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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달걀의 모든 얼굴' 윤유선 "안면인식장애, 제 얘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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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힘들지만 즐거워
이해제 연출과의 신뢰와 안면인식장애 소재에 선뜻 출연 결정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1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어떤 이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모습이지만, 장소가 어디든 그만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연극 '달걀의 모든 얼굴'에 합류한 배우 윤유선을 지난 12일 서초구 반포동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처음에 리딩하다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연극적인 요소가 많고 그림이 딱 떠오르는 대본이 아니어서 저한테는 어려웠죠. 제가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을 많이 했고, 제가 놀 수 있는 범위를 많이 벗어난 것 같은 부담이 많았죠. 뻔뻔함이 부족해서 이번에는 좀 뻔뻔해지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니까 조금 더 편하게 즐기면서 노력하고 있죠."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윤유선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연극 '달걀의 모든 얼굴' 안면인식 장애를 모티브로 인간의 탐욕과 이 탐욕이 만들어낸 아이러니와 해학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말미를 배경으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인을 두고 목숨 걸고 유언장을 고치려는 심복들의 통쾌한 반란을 그린다. 대학로의 소문난 이야기꾼 이해제 연출가가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윤유선 또한 그를 믿고 작품에 출연을 결정했다.

"이해제 연출과 처음 일해요. 처음에는 연출만 믿고 대본이 나오기 전에 하겠다고 했죠.(웃음) 진경 씨가 먼저 알려줬거든요. 이해제 연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 궁금하고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통화도 하고 만나서 얘기도 하면서 그를 신뢰하게 됐는데, 막상 대본을 봤더니 너무 어려운 거에요. 작품을 잘 못 살리면 어떡하나 그것 때문에 엄청 힘들었어요. 연출이 디렉션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웃음)"

윤유선이 맡은 역할은 '최집사'. 안면인식 장애를 가진 장총재(정석용, 전배수)의 심복으로,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인물이다. 야망도 있고 프라이드도 강하지만 어딘가 허당미가 있는 캐릭터다.

"처음에 대본에는 전형적인 집사처럼 표현돼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사모님'과 분별이 안되는 것 같아서 조금 부족하지만 나서기도 잘 나서는, 그런데 의욕을 따라오지 못하는 행동들로 설정했죠. 연출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저의 모자람을 극대화 시킨 것도 있어요. 밖에서는 모르는 집에서만 아는 허당끼를 표현한거죠. (김)정영 배우의 최집사는 더 연극적이고 재밌고, 약간 아줌마 같은 사모님? 보고도 흉내를 못 내겠더라고요.(웃음) 서로 달라서 더 재밌죠."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윤유선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사실 극 중에서 윤유선은 '최집사' 외에도 장총재의 아내, 장총재의 쌍둥이 딸, 회기동 고모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수많은 캐릭터 중에 가장 힘든 캐릭터는 의외로 장총재의 부인 '사모님'이라고. 이상한 가발을 쓰든, 나이 어린 연기를 하든 다 재밌지만, '사모님'의 경우 '최집사'와 비슷할까봐 더욱 신경썼다.

"'사모님'이 '최집사'와 많이 비슷할까봐 신경이 많이 쓰이고 힘들어요. 실제 인물이면 더 잘 하겠지만, '최집사'가 흉내를 내고 있는 인물을 그리는 거니까요. 의외로 고모 역할을 하는 게 재밌어요. 그런 의상과 가발은 처음이니까요.(회기동 고모를 연기할 때 윤유선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곱슬머리 가발을 코만 보일 정도로 푹 뒤집어 쓴다) 앞이 안 보일 것 같죠? 안 보이는게 더 좋아요.(웃음) 공연 중에 각경이가 7살부터 최집사의 말을 못 알아듣는 척을 했다는게 들키는데, 그것 때문에 초반에 일부러 듣기 싫은 소리를 질러요. 괜히 발성이 안되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할까봐 갈등하기도 했죠.(웃음)"

쉴 새 없이 의상이 바뀌고 캐릭터가 바뀌면서 정신 없이 흘러가는 와중에, 배우들과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연습 현장부터 매우 치열했다고. 그래도 고생한 만큼 좋은 반응이 나와 뿌듯하고 힘이 된단다.

"다들 즐기면서 못하고 엄청 열심히 치열하게 했어요. 많은 캐릭터를 해야 하니까 즐길 엄두를 못 냈죠. (정)석용 씨는 연극 연습하면서 이렇게 술 안 마신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드라마는 다 초연이라 다른 배우들이 초연의 매력에 대해 말할 때 잘 몰랐는데, 연극의 초연은 다른 의미가 있어요. 배우가 많은 색을 채워넣을 공간이 훨씬 많죠. 그걸 만드느라 더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많이 웃어주셔서 힘이 나요. 연습할 때도 '이게 웃기니'라고 계속 물어봤었거든요.(웃음)"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윤유선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공감되는 이야기, 선한 메시지 때문이다. 윤유선이 흔쾌히 이번 공연에 참여를 결정한 이유는 이해제 연출의 신뢰도 있지만, 신선한 소재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해제 연출의 기대감과 안면인식 장애라는 소재 때문이었어요. 사실 내 얘기 같았거든요. 잘 다루지 않는 소재이기도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 정말 궁금했어요. 저는 '장총재'가 사실 제일 공감돼요. 드라마나 영화를 할 때마다 7~80명을 만났다가 헤어져요. 그래서 상황은 생각나도 사람이 기억이 안 날 때가 많죠. 공연을 준비하면서 저를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또 작품이 유쾌하면서 선한 메시지가 있어요. 극 중 인물들이 하는 짓은 나쁜 일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을 유쾌하게 그려내기도 하고요. '장총재'는 악인이 아니라 제일 불쌍한 사람이에요. 사는게 뭐라고 눈앞의 이익만 보고 달려가는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죠."

아역배우로 데뷔해 벌써 연기한 지 40여 년이 흘렀음에도 윤유선의 연기에 대한 갈증은 대단하다. 연극에 대한 갈망도 가득하다. 그는 연극 연습을 통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훈련하고 더욱 성장시킨다.

"연극은 계속 하고 싶었어요. 시간이 안 맞아서, 혹은 제가 연극을 안한다고 생각해서 잘 기회가 없었던 거죠. 연기는 재밌지만 할수록 어려워요. 정답이 없는 거니까요. 공연 연습을 하면 굉장히 도움이 돼요. 몇 달 간 반복적인 연습을 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하며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으니까요. 저를 훈련시키는 시간이죠. 그래서 연습 시간이 되게 소중해요. 다른 배우들, 선배나 후배들이 해석하는 걸 보는 것도 재밌고, 백지에서 만들어가는 재미도 커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윤유선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12 deepblue@newspim.com

최근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구분 없이 활약 중이다. 특히 이순재나 신구의 경우, 나이와 상관 없이 드라마와 연극에서도 꾸준히 연기를 선보이고 있고, 나문희는 연기 대상을 받기도 했다. 윤유선 또한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고, 또 잘 늙고 싶다.

"선생님들이 저렇게 부지런히 연기를 하시는데, 정말 부럽죠. 저도 하고 싶어요. 선생님들 모습을 보면 정말 격려가 많이 돼요. 연기를 하는데 굳이 장르를 나눠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애들은 특히 너무 잘해서 이쁘더라고요. 예전에 '의문의 일승' 할 때 연극 배우 친구들이 많이 왔었는데 정말 잘해서 예뻤어요. 아이돌들도 기특하게 다 잘해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게 참 행복해 보여요. 그래서 저도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만 하기보다 더 성실히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도 좋은 연기를 하고 싶지만 잘 늙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제 인생을 더 잘 살아야, 게을러지거나 나태하지 않고 더 넓게 보고 싶어요. 어쨌든 배우는 사람을 연기하는 거니까요."

연극 '달걀의 모든 얼굴'은 오는 15일까지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후 20일부터 22일까지 3일동안 총 5회에 걸쳐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관객들이 호응했고, 더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공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윤유선의 마지막 당부 또한 공연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공연을 즐기지 않던 분들도 한 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 아니었으면 한 번도 소극장에 안 와봤을 사람들도 이번에 처음 왔는데, 다들 좋아했거든요.(웃음) 저한테 제일 무서운 관객인 딸이 엄청 재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에요. 저의 작은 바람은 공연 문화가 더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사람들이 뉴욕을 가면 꼭 공연을 보는 것처럼, 우리 공연계도 더 발전 시켜서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이 사랑 받을 만큼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그럴만한 재능도 많아요. 관심을 갖고 공연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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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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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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