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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시론] 금리 인상 또 다시 실기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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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압박 때문에 못올리면 무책임하다

[서울=뉴스핌] 이석중 에디터 =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깊은 고민에 들어간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탓이다. 올들어 세 번째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는 기존 1.75~2.00%에서 2.00%~2.25%가 됐다. 연준이 12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1%로 상향할 정도로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하고 있다. 이로써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는 0.75% 포인트로 확대됐다. 미 연준이 연말에 한번 더 인상하고, 한은이 연내 동결한다면 금리차는 1%포인트로 벌어진다.

◆ 갈수록 확대될 한·미 금리차 내버려 둘 건가

한은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한미 금리차 확대에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고, 당장은 외국자금의 이탈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하는 자세는 너무 안이하다.

그렇다면 내년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제롬 파월 FRB 의장은 "미국 경제성장세가 견조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고, 시장은 내년에도 세 차례의 기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2.00~2.25%에서 내년말에는 3.00~3.25%로 1%포인트 더 올라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미간 금리 차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아직은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어서 견디고 있지만 금리 차가 확대될 수록 금융시장 불안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환율 등 다른 요인으로 우려했던 자본 유출은 없었지만 금리 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장담키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6년의 경우 한미 기준금리 차가 1%포인트로 확대되자 8조2000억 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때마침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발표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도 “한미 간 금리 격차가 0.25%포인트 더 커지면 외국인 투자 자본 15조 원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 유입된 단기 자본인 포트폴리오 투자 8조 원, 직접투자 7조 원 등 총 15조 원 정도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총생산의 0.9%에 달하는 것으로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새로운 지표 악화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한은 금통위는 10월(18일)과 11월(30일) 두차례의 금리 인상 기회가 있다. 한은은 다음달 12일 발표될 고용지표와 9월중 각종 경제관련 통계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 금리 인상, 더 늦출 여유가 없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는 크게 경기와 가계부채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 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7일 "앞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은 거시경제 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 총재가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불균형 축적 가능성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까지 봐야할 할 변수가 많이 있다"고 언급한 점이다. 고용 쇼크 등 거시경제 지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다음달 발표될 9월 취업자 수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석 연휴라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8년 8개월 만의 취업자 수 감소 충격은 감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취업자 수 '마이너스' 외에 한은이 다음달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의 2.9% 보다 더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금으로서는 2.8% 성장도 쉽지 않다.

실제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9%로 낮췄고,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을 2.7%로 하향조정했다.

성장률이 낮아지는데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한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다고 한국의 경제상황이 쉽사리 나아지기는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어서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우려할 만 하다. 통화당국으로서는 17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과열 양상은 금리 동결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의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은이 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해 시중의 유동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집값 급등의 빌미를 줬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은이 정치권의 외압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가당치 않다. 여권에서 한은이 집값 급등에 일정 책임이 있다며 금리 인상을 요구한 데다 최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마저 나서 "(금리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압박을 금리인상 회피의 이유로 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통화당국의 결정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당의 경우 야당 시절 여권의 금리 관련 발언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을 잊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외압을 이유로 10월이 아니라 11월에 기준금리를 올린다거나, 내년 초에 인상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지금은 한은의 자존심을 따질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julyn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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