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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비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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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27)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는 매우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그림이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인 이 그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지만, 알려진 이후에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 그림 앞에는 늘 관람객이 줄을 서지만, 그중에서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머리에 터번을 두른 그림 속의 소녀는 묘한 눈빛과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누군가를 쳐다보기 위해서 왼쪽 어깨를 틀어 고개를 돌리고 있다. 왼쪽 귀에 걸린 진주가 하얀 옷깃에 반사된 듯 맑고 투명하게 빛난다. 커다란 눈동자와 살짝 벌어진 입술, 무언가를 동경하는 듯한 표정을 지닌 이 아름다운 소녀는 보는 이들에게 비밀스러움이 깃들인 신비감을 주고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북유럽의 모나리자’, 또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린다.
그림 속의 소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 그리고 이 그림이 지닌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 이 그림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가 잇달아 만들어졌다. 이후 그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한층 더 커지게 된다. 다음은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를 주연으로 2003년 제작된 같은 이름의 영화 줄거리이다.

“그리트(스칼렛 요한슨 분)는 1660년대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16세 소녀이다. 집안이 어려워지자 그리트는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콜린 퍼스 분)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다.
주인과 하녀의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페르메이르와 그리트는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페르메이르는 그리트가 그림에 관심이 많고 색채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예술적인 소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페르메이르는 그리트가 물감을 섞거나 그림 작업을 돕도록 가르친다. 자연히 둘만의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페르메이르는 시기심 많은 아내 카타리나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비밀스러운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트는 페르메이르의 후원자인 반 라이벤에게 심부름을 가게 된다. 청순한 그리트에게 음흉한 생각을 품게 된 라이벤은 페르메이르에게 그녀의 초상화를 그릴 것을 종용한다. 페르메이르는 후원자의 종용에 더하여 아름다운 그리트를 화폭에 옮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를 승낙한다. 페르메이르의 초상화 작업은 가족들은 모르게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그 와중에 반 라이벤은 그녀에게 정욕을 느끼고 겁탈하려고 하지만 그리트는 저항한다.

초상화 바탕작업이 끝나갈 무렵, 페르메이르는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리트의 한쪽 귓불을 뚫고 아내의 진주 귀걸이를 걸어준다. 이를 우연히 엿보게 된 페르메이르의 딸아이가 엄마인 카타리나에게 사실을 부풀려 고자질한다. 그래서 카타리나는 페르메이르가 하녀 그리트를 모델로 비밀스레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욱이 그리트가 자신의 귀걸이를 걸고 모델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카타리나는 완성된 초상화를 보고 분노하였다. 페르메이르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를 책망하였다. 그러나 카타리나는 결국 그리트를 집에서 쫓아낸다. 집을 나가기 전, 그리트는 페르메이르를 몰래 지켜보다가 집을 떠난다. 얼마 후 그리트에게 소포 꾸러미가 하나 배달된다. 그 안에는 그녀가 잠시 걸었던 그 진주 귀걸이가 들어 있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캔버스에 유채, 44.5x39cm <사진=네덜란드 마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

영화는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사실에 기반을 두었다기보다 그림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린 상상 속의 이야기이다. 이처럼 그림과 소설, 영화를 통해 그림 자체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뜨겁지만, 정작 그림을 그린 작가 페르메이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페르메이르는 남긴 작품 수가 40점이 채 되지 않는데다가 미술작가들이라면 으레 한 점 이상 그리는 자화상조차 하나 없다. 일기나 편지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름조차도 2가지 다른 설이 있다. 하나는 요하네스(Johannes Vermeer)이고, 다른 하나는 얀(Jan Vermeer)이다. 이처럼 그는 꽤 오랜 세월 동안 존재감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그의 존재가 평론가들에 의해 재발견되기 시작했다. 이후 평론가들의 오랜 연구 끝에 그에 관한 사실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되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1632~1675)는 1632년 네덜란드의 델프트에서 출생하였다. 원래 견직공으로 일하다가 그 후 여관을 운영하면서 부업삼아 계속 견직공 일도 이어 나갔다. 화가로서는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영향을 받았는데, 두 사람 사이가 사제관계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1653년 델프트의 화가조합에 등록한 그는 같은 해 카타리나 포르네스와 결혼하였다. 이들은 무려 11명의 아이를 낳았다. 페르메이르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화가뿐만이 아니라 화상(畵商)으로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그의 삶에는 시련이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화가로서의 입지는 그가 태어나고 살았던 고향 델프트 밖에서는 거의 무명이었다. 그가 남긴 작품 수가 채 40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43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었으니 몸이 약했을 수도 있고, 작품의 치밀함으로 보아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색조(色調)가 아주 뛰어나다. 적색· 청색· 황색의 절묘한 대비로 그린 실내 정경은 마치 북구의 어느 맑은 날 새벽 공기를 생각나게 한다. 맑고 부드러운 빛과 색깔의 조화로 조용한 정취와 세밀함이 넘친다. 초기에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데 만년에 갈수록 이 런 경향이 엷어진다.
페르메이르가 남긴 작품들은 거의 소품들로 평범한 일상사 속의 여인들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그의 대표작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외에도 《편지를 읽는 여성》, 《우유 따르는 하녀》, 《터번을 쓴 소녀》, 《레이스를 뜨는 여인》 등이 이런 부류들이다. 불과 2점이지만 풍경화도 있는데, 헤이그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델프트 풍경》은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밖에 종교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다.

페르메이르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것들 중에는 위작(僞作)이 다수 있다. 그의 생애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해서 위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연합군은 나치가 약탈해둔 예술품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치 고위간부였던 괴링의 컬렉션도 발견되었는데, 그중에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페르메이르의 작품도 있었다.
《간음한 여인과 그리스도(Christ with the Adultress)》란 작품도 그 중 하나였다. 미술전문가들은 페르메이르의 신작이 발견된 사실에 크게 흥분하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어떻게 괴링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는지를 조사하게 된다. 조사 결과 한 판 메이헤른(Han van Meegeren)이라는 무명 미술가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결국 메이헤른은 국보급 미술품을 나치에게 팔아넘긴 혐의와 나치에 협력한 죄로 체포되었다. 그 죄가 위중하여 자칫 사형을 받을 수도 있었다.
조사를 받게 된 메이헤른은 문제의 그림들은 진짜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경찰은 메이헤른에게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면 직접 위작을 만들어 보라고 요구하기에 이르게 된다. 결국 메이헤른은 3개월간 가택 연금을 당한 채로 경찰의 감시 아래 《신전에서 설교하는 젊은 예수(Young Jesus preaching in the Temple)》이라는 마지막 위작을 만들었다.
이후 위작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까지 꾸려졌다. 조사 결과, 페르메이르가 살던 17세기에는 쓰이지 않았던 코발트블루가 위작에서 발견되었다. 이것으로 메이헤른의 그림은 모두 위작임이 증명되었다. 결국 메이헤른은 나치에게 국보급 미술품을 팔아넘긴 매국노가 아니라, 나치까지 속여 넘긴 사기꾼이 된 셈이었다.
사실 메이헤른은 다수의 페르메이르 위작을 만들었다. 처음 그가 위작을 만들었을 때는 예술비평가들을 골탕 먹이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위작이 예상외로 고가에 팔리게 되자 나중에는 돈벌이 목적으로 위작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세상이 어수선했던 때라, 아무도 판 메이헤른이 만들어낸 가짜 그림에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페르메이르는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렘브란트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렘브란트는 페르메이르보다 한 세대 위인데다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그는 강렬한 빛과 명암의 마술로 인간의 심연을 통찰하는 대 미술가로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반면 페르메이르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렘브란트가 세상을 떠난 후 불과 6년 만에 43세로 요절한다. 이처럼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가로서의 존재감이 달랐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이 두 사람은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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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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