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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엿보기]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靑 비서실장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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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자기 정치 하려거든 내려오시라"

[서울=뉴스핌]이석중 에디터 =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BMZ) 순찰에 대해 격노했다고 한다. 평소 온건하고 자제력이 강한 이 총리가 그 정도로 화를 낼 줄은 몰랐다는 게 이 총리와 저녁을 같이 한 어느 정치인의 전언이다.

임 실장이 DMZ를 시찰한 것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으로서 유해공동발굴을 위한 지뢰작업 현장을 확인하고 독려하기 위해서이며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행추진위원이어서 동행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은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국정원장, 국방. 통일부 장관을 동행시킨 것은 적절치 않다.

이 총리로서는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임 실장이 국무위원들을 동행하고 나선 것도 그렇고,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권력자 코스프레를 한 모습도 거슬렸던 것으로 보인다. 군부독재시절 실력자의 모습이 오버랩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아도 임 실장의 전방시찰 사진이 공개되자, 비서(秘書)가 저렇게 나서도 되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시중의 반응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29일 "임 실장은 대통령 외유기간 중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을 대동하고 비무장지대를 시찰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홈피 첫 화면에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한 유튜브 동영상이 방영되는 촌극이 빚어졌다"며 임 실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했다.

손 대표가 임 실장의 행동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 측근 실세들의 모습이고 패권정치의 폐단"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임 실장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대통령과 정권의 누가 된다면 비서설장의 도리가 아니다.

◆ 청와대 비서실장은 비서실의 장(長)이다

비서는 비서일 뿐이다. 정부조직법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고 비서실소속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반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의 권한을 임시직으로 이어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지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 집무실인 비서실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그래서 역대 청와대 비서실장은 언론에 나서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통했다. 심지어 비서는 이름도 없다는 말들도 했다. 대통령을 팔아 자기  힘을 과시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삼가란 의미다.

역대 비서실장 중 최고의 비서실장은 9년 2개월 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정렴 전 실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김정렴 실장이 건강을 이유로 청와대를 떠난 지 1년 만에 10.26사태가 터졌고,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함으로써 제3공화국이 막을 내렸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에 있었으면 차지철과 김재규 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일도 없지 않았겠느냐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김 전 비서실장은 명실상부한 안방마님이었다. 실제로 김 전 실장이 오래도록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심을 비우고 권력실세들의 다툼에서 오로지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하고 처신한 결과"라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런 점에서 임 실장은 손학규 대표의 "자기 정치를 하려거든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시라. 또 하나의 차지철이나 또 하나의 최순실을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촛불을 똑똑히 기억하시라"고 한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 권력투쟁의 시작인가

이달 초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따돌리고 여권 후보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이후 이 총리의 모든 행보를 대권가도와 연결시키려는 해석이 잇따랐다.

그러자 이 총리는 지난 17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다음 대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없다"고 잘랐다. 이어 "총리로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고, 대통령이 하는 일을 보필해야 할 처지에 자기 영업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대선이 3년여가 남은 상황이고, 설혹 심중에 있더라도 현직 총리가 차기 대권 욕심을 드러내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점에서 누구라도 그렇게 답했을 것이다.

이후 이 총리는 가급적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대통령 유럽 순방 기간 동안 내치를 맡은 이 총리에 관한 소식은 그다지 들려오지 않았다. 항간에는 유력 대권 주자로 부각되자 권력실세로부터 견제를 당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런 저런 이유로 사법적 판단에 운명이 맡겨져 있다. 남은 후보로는 박원순 시장과 이낙연 총리, 임종석 실장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총리 마저 낙오되면 대권 경쟁의 구도는 한층 단순해 진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안·이·김 지사에 이어 이 총리에게 작용했다는 그럴 듯한 시나리오도 회자된다.

문 대통령이 유럽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 22일 청와대 사칭 사기사건이 있다며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청와대가 공개한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이날 공개한 청와대 사칭 범죄 6건 중에는 임 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의 이름을 판 경우도 포함됐다.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 사칭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권력의 속성이다.

혹시라도 임 실장이 국정원장과 두명의 장관을 대동한 채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전방을 시찰하고, 그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 이미 권력의 맛에 취했기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다.

julyn11@newsp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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