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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표류"...HDC현대산업 '부산 요트경기장 개발사업' 잠재부실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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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시점 지난 5월에서 연기...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사업 지연
시민사회 반발에 사업 계획서 호텔 건립 제외...빠른 사업 추진 강조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2000년대부터 추진했던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개발사업'이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HDC현산은 부산시와의 법적 공방전을 거친 후 지역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복잡한 인허가 절차에 좀처럼 사업에 속력이 붙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HDC현산이 이 사업에 대해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연내 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 착공이 예정됐던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개발사업'은 착공 시점이 내년 6월로 변경됐다. 착공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가 선행돼야 하나 당초 부산시와 HDC현산의 예상보다 허가가 지연되면서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한 후 5월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건축심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착공이 밀렸다"고 설명했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개발사업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84 일대 23만4516㎡ 부지(육상 14만2274㎡·해상 9만2242㎡)에 육·해상 계류시설, 컨벤션, 판매·수리시설 등을 짓는 것이다. HDC계열 시행법인 아이파크마리나가 사업비 1623억원(2008년 기준)을 투자해 재개발 사업을 진행한 후 30년간 요트경기장과 관련 시설의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현재 해당 부지에는 1986년 건립된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448척(해상 293척·육상 155척) 규모 계류장, 리프트, 정비시설, 급유시설, 숙박시설, 식당, 카페 등이 존재한다. 이곳에서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이 개최됐다.

2000년대 들어 시설이 노후화되자 부산시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재개발을 추진했다. 민간이 시설을 건설한 후 소유권을 시에 이전하고 일정 기간 동안 그 시설을 운영하며 사용료 등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이다. 아이파크마리나는 2008년 사업 제안서를 접수했다. 아이파크마리나는 대상지에 계류장을 포함한 호텔, 상업시설 등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텔 운영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해운대 아이파크와 함께 지역에서 HDC현산의 인지도를 강화하는 상징으로 삼겠다는 포부였다. 2014년 부산시와 아이파크마리나의 1차 실시협약이 체결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 계획에 포함된 호텔이 '부대시설'인지 '부속시설'인지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부산시는 호텔이 민간투자법상 부대시설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이파크마리나는 2014년 호텔을 부속시설로 분류하는 방향으로 이미 1차 실시협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부산시가 말을 바꾸고 있다고 반박했다. 호텔이 부대시설에 포함된다면 아이파크마리나는 부지 임대료를 시에 납부해야 한다. 호텔이 부속시설로 분류될 경우 아이파크마리나는 호텔과 요트경기장 시설을 30년간 무상사용한 후 기부채납하게 된다. 부산시는 2016년 아이파크마리나에 대한 재개발사업자 지정 취소 및 실시협약 해지를 단행했다. 이에 아이파크마리나가 시를 상대로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2018년 대법원이 아이파크마리나의 손을 들어주면서 호텔은 부속시설로 인정받게 됐다. 다만 지역 시민사회의 반발은 여전했다. 부지 인근에 해강초등학교, 해강중학교, 해강고등학교, 부산센텀여자고등학교 등 학교가 위치하는데 호텔이 들어서는 것은 교육상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결국 아이파크마리나는 2023년 호텔 건립을 사업 계획에서 제외한 후 변경된 실시협약안을 부산시에 제출했다. 호텔은 이 사업에서 가장 큰 수익성이 기대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업이 10년 이상 표류하자 호텔을 포기하고 사업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는 편이 유리하겠다는 내부 판단이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파크마리나는 HDC현산이 지분 87.5%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수영만 요트경기장 개발사업은 HDC현산의 사업이다. 2021년부터 아이파크마리나의 대표이사를 이성용 호텔HDC 대표이사가 맡았다는 점에서 요트경기장 인근 호텔 개발에 대해 HDC현산이 가졌던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사내이사는 박희윤 HDC현산 개발본부장과 김지환 HDC현산 복합개발팀장이 맡고 있다. 감사는 조영환 HDC리조트 대표이사다. 올해 3월 사내이사로 취임한 김지환 HDC현산 복합개발팀장을 제외하면 이전에 이사회에 합류한 이들은 모두 HDC그룹의 호텔 관련 이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HDC현산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호텔을 포기한 모양새다.

아이파크마리나는 호텔을 포기한 대신 변경 사업안에서 육상 상가 조성 규모를 종전 9504㎡에서 2만5666㎡로 확대했다. 또 요트클럽 조성 규모를 기존 1376㎡에서 1만5878㎡로 변경했다. 요트클럽에는 키즈짐(어린이 체육시설), 해양 용품 판매시설, 실내 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고수익성이 점쳐지는 상가와 요트클럽 운영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광안대교 근처에 위치해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다. 또 아이파크마리나가 시설을 장기간 운영 가능함을 고려하면 투자비 회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아이파크마리나는 부산시와 사업비 규모에 대해 협의 중이다. 사업비가 기존 대비 줄어들게 된다면 아이파크마리나의 재무적 부담이 축소될 수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인허가 문제가 해결되면 사업에 속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진행을 방해하던 호텔 문제가 해소됐으며 HDC현산이 강한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아이파크마리나는 그룹 지원을 통해 사업 추진을 위한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6월 아이파크마리나는 HDC현산으로부터 19억원 규모 단기차입금을 차입했다. 앞서 3월에는 HDC현산과 호텔HDC에게서 각각 25억원 규모 단기차입금을 끌어왔다. 이는 지난 2021년 HDC현산이 아이파크마리나에 25억원을 빌려준 후 첫 그룹 지원이다. HDC현산을 비롯한 HDC그룹이 그동안 정체됐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C현산 관계자는 "사업비를 증액하는 방향으로 부산시와 협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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