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마약중독자의 고백⑰] 중독 치료의 모든 것..국립부곡병원을 가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예상과 달리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낙후된 시설은 '옛말'
약물 치료·심리상담·인지행동치료 등 전문적 요법 병행
"마약은 개인의 의지로는 결코 끊을 수 없어"..전문가 도움 받아야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창녕=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외견상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는 이 병원에는 마약중독자들을 위한 독립적인 ‘치료병동’이 있다. ‘마약 중독은 질병’이라는 인식조차 없던 1997년 마약 중독 진료소(200병상 규모)를 개소해 20년 넘게 운영되는 병동이다. 현재는 이영렬 병원장을 비롯해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신경과 전문의 등 10여 명의 의료진이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16일 오후 찾은 국립부곡병원은 예상과 달리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병원 본관 로비에는 환자를 만나거나 접수를 하기 위해 대기하는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창문에 철창이 설치돼 있거나 건물이 폐쇄된 형태가 아니라는 점 역시 의외였다.

환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꾸며놓은 국립부곡병원 내 야외휴게시설의 모습 [사진=임성봉 기자]

본관 건물에서 야외휴게실을 지나 계단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약물중독 진료소’ 병동이 나온다. 병동을 중심으로 곳곳에는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다.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 측이 신경 써 마련한 시설들이다.

이 병동 1층 로비에서는 최신 가요를 비롯해 인기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복도 한쪽에는 환자들이 직접 꾸민 형형색색의 종이도 걸려 있었다. 종이에는 ‘피어올라라 너의 꿈과 함께’, ‘우산이 되어줄게’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병원은 마약 중독자들과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장옥진 국립부곡병원 의료부장과 정경애 중독진단과 주무관을 만나 병원 이용과 중독 치료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약 중독, 치료 가능하다고?

마약 중독 치료의 핵심은 ‘인식의 전환’이다. 먼저 마약 중독자 스스로가 중독을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중독자들의 가장 큰 오해는 ‘마약을 자신의 결심이나 각오로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필로폰 등 향정신성 마약류는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도 뇌의 신경 기능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의지만으로는 단약(마약을 끊는 일)이 불가능하다. 마약 중독을 ‘질병’이라고 인식하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일이 치료의 첫걸음인 셈이다.

장 의료부장은 “다리가 부러지면 정형외과를 찾고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를 가듯 마약에 중독되면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한국 사회에서 마약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범법행위에만 집중돼 있어 이를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독 당사자나 가족은 별로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부곡병원에서는 총 5주 동안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약물 교육 등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중 약물치료는 금단증상을 완화하고 망가진 뇌 신경 등을 회복시키기 위한 요법이다. 중독자가 마약을 끊으면 우울과 불안, 분노와 절망감 등의 불편감이 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시 마약에 손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중독 치료 과정에서 금단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치료는 필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마약 중독 치료 요법 중 약물치료를 가장 핵심으로 꼽기도 한다.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내 약물진료소로 향하는 계단 [사진=임성봉 기자]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다시 마약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등의 프로그램이다.

퇴원 후 마약에 대한 유혹을 받았을 때 이를 거절하는 방법(노출 회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독자들이 마약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중독자들이 끊임없이 마약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단약을 위해 중독자들과의 관계를 끊고 숨어 살아도 마약 판매책들은 이들을 반드시 찾아낸다. 그리고는 눈앞에 마약이 든 봉지와 주사기를 꺼내 회복자를 유혹한다.

이 때문에 국립부곡병원에서는 중독자에게 마약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피하라’고 교육한다. 최대한 마약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불가피하게 노출됐을 경우 빠르게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끝으로 환자들이 마약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이는 중독치료에서 중요한 과정인데, 마약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을 정확히 이해해야 병원의 치료방법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중독자들은 마약 투약 전후의 ‘느낌’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국립부곡병원에 “내 의지와 달리 왜 자꾸 마약을 찾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며 찾아오는 중독자들도 많다.

장 의료부장은 “마약 중독은 결코 개인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던 한 환자는 TV에서 최근 마약 뉴스가 너무 많이 나와 힘들다고 찾아와 재입원했다”고 말했다.

◆마약 치료의 오해와 진실

적어도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병원’은 베일에 가려진 곳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독방에 감금된다거나 퇴원이 불가능하다는 식의 소문만 무성하다. 의사가 병원을 찾아온 중독자를 경찰에 신고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대표적이다. 이런 오해들이 켜켜이 쌓여 중독자들과 병원 사이에 담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이런 소문 대부분 낭설에 불과하다. 마약 중독자가 병원을 찾아오더라도 의료인이 이를 경찰에 신고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환자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고 중독 질병을 치료하도록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입·퇴원 과정도 중독자들이 아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국립부곡병원 입원 유형은 주로 자발적 입원이다. 국립부곡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우선 이들이 병원을 찾아오면, 외래 진료를 받고 5주 치료프로그램에 대해 안내받는다. 이후 본인이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입원 또는 외래진료 여부를 선택하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통상 입원치료를 받게 된다. 또 입원 수속시 보호자가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국립부곡병원을 찾는 중독자 중 상당수는 혼자 찾아온다.

16일 찾은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별관 전경. 이 병동에 '약물중독 진료소'가 위치해 있다. [사진=임성봉 기자]

이외에 법원으로부터 치료감호처분을 받아 오는 경우는 병원 내 ‘사법 병동’에서 별도로 생활하며 중독 치료를 받는다. 또 마약사범 특별자수 기간 동안 자수한 중독자가 경찰의 권유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입원 치료는 5주 동안 외출과 외박을 할 수 없지만, 원내에서 매점을 방문하거나 산책 등 기본적인 야외활동은 가능하다. 또 국립부곡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입원 중 느끼는 고립감을 해소하고 가족들과 자유로운 연락을 통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의료부장은 "마약 중독의 끝은 결국 자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독 질병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며 “전문적인 치료요법이 병행되지 않는 단약은 실패할 수밖에 없어서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에서는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의학적으로 연구된 자료가 극히 드문 것도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 등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오늘 '첫 청와대 국무회의'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이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세종실에서 케이티비(KTV)로 생중계되는 56회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어떤 발언을 하고 국무위원들과 어떤 발언을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본관에서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참모진과 아침 차담회(티타임)를 주재하며 주요 현안과 업무 계획을 보고받았다. [사진=대통령실] 청와대 이전 후 첫 국무회의가 대국민 생중계로 진행되고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이기도 해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고 내각에 주문할지 관심사다. 청와대 출근은 이튿날이지만 내각의 전체 국무위원이 모두 참석한다는 의미에서는 사실상 청와대 이전 후 이재명 정부의 첫 상징적인 대국민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첫 출근한 29일 오전 첫 일정으로 청와대 지하벙커인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안보와 재난 분야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청와대로 이전과 함께 집권 2년차를 시작하는 병오년 2026년 새해 공식 일정도 예정돼 있겠지만 다시 청와대 시대를 여는 첫 국무회의의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인 여민1관에서 주한 베냉공화국 대사 내정자 아그레망를 청와대 이전 후 첫 재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특히 국무회의 생중계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개성, 책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국민과 함께 국정의 철학을 공유하고 공직사회에 긴장도를 불어넣는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손꼽는 큰 성과 중에 하나다. kjw8619@newspim.com 2025-12-30 06:45
사진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일이며 실체파악 잘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0 yym58@newspim.com   2025-12-30 10: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