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마약중독자의 고백㉖] 언니는 마약의 노예였다

기사입력 : 2019년05월29일 15:32

최종수정 : 2019년05월29일 15:31

사업실패에 가정불화까지..그런 언니에게 찾아온 낯선 남성
사랑에 눈 멀어 마약 손 댄 언니..죄수복 입은 모습에 가족들 '오열'
단약 성공 후 대학 들어가 제2의 인생 출발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언니의 삶에 마약이라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울 줄은 몰랐다.

두 아이의 엄마인 언니는 언제부터인가 말수가 부쩍 줄었다. 가족들 모두 언니가 둘째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는다고만 생각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언니는 당시 시부모님과 큰 갈등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도 자주 싸우면서 가정생활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천성이 밝고 활발한 언니에게 그런 문제들은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무지했고 또 무심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그 즈음 언니는 학업 문제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언니는 결혼 후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시어머니의 약속을 믿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는데,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첫째 아이가 생기고 둘째까지 태어나면서 언니는 펜보다는 빨래와 설거지를 손에 쥐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언니는 말재주가 좋았고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해 정수기회사의 판매사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꽤 재능이 있었던 덕인지 언니는 남들보다 실적이 월등히 좋았다. 언니는 승진가도를 달렸고 해외연수도 갈만큼 사내에서 인정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는 “우연한 기회에 작은 사업에도 손을 댔는데 제법 크게 성장했다”며 가족들에게 자랑을 늘어놨다. 우리는 언니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안도했다. 희망에 부풀었던 그 모습을 가족들 모두 잊지 못한다.

하지만 언니가 뛰어든 사업은 곧 의료기 회사를 빙자한 다단계 회사에 걸려들면서 좌초한다. 언니는 사업에 실패하면서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기 시작했고 시댁과의 극심한 불화 끝에 가정도 모두 무너졌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은 언니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어떻게 어디서 만났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남자가 언니에게 큰 위로가 됐던 듯하다. 이 남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언니는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하게 된다.

그는 마약 전과만 10범이 넘었다. 마약 중독자였고 마약 밀매나 사기 등으로 교도소 생활을 오래했다. 말재주가 뛰어났고 외모도 깔끔하고 준수한 모습이었다. 그의 존재를 알았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가족들 모두 그와의 은밀한 관계를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평생 후회하고 있다.

어느날 밤,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인근 경찰서 형사라고 소개했다. 잠결에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몇차례나 “경찰서에서 전화를 건 게 맞냐”고 물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었던 우리 가족에게 경찰서에서 전화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이내 불길한 직감이 머리를 스쳤다.

부리나케 달려간 경찰서에는 언니가 고개를 푹 숙인채 의자에 앉아 조사를 받고 있었다. 옆에는 ‘그 남자’도 함께 있었다. 경찰은 마약 전과가 화려했던 그가 언니에게 접근해 약을 먹인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황당하게도 언니는 그런 경찰에게 남자를 변호하며 “이 남자와 사랑하는 사이고 모든 죄는 내게 있으니 남자를 놓아주라”며 악다구니를 질렀다.

초범인 언니는 전과가 있는 남자를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죄를 뒤집어 쓸 심산이었다. 경찰 마저도 이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언니가 협박을 당했거나 당장의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어르고 달래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그렇게 언니는 결국 차가운 구치소로 들어갔다. 쇠철창 사이로 죄수복을 입은 언니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한참을 울었다.

부모님은 언니에게 “너는 지금 그 남자에게 속고 있으니 죄를 회개하고 그 남자와의 관계도 정리하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언니는 웃는 얼굴로 “그 남자와 함께라면 실형도 살겠다”며 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온 날, 가족 모두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우리는 밤낮으로 언니를 위해 기도했고, 또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눈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판사에게 보냈다. 어머니의 탄원서 덕인지 언니는 실형을 면하고 가벼운 벌금형만 선고받았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아 교도소로 들어간 그 남자는 언니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특히 우리 가족을 힘들게 했던 언니가 구치소에서 알게 된 다른 마약 중독자들이었다. 그들은 언니를 만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우리집을 찾아오고는 했다.

그들은 언니에게 “경찰이 찾아올 것 같다”, “누가 나를 신고할 것 같다”고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예뻤지만 마약에 찌들어 피부는 처지고 나이도 더 들어보였다.

사실 이들은 언니가 아직 마약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집을 찾아온 것이었다. 경찰에 언니의 이름을 대고 감형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우리 가족과 언니는 잘 보살펴주려고 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언니를 이용하려고만 했다.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내 약물진료소로 향하는 계단 [사진=임성봉 기자]

단약에 들어간 언니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몸이 아프다거나 정신적으로 불안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출발을 향한 언니의 각오는 대단했다. 힘들어하는 언니에게 “약 끊으면 꼭 대학에 가자”고 다독였다.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벌벌 떨던 언니는 그 말을 들을 때면 힘겨운 웃음을 보였다.

오랜 단약(마약을 끊는 일) 끝에 언니는 꿈에 그리던 ‘교수’를 목표로 대학에 들어갔다.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도와주고 싶다며 청소년 관련 전공을 선택했다. 운좋게 직장도 구했다. 마약을 끊으면서 언니의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만 같았다. 물론 ‘완전한 단약은 없다’고 믿는 언니는 정신과 치료와 학업,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마약에 중독됐던 언니의 슬픈 과거를 보면서 가족들 모두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인식이 모두 바뀌었다. 그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온몸으로 겪으면서 생긴 변화였다. ‘마약 중독자는 괴물’이라던 어머니는 현재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기도해주고 또 책을 넣어준다. 특히 한 살인자와도 꾸준히 편지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그들을 보며 우리 가족은 어느 누구도 마약으로 인해 불행한 인생을 살지 않기를 오늘도 소망한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범진보 대권주자 적합도 '압도적 1위' 질주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이재명 대표가 범진보 진영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압도적 1위를 질주했다. 여의도에 입성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위, 김동연 경기지사가 3위, 김부겸 전 총리가 4위로 뒤를 이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범진보 진영 인물 중 차기 대권주자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이 대표 35.4%, 조 대표 9.1%, 김 지사 8.5%, 김 전 총리 6.5%로 나타났다. 뒤이어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8%,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6%로 집계됐다. 기타 인물은 16.7%, 적합 후보 없음 15.1%, 잘 모르겠음 5.2%였다. 이 대표는 전체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60대 이상에선 다소 차이가 좁혀졌다. 만18세~29세에서 이 대표 35.4%, 조 대표 12.1%, 김 지사 10.1%, 김 전 총리 5.8%였다. 30대에선 이 대표 38.7%, 김 지사 6.5%, 김 전 총리 6.2%, 조 대표 5%순이었다. 40대의 경우 이 대표 50.6%, 조 대표 12.6%, 김 지사 5.9%, 김 전 총리 5.1%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50대에선 이 대표 41.1%, 조 대표 10.2%, 김 지사 8%, 김 전 총리 5.6%였다. 60대에선 이 대표 23.9%, 김 지사 10.4%, 조 대표 7.8%, 김 전 총리 6.4%순이었다. 70대 이상의 경우 이 대표 19.5%, 김 지사 10.8%, 김 전 총리 10.5%, 조 대표 6%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전체 지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수도권 및 호남에서 격차를 벌렸고 영남에선 차이가 다소 좁아졌다. 서울에서 이 대표 32.9%, 조 대표 9.2%, 김 지사 8.2%, 김 전 총리 4.4%였다. 경기·인천에선 이 대표 43.8%, 김 지사 9.9%, 조 대표 7%, 김 전 총리 4.8%순이었다. 광주·전남·전북의 경우 이 대표 42.9%, 조 대표 9.2%, 김 전 총리 11.5%, 김 지사 6.8%였다. 대구·경북에선 이 대표 21%, 김 전 총리 11.6%, 조 대표 10.3%, 김 지사 8.8%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은 이 대표 27.1%, 조 대표 9.9%, 김 전 총리 7.2%, 김 지사 5.6%였다. 대전·충청·세종에선 이 대표 32.3%, 조 대표 13.5%, 김 지사 10.9%, 김 전 총리 4.4%였다. 강원·제주에선 이 대표 36.2%, 조 대표 8.4%, 김 지사 7.8%, 김 전 총리 7.3%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 대표 74.6%, 조 대표 5.7%, 김 지사 4.5%, 김 전 총리 1.7%로 이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김 지사 12.4%, 김 전 총리 9.5%, 이 대표 8.5%, 조 대표 3.4% 순이었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의 경우 이 대표 45.9%, 조 대표 38.5%, 김 지사 4.7%, 김 전 총리 2.2%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이 대표는 '과반 의석 달성'과 함께 원내 1당을 지키며 대권주자 위상이 더욱 강화했다"며 "조 대표는 비례대표 12석을 얻으며 단숨에 경쟁력 있는 차기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비례할당 후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9%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지역별 셀가중값을 부여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결과 등록현황을 참고하면 된다. hong90@newspim.com 2024-04-18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