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양현아 명예교수가 1일 위안부 콘퍼런스에서 피해자 중심 연구를 강조했다
- 원민경 장관은 증언의 인권 가치와 자료 보존·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 학계는 위안부 문제를 식민지·군사주의 속 전시 성폭력으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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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메 유키 "공창제·식민주의·군사주의 장기 구조"
전후 성 관리 체제까지 잇는 국가책임 규명 필요
남성·성소수자 피해 포괄할 법적 정의 확대 주문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연구 대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연구의 방법이 되고 사물을 보는 시각과 법적 추론을 제공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양 명예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최로 열린 '2026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과 이를 토대로 한 연구·시민운동은 전시 성폭력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고 역사와 법을 피해자 중심으로 다시 구성하게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는 '전범재판의 젠더 공백과 그 이후―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시 성폭력 연구의 국제적 지평'을 주제로 열렸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전쟁 속 여성의 피해를 인권과 정의의 문제로 바라보게 했고 국경을 넘어 연구와 연대의 토대가 됐다"며 "피해자의 목소리가 법과 제도에 충분히 담겼는지, 사회가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고 관련 자료 수집·보존과 연구·교육을 강화해 그들의 삶과 존엄이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 명예교수는 국제형사법이 전시 성폭력을 전쟁 중 우발적 폭력이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전쟁과 집단학살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과정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중요한 참조점이 됐지만 이를 단순히 '인도에 반한 죄'로만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명예교수는 "식민지 조건을 배경에 두는 데 그치지 않고, 식민지성에 기반한 젠더 폭력, 식민지성에 기반한 전시 성폭력으로 개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 여성국제전범법정의 성과를 계승하려면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전쟁 시기의 고립된 범죄로만 보지 않고 공창제와 식민주의·군사주의, 전후 성 관리 체제까지 이어지는 장기 구조 속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지메 유키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2000년 여성국제전범법정은 일본군 성노예제를 중대한 국제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쇼와 천황에게 유죄를 선고한 점은 전시 성폭력에 대한 국제사법의 기준 형성에 기여했다"며 "그동안 피해로 인식되지 못했던 일본인 위안부의 경험을 법적 논의의 대상으로 가시화한 점도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후지메 명예교수는 일본 사회에서 일본인 위안부가 피해자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종군한 여성 또는 '수치스러운 직업'에 종사한 사람으로 취급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근대 공창제, 식민주의, 군사주의가 결합한 장기 구조 속에서 봐야 한다"며 "패전 직후 일본 정부가 점령군을 위한 성적 위안시설 설치를 지시하고 경찰 주도로 시설을 조성한 사실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 성폭력과 성 관리 체제의 연속성을 살피되 그 과정에서 각 시기와 국가의 책임이 희석되지 않도록 역사적 차이와 책임 구조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장원아 역사문제연구소 자문단 연구실장은 일본 정부가 1945년 8월 18일 점령군을 위한 성적 위안시설 준비를 지시하고 이후 특수위안시설협회(RAA)가 만들어진 과정을 거론하며 "전후 성 관리 체제의 재편을 사료로 규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 연구실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기지촌 여성 피해자 운동의 연대에 대해서도 "미군 위안부 피해자의 경험이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쉬운 방식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대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작동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드니 리 스미스 프린스턴대 안보학 박사과정 연구자는 국제형사법이 전시 성폭력을 피해와 가해의 다양한 양상을 포착하는 젠더 포괄적·피해자 중심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연구자는 "전시 성폭력을 '전쟁의 무기'라는 하나의 틀로 해석하면 남성 피해자, 여성 가해자, 기존 젠더·민족 구도에서 벗어난 피해를 법적으로 주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연구자는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의 비공개 처리 증언 4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증언의 7%에서 남성 피해자가 언급됐다고 밝혔다.
그는 "강간을 성폭력의 기본 유형으로 삼는 좁은 분류 체계만 적용했다면 이들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을 며 "전시 성폭력의 법적 인식을 국가안보에서 개인안보로, 고정된 이분법적 정체성에서 다양한 행위자의 스펙트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은진 UCLA 젠더학 박사과정 연구자는 "대안적 법·연구 프레임은 젠더와 민족을 단지 더 유동적인 범주로 이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두 범주가 교차하면서 특정한 폭력 양식과 가해·피해의 위치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까지 포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자는 "성소수자나 성·젠더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를 표적으로 삼는 성폭력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법적 정의와 증언 수집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제도처럼 식민 지배가 안정화된 뒤 벌어진 체계적 성폭력은 더 이상 '분쟁'으로 인식되지 않아 분쟁 관련 성폭력의 범주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무엇을 성폭력으로 정의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전쟁과 분쟁으로 규정할 것인지까지 확장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