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증권·금융 주식

속보

더보기

부부가 만든 공동재산인데...왜 배우자는 상속세 내나?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남편과 부인 중 1명 사망시 남은 배우자가 상속세 내
미국·영국·프랑스 등 상속세 제도 국가도 배우자는 면세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남편과 부인 중 1명의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게 과연 정당한 걸까? 최근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부과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상속세 제도가 있는 국가에서조차 배우자 상속세는 전액 면제이기 때문이다. 아예 상속세 자체를 폐지한 나라도 많다.

우리나라는 배우자가 사망하면 남편이든 부인이든 어느 한쪽은 상속세를 내야한다. 다만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길고 남편 명의로 재산을 등록한 경우가 많아, 배우자 상속세 부과 문제는 여성한테 불리한 사례가 많다. 

◆ 앞뒤 안 맞는 이혼 재산분할과 배우자 상속세

그런데 왜 선진국들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걸까? 배우자를 상속재산의 공동 소유자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배우자마저도 상속재산을 이전 받는 피상속인으로 보는 게 선진국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게다가 한국의 증여∙상속세 최고과세율은 무려 50%로 OECD 국가 중 일본의 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상속세의 근본취지는 '부의 대물림을 막아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강화'하는 데 있다. 부자 아빠에게 상속받은 재산은 '불로소득'이라는 개념이다. 따라서 세대 간의 부가 이전되는 자녀에 대한 상속세 부과는 꼭 필요하다. 단지 얼마나 적절한 세율을 적용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부과는 그 논리 자체가 상당히 부실하고 상식에서 벗어난다. 실질적으로 남편이나 부인의 '상속재산'은 '혼인 중에 부부간의 협력으로 이룬 공유재산'인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법 제 829조의 '부부 별산제'를 적용해 배우자에게도 상속세를 부과한다.

반면 이혼 시에는 이 '부부 공유재산'이 애초부터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남편과 부인이 절반씩 나눠 갖더라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재산을 이전한다는 개념'보다는 '원래의 각자 몫을 분할한다는 개념'에 더 가깝다.

부부는 사실상 경제공동체다. 이미 두 사람이 오랜 시간 같이 생활을 영위하며 늙어가다가 1명이 먼저 사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부부 별산제'를 적용해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제도는 비합리적이다. 이혼 시의 재산분할제도와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앞뒤도 맞지 않는다.

◆ 배우자 상속세율도 최고 50%? 이중과세도 문제

특히 배우자 상속세의 문제는 자녀 상속세율과 동일하게 최고 50%의 상속세율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배우자는 법정 상속비율 한도 내에서는 최대 3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바로 '배우자 인적 공제 제도(5억~30억원)' 덕분이다.

하지만 이는 무려 28년 전인 1996년도에 결정된 금액이다. 과거에는 큰 공제액이었지만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다. 28년 전의 30억원과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폭락한 지금의 30억원은 가치가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부부가 합심해서 100억원의 재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이 재산은 모두 남편의 것일까? 설사 명의는 남편으로 돼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부부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만약 남편이 100억원을 남기고 사망하게 된다면 상속세를 얼마나 내야 할까?

피상속인이 2명(부인과 자녀 1명)인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법정 상속비율대로 60%와 40%의 비율로 상속받는다면 최종 상속세는 약 27억1000만원이 부과된다. 배우자공제를 활용해 상속세를 최대한 줄인 게 이 정도다.

그런데 예시처럼 배우자 법정상속비율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의 문제점은 바로 이중과세다. 이미 1차적으로 막대한 상속세를 낸 부인마저 10년 뒤에 사망할 경우 남은 자녀에게 또 다시 고율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이런 이중과세 문제를 피하고자 부인이 애초에 상속 받을 때부터 본인 몫을 충분히 챙기지 못하고 자녀에게 합의상속 비율을 더 높여주는 경우도 많다. 만약 부인이 상속재산 100억원의 법정상속비율 60%의 절반인 30%만 상속받고 나머지 70%인 70억원을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이중과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그런데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자녀에게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비율보다 더 많이 몰아줄 경우 홀로 남은 남편이나 부인의 평안한 노후생활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공동으로 노력해 재산을 형성한 배우자에게 고율의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삼성의 故 이건희 회장이나 넥슨의 고(故) 김정주 회장처럼 1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부자의 배우자들에게는 상속세가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 이런 경우 고작 30억원의 배우자 인적 공제는 아예 의미가 없어진다.

◆ 삼성 그룹 사상 최대 12조원 상속세 폭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20년에 별세한 후 남긴 상속재산 중 주식재산은 약 19조원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배우자인 홍라희 여사는 이 중 약 5조4000억원의 지분을 물려받았다. 주식의 경우 최고과세율 50%에 대주주 할증과세율 20%까지 얹은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배우자인 홍라희 여사에게 60% 상속세율로 무려 3조10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홍라희 여사는 삼성그룹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동으로 재산을 키운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세율 구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만약 홍 여사가 주식을 팔아 상속세 3조1000억원을 완납했다고 가정해도 남은 2조3000억원의 주식지분을 미래에 3남매가 재 상속받을 경우다. 10년 이내라면 기간에 따라 '단기 재 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년 이후부터는 또 60% 최고세율로 약 1조40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결과적으로 배우자에게 5조4000억원의 주식재산을 상속할 경우 이중과세 문제까지 더해져 약 4조5000억원이 국가에 귀속되고 자녀들에게는 1조원만 상속되는 셈이다. 아버지에게서 자녀로 한 세대 간 재산이 이동했을 뿐인데 실제로는 60%의 상속세를 두 번 부과해 무려 80%가 넘는 상속세 폭탄을 맞게 된다. 기형적인 구조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는 주식담보대출과 보유주식 일부 매도를 통해 매년 분납 형태로 힘겹게 상속세를 납부하는 중이다. 주식 외 다른 재산까지 합친 전체 상속세는 무려 12조원이 넘는다. 한국의 상속세 제도가 너무 가혹하다고 비판 받는 이유다.

◆ 넥슨 경영 참여한 배우자의 상속세 폭탄

또 다른 거액 상속세의 대표적 사례인 넥슨의 상속과정도 논란이 많다. 고(故) 김정주 넥슨 회장이 2022년에 별세한 후 남긴 상속재산은 넥슨 그룹의 지주회사인 NXC 지분 69.49%가 대부분이다.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주식 상속 전에는 배우자인 유정현 NXC 이사회 의장이 29.43%, 두 자녀가 각각 0.68%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김정주 회장의 지분은 유정현 의장에게 4.57%, 두 자녀에게 각각 30.78% 상속했다. 상속절차가 완료된 후 최종적인 NXC 지분율은 배우자인 유정현 의장이 34%, 두 자녀가 각각 31.46%로 늘어났다.

하지만 넥슨 역시 최고과세율 50%에 대주주 할증과세율 20%까지 얹은 60%의 상속세율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결국 정부에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했다. 물납한 NXC 지분은 무려 29.3%로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두 자녀의 지분율은 반 토막이 났다.

이런 넥슨의 사례는 이례적인 상속세 주식 물납 형태와 정부의 NXC 주식 매각 시도가 번번히 실패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점은 넥슨의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 온 배우자 유정현 의장의 상속지분이 삼성그룹 상속 때와는 달리 매우 작다는 점이다. 이는 이중과세를 피하고자 부득이 대부분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몰아 줄 수밖에 없었던 현실 때문이다.

김정주 회장의 NXC 지분 67.49%는 온전히 다 김정주 회장의 것일까? 혼인 중에 부부간의 협력으로 이룬 배우자 기여분도 상당할 것이다. 특히 배우자인 유정현 의장은 넥슨의 초창기부터 2000년 초반까지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맡으며 경영에 관여해 왔다.

그럼에도 유정현 의장은 아무 기여도가 없는 자녀들과 동일하게 무려 60%의 상속세율을 감당해야 했다. 지금의 배우자 상속세 제도가 불합리한 이유다.

◆ 과도한 배우자 상속세 여성에게 불리...위장이혼 부추겨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 경영권을 위태롭게 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재벌 이야기는 그저 남 얘기다. 그렇다면 재벌이 아닌 중산층이나 부유층에게 상속은 어떤 의미일까? 배우자가 남긴 상속재산은 남은 여생을 살아갈 소중한 생계비다.

통계청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 79.9세, 여자 85.6세로 여자가 남자보다 5.7살 더 오래 산다. 또 현재의 60대나 70대들이 결혼할 당시에는 여자 나이가 남자보다 약 4살 적은 게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보면 부인들은 남편 사망 이후에도 10년 이상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재산분포는 남편에게 집중된 경우가 많다. 특히 가부장적 문화가 보편화된 시기에 결혼생활을 한 지금의 60~70대 여성은 남편 명의로 재산이 등록된 경우가 많다. 그 당시는 아파트 공동명의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다. 결국 지금의 배우자 상속세 제도는 여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상속세의 본래 취지는 과도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제도다. 재산 형성과정에서 아무 기여가 없는 자녀에게 부과되는 상속세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혼인 중에 부부간의 협력으로 이룬 재산'을 단지 배우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약탈적으로 부과하는 지금의 '배우자 상속세'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이혼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재산을 분할하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혼과 상속 간의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위장이혼 시도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위장이혼의 경우 조세회피 목적의 재산분할 규모가 과대한 경우 조세법상 '실질과세 원칙'에 의거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

정부는 왜 미국, 영국, 프랑스가 배우자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불합리한 세금 정책으로 위장이혼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이제 모순적인 '배우자 상속세'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longinu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사진
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