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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⑨] "멀어진 가수의 꿈...마약은 악마의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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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유년시절 키운 가수의 꿈
남미 이민생활서 대마초·코카인 접해
한국 귀국·음반기획사 입성...다시 찾은 마약, 멀어진 가수의 길
마약 중독·정신분열증...정신병원 입원치료 후 단약 성공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천신만고 끝에 밟은 음반 기획사의 문턱. 정민기(가명)씨는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 학창시절 이국땅에서 처음 접했다가 도무지 떨쳐내지 못했던, 이리저리 뿌리치고도 자꾸만 아른거려 정씨를 괴롭게 했던 존재, 그것은 바로 마약이다. 재차 뻗쳐온 마약의 손길을 잡을 것인가, 내칠 것인가. 정씨는 갈팡질팡 했다.

“음악적 자질이 높아진대.” 이 한마디에 정씨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주변의 감언이설과 함께 건네받은 마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정씨의 목구멍을 타고 마약이 한 알 한 알 넘어갈 때마다 어릴 적부터 한순간도 편할 날이 없었던 생활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냈던 가수의 꿈도 한 발 한 발 멀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랑자의 짐 보따리 같은 삶이었다. 원양어선을 타러 바다에 나간 아버지, 기억 속에 없는 어머니. 정씨에게 가족이란 생경한 존재였다. 정씨가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정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관심했다. 가족의 울타리를 갖지 못했던 정씨는 몸 뉘일 곳을 찾아 친척집을 전전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9번의 전학을 다녔다. 잦은 이사와 전학. 어린 정씨에게는 또래들과 어울리는 일도, 어른들의 눈칫밥을 삼키는 일도 버겁기만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정씨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어도 결코 손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정씨가 품어온 꿈이었다. 정씨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가난과 고독 속에 살아왔던 정씨는 자신에게 결핍된 사람들의 애정과 환대를 갈망했다. 그는 스타가 되어 부와 명예를 얻는 모습을 상상하며 힘든 유년 시절을 악착같이 버텨냈다.

열한 살이 된 어느 날 정씨는 아버지 소식을 어른들의 어깨 너머로 듣게 된다. 아버지가 바다에서 실종돼 사망 처리 됐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중 절반은 이복동생에게 돌아갔다. 나머지 절반은 고모가 챙겼다. 정씨를 키워준다는 명목이었다. 정씨는 고모 일가와 함께 남미로 이민을 떠났다.

정씨는 이민 초기 낯선 문화와 사람들에 나름대로 잘 적응해갔다. 그는 한인교회 찬양부 활동을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가수가 되기 위해서였다. 정씨는 찬양부에서 음악을 배우고 평소 좋아하던 악기를 다루는 방법을 익혔다.

순조롭던 이민생활은 잠시뿐이었다. 불우한 유년 시절로 굳어진 내성적 성격과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열등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휩싸인 정씨는 갈수록 난폭해졌다. 학교에 흥미를 잃고 툭 하면 폭력적 성향을 드러냈다. 학교는 정씨에 퇴학을 통보했다.

열정의 땅 남미는 정씨에게 메마른 사막과도 같았다. 힘겹고 외로운 이민생활에 음악도, 종교도 정씨의 내면에 뿌리 깊게 박힌 상처를 치유해주지 못했다. 한국에서 자행됐던 어른들의 억압적 태도는 남미에서도 이어져 정씨를 더욱 고통에 몰아넣었다.

생채기 가득한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던 정씨는 우연히 대마초를 접하게 된다. 당시 정씨에게 마약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그러나 쾌락은 일시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씨는 더 많은 대마초를 필요로 했다. 마약 투약이 반복되자 각성 작용이 둔화돼 기존의 복용량으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층 강력한 자극을 필요로 하던 정씨는 코카인에도 손을 댔다. 마약을 벗삼아 지내던 세월이 쌓여 정씨는 어느덧 18살이 됐다.

정씨는 홀로 한국에 귀국했다. 새 출발을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이민생활에 감흥을 잃은 지 오래였던 데다 친척들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정씨는 가슴 한편에 여전히 자리 잡은 가수의 꿈을 실현코자 조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정씨가 수중에 쥐고 있던 돈은 100만원. 정씨는 온갖 일자리를 섭렵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귀국 후 2년이 지나 스무 살을 맞은 정씨.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오디션을 통해 음반 기획사에 캐스팅된 것이다. 가수의 꿈에 한 발 다가간 정씨는 기쁨을 만끽하며 연습에 몰두했다. 귀국 후에도 마약을 잊지 못한 몸과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마약을 원할 때마다 꾹꾹 참아내고 꿈을 향해 달려갔던 시간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약은 또 다시 정씨를 유혹했다. 주변 가수들의 권유로 당시 그들이 은밀히 남용하던 마약을 넘겨받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먹으면 음악적 자질이 극도로 높아진다”는 말에 넘어간 정씨는 일명 ‘땅콩’이라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에 삽시간에 빠져들었다.

‘땅콩’을 처음 복용했을 때 15개로 충분했던 약의 개수는 1년이 지나자 80개로 늘어났다. 하루에 한 번만 투약한 것도 아니었다. 2~3회 반복했다. 하루에 총 150여알을 먹었다. 입 안 가득 약을 털어 넣어도 약효는 하루를 채 못갔다. 정씨는 이틀 후 약을 다시 투약했다.

마약에 빠져들수록 가수의 꿈은 흐릿해져갔다. 평탄할 것만 같았던 음반 녹음은 점점 어려워졌고 여러 가지 불화가 생겼다. 정씨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마약을 포기하지 못했다.

급기야 정씨는 마약을 하겠다는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정신분열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상행동을 하다 경찰에 한차례 붙잡혔다 풀려났지만 또 소란을 피워 구속됐다. 두 번의 경찰서행 이후 정씨가 친척과 경찰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정씨는 정신병원에 2년 동안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정씨는 정신병원에서 보낸 2년여의 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병원에서 마약 중독을 치료했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갈망했던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정과 사랑의 감정을 조금씩 알아갔다. 교양서적과 종교경전 등 여러 책을 읽으며 병들었던 마음을 위로했다.

정씨가 입원 당시 TV에서 본 어느 가수의 마약 재활 수기 역시 정씨로 하여금 마약을 끊을 의지를 다지게 한 계기 중 하나였다. 정씨는 마약을 이겨내기 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현재 훌륭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를 보며 덩달아 감격이 북받쳐 올랐다.

“마약의 ‘마’자는 ‘악마’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요.” 정씨는 말한다. 마약은 ‘악마의 약’이라는 뜻일 거라고. 정씨에게 음악적 감성을 선사하고 고통과 시름을 잊게 해준다고 믿었던 마약은 지금 세상 어느 것보다도 무서운 존재로 탈바꿈했다.

정씨는 마약 단약은 힘들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약 중독자가 마약의 허무함과 무상함을 깨닫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면 마약을 끊을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가 생긴다고 확신한다.

마약 단약에 성공한 정씨는 화목한 가정생활과 조화로운 사회생활을 꿈꾸며 세상을 향해 한 발 더 내딛고 있다. 또 잠시 잃어버렸던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2년 전 병원에서 봤던 한 가수의 멋진 성공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hwyo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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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홍콩ELS 불완전판매 인정 안 해 [서울=뉴스핌] 정광연·박민경 기자 = 2조원 규모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2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민사소송에서는 은행 등 판매사가 잇따라 승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 투자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재투자자'에 대해서도 은행 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금융당국과 달리, 법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투자자 책임을 명확히 했다. 향후 과징금 부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뉴스핌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 16일 홍콩ELS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투자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소송은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으로, 개인 소송으로는 청구 금액이 크고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원고 측은 ▲ 은행이 해당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 ▲은행이 자율배상을 진행한 것은 법적 과실(불완전판매)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위험투자(원금손실)를 원치 않은 고객에서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은행측의 손실 배상을 요구했다. 법원은 해당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투자자의 과거 투자 이력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이 사건 상품 가입 이전까지 12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주가연계펀드(ELF)에도 2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다"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은행이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홍콩ELS 가입자 대부분이 재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홍콩ELS에 투자한 전체 고객 중 최초 투자자는 8.6%에 불과하며, 나머지 90.8%는 과거 ELS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ELS 상품의 구조상 과거 투자 경험이 있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주가 연계 구조를 이해하고 수익과 손실을 경험한 뒤 재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6.01.28 peterbreak22@newspim.com 반면 금융감독원은 과거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도 원금 손실의 30~65%를 자율배상하도록 하고, 투자 경험이 많을수록 2~10%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안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배경이다. 법원의 판단은 이번 판결에 그치지 않고 유사한 ELS 관련 분쟁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지난해 9월 금융사와 투자자 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투자자가 여러 차례 ELS 상품에 가입했고, 스스로 하락 한계가격(낙인 배리어) 등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사가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ELS 특정금전신탁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2016년 이후 동일·유사한 구조와 위험 등급의 ELS 상품에 19차례 가입한 이력이 있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2차 제재심을 앞두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은행권은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최대 75%까지 감면이 가능하며, 은행들은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기대만큼 감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법원 판결이 제재심은 물론,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 간 법적 공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재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법원 판결 역시 최종심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보고 있다. 과징금 감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pmk1459@newspim.com 2026-0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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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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