살펴보도록 했다"며 "특히 인당뮤지엄의 각 전시공간에 맞춰 설치작품을 구성해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빛과 움직임, 소리로 만들어진 공간을 저마다 차분히 체험해볼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또 "작가에게 있어 이번 전시는 회고전은 아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온 작업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특히 과거 작품의 일부와 작업자료를 다시 하나의 설치작품으로 구성한 아카이브를 통해 작가의 시간이 오늘의 작품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2년 개관한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은 재학생에게 문화예술을 통한 인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민을 위한 기획전과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특화된 기획전을 통해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미술관은 대학과 지역사회를 잇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한창 작업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40대 작가에게 본격적인 미술관 전시를 제안해 글로벌 예술무대로 뻗어나갈 디딤돌을 제공한 인당뮤지엄의 부지현 작품전은 오는 12월 19일까지 열린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