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⑭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기사입력 : 2023년03월07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08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신뢰 사회의 뿌리를 찾아

가을이 깊어 가던 주말, 벨소리에 문을 열고 나가보니 옆집 할머니께서 서 계셨다. 수확한 돼지감자로 죽을 여유 있게 끓였는데 함께 식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신다. 아내와 흔쾌히 수락하고 곧 따라 나섰다.

스웨덴 사람들은 가족 아니면 식사를 초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웃이 불쑥 찾아 와 바로 식사를 하겠느냐고 묻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식사를 권하는 것조차 실례라 생각한다. 궁금해 옆 집 노부부께 직접 여쭤 보니 의외의 답변을 주셨다. 초대한 경우를 제외하고 방문한 손님에게 식사를 하겠느냐고 권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했다. 물어보더라도 거의 십중팔구는 정중히 거절한다고 했다. 그것이 습관이고 예절이기 때문이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음식을 권하지 않는 문화는 사실 배려의 정신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독교적인 전통이 있는 국가에서 식사는 가족의 작은 예식이었다. 가족끼리 손잡고 감사기도를 드리는 예식.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식탁에서 서로 나누며 식사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식사 자리에 가족 외의 사람이 같이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가족의 예식을 깨는 행위로 생각할 수 있다. 요즘 같이 종교적 색채가 옅어진 스웨덴 가정의 경우도 웬만해서는 찾아온 손님에게 식사를 권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티타임이라고 하는 피카(fika)는 다르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커피나 차 한 잔 하겠느냐고 묻는 것이 문화다. 한약보다 진한 커피와 함께 7가지 과자(sju sorters kakor)를 먹거나 불레(bulle)라고 하는 단 빵을 먹는 것이 피카 문화의 일부다. 커피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식사시간이 되기 전 떠나 주는 것이 예의다. 그렇다면 옆 집 노부부께서 우리를 예정에도 없던 식사에 초대해 주시는 것 자체가 가족처럼 대해 주신다는 의미이자 큰 배려이기도 했다.

스웨덴 국민성의 특징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세계의 가치정향과 행동양식을 비교한 세계 가치정향 연구(World Value Studies 2022)는 스웨덴 국민들의 문화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잉엘하트와 벨젤의 2022년 연구는 네 가지 개념에 기초한다. 첫 번째로 전통적 가치다. 종교의 중요성, 부모-자녀 간 친밀성, 전통적 가치와 권위를 강조하고 이혼, 낙태, 안락사와 자살과 같은 사회적 현상에 부정적이며, 민족주의적 성향도 매우 강하다. 두 번째로 세속적이며 합리적인 가치다. 전통적 가치의 반대쪽에 위치한 성향으로 이혼, 낙태, 안락사, 자살 등에도 개인의 선택적 자유로 인정하는 사회로, 민족주의적 성향보다 문화적 개방성을 강조한다. 세 번째로 경제와 물리적 안전에 중심을 둔 생존적 가치다. 인종적 시각이 강하고 신뢰와 사회적 관용이 낮아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인종적 폐쇄성도 강하다. 네 번째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높고 타문화에 대한 관용이 높아 자기표현적 가치성향이 강하다. 이 가치는 외국인, 동성애자, 성평등, 정치 및 경제적 평등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문화적 특징을 가진다.

종축은 위로 올라갈수록 종교와 전통적 가족의 가치, 종교보다 이혼, 낙태, 안락사 등의 개인 자율권을 강조하고 횡축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을 신뢰하고, 타문화에 대한 관용이 높다.

그림에서 보듯 가장 오른쪽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나라들이 신교국가들이다. 자율, 관용, 다문화, 성평등, 신뢰 등이 모두 높은 그룹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스웨덴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오른쪽 위에 위치하고 있어 자율, 자유, 신뢰, 관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분류된다. 이 같은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3년간 대학에서 초중고 사회교육계열 학부장직을 수행하면서 전국 회의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2011년 교육과정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전국에서 모인 24명의 학부장들이 1년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토론의 핵심은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에 맞춰졌다. 이 전국협의체에서 논의를 바탕으로 건의된 사항에 따라 사회교육 정책지침으로 결정된 2011년과 2022년 사회교육과정 규정(Lgr22)은 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사회교육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을 발전시키는데 목적을 둔다. 교육을 통해 민주적 핵심 가치와 결정과정, 사회, 정치, 경제, 사법, 언론과의 관계와 틀을 습득하도록 한다.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비판적 시각을 갖도록 한다."

새로 만들어진 사회교육과정은 다음의 구체적 실행목표를 가지고 있다. 큰 틀로 4가지를 나눠진다.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의 삶, 세계적 시각으로 본 생명, 현실을 조망하는 틀 내 주위부터 세계적 공간까지 학생들이 체화 할 수 있도록 다음의 내용을 학습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국내 및 국가간 발생하는 이주의 원인과 영향
교우, 생물학적 성별과 연계된 역할
도덕과 생명 등의 이해
문화와 자연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지역 사회
지역 내 직업군 이해, 직업인의 역할
다양한 교통상황 속에서 필요한 행동
인간을 위한 자연과 환경의 공간적 조건
생활과 직결된 환경문제
모든 종교의 상징, 축제, 성서들의 내용 숙지
고대사, 신화, 사미족 토속종교
인권 및 만민 평등 개념 (유엔인권선언, 아동인권선언), 아동의 권리, 표현의 자유, 의사의 자유, 학교와 사회에서 다수결의 의미
화폐의 사용과 가치, 생필품 가격
언론에서 다뤄지는 사회적 이슈의 숙지
정보접근의 방법론 (문자정보획득, 인터뷰, 관찰 등)
지구의로 세계를 보기 (물리적 지구의와 전자지도까지)
머릿속으로 내 주위부터 세계를 보기
시간의 개념 (과거, 현재, 미래)

초등학교 사회교육은 전인 인간으로서의 교육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편향되지 않고 치우치는 않는 사회를 조망하며 스스로 사회를 보편적 시각, 객관적 비판,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비판, 공동체 속의 나를 정립하는 교육이다. 이 교육이 담아내고자 하는 지향점은 정치학에서 정의하고 있는 시민성의 5가지 요소다.

스웨덴 시민들의 봉사활동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민정신의 5가지 요소

첫째, 참여와 책임(Voice and accountability)다. 대표를 뽑아 작동하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참여는 매우 긴요한 요소다. 참여도가 낮은 선거에서 뽑힌 대표는 정당성을 갖기 힘들다. 이렇게 참여를 해 뽑은 대표가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모니터링하고, 잘 할 때는 격려와 감사를 표시하고 자기가 뽑은 대표가 약속한 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는 서신, 전화, 방문 등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 자신이 투표한 후보가 낙선한 경우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자를 축하하는 자세가 책임 있는 시민의 소양이다. 참여만 해 놓고 관심을 두지 않으면 선거지상주의가 될 수 있다.

둘째, 공동체 일원으로서 연대적 의식(Solidarity)이다. 나에게도 깨끗한 공기와 물, 환경은 중요하듯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내가 행복해 지기를 원하는 것처럼 나와 조건이 같지 않은 사람도 행복할 권리를 갖는다. 배려가 결여된 행동은 모두가 불편하거나 누군가는 그 불편을 감수하고 손해를 보아야 한다. 길거리에 버려진 바나나 껍데기에 누군가는 넘어질 수 있고 노동이라는 수고로 치워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은 더 들게 되는 것이다. 배려 있는 행동은 모두가 도움이 되는 win-win 모델이다.

셋째, 준법정신(Respect for law)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 만들 때는 예상을 하지 못했거나 누군가 그 법을 그릇된 의도로 만들었더라도 법에 따라 행동하되 개정이나 폐지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가졌어도 범법이나 법을 무시하는 행동은 법치국가를 파괴할 수 있다. 대의를 위한다고 하면서 법을 인정하지 않으면 무법과 무질서 사회가 될 수 있다. 절차도 공정해야 결과도 정의롭다. 여기에서 첫 번째 요소인 참여했으면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넷째, 합리적 비판(Rational criticism)이다. 비판이라기보다 설득이 더 가까운 표현이다. 누군가를 비판할 때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우리는 때로는 대안 없이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이분법적 생각의 결과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다.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의 결과다. 그러니 반대를 이미 결정해 놓고 반대한다. 그 대안을 찾지 못하면 반대는 무의미 하다. 그 대안이 더 좋다는 것을 설득하지 못하면 다수가 선택한 정책이나 제안은 받아들여져야 한다.

다섯째, 관용정신이다. 사회학적으로 똘레랑스(Tolerance)로 소개되는 개념이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 외모나 내적 사상과 철학이 다른 사람들, 종교나 믿음, 꿈꾸는 미래가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관용정신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정으로 인간애에 기초한 사상이다. 관용은 경청과 이해의 출발점이다. 경계를 허물어야 가능한 것이 관용정신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허용한다. 다양한 문화와 선호하는 가치들이 공존하는 역동적 사회다.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페어플레이의 출발점이다. 관용성이 높은 사회는 질서가 잘 잡혀 있다. 인정하지만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내 놓으려면 네 번째 요소인 합리적으로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대학 근처에 있는 툴링에 고등학교(Tullinge gymnasium)에서 교장선생님 그리고 사회과목 선생님들과 만나 국가지침이 어떻게 수행되고, 시민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해 본 적이 있다. 사회과목 교사가 교육과정규정에 나온 수업개요에 따라 학년별 수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교재를 선정한다. 시중에 사회과목 교재는 10여개가 나와 있고, 내용과 난이도에 따라 선택하는데 난독증 학생들과 이민자 출신 학생들을 위해 쉽게 쓰인 교재도 함께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도서관에 비치해 놓는다고 했다. 수업에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 놓고 있었다. 강의와 토론을 5:5의 비중으로 진행하고 주입식 수업 방식은 배제한다고 한다. 지역 시의회, 광역의회, 국회 등 방문은 1년에 한 번씩 진행해 현장체험 수업 방식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주제별 그룹 내 논의 및 그룹 간 토론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발표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둔다. 설득 능력을 기르기 위한 일환이라고 했다.

교사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교실에서 교사는 국가 교육 지침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지도자 역할을 갖는다. 국가교육과정 규정과 수업 개요는 학교교육의 최상위 법전으로, 교사들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은 금물이다. 살아 있는 교실, 역동적 수업을 만드는 것은 교사의 불가침적 영역이다. 사회교사와 교장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마치 학생들의 민주적 시민성을 일깨워 주는 새벽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 미래 사회교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세미나에서 열띠게 토론하던 내용이 대학을 졸업해 정식교사로서 학교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다는 확인의 기회였다.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운동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이 연구한 사회적 자본은 위 5가지 시민성의 요소를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스포츠클럽 활동, 합창단 참여, 봉사 활동, 재능기부 활동, 이웃돕기 운동, 이재민 구호활동 등 사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이다. 나의 건강, 재미, 취미를 위한 행위도 내가 행복해 지면 보건건강비용이 낮아져 사회적 비용도 낮아진다. 결국 공익을 위한 행동인 셈이다. 퍼트남은 바로 여기에 관심을 가졌다. 사회적 자본이 높은 국가는 신뢰도 높아진다는 가설이다. 공동체 속에서 시민성이 높아지면 이웃과 모르는 사람에도 개방적이고 믿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교차적 정체성(Cross-cutting identities)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재민 돕기 자선단체에는 종교, 인종, 교육, 성별, 언어, 국적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상호 접근성과 이해성이 높아지고, 민주적 절차를 통한 운영 (예를 들어 회비제 운영, 이사회 선출, 회장 선출 등)을 배우기 때문에 작은 민주적 공동체 연습장이라고 했다. 시민사회 활동은 정치적 목표와 경제적 이익에 눈 뜨는 순간 순수성을 잃고 그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자기 자신과 이웃,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 이익을 위해 활동하며 더 구체적 실현을 위해 사회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시민활동을 하면 이익단체로 변질되기 때문에 성격 자체가 다른 조직이 된다. 시민사회가 정치지향성을 띠면 정당의 영역에 속한다. 시민단체는 이처럼 이익단체와 정당의 활동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기도 하지만 원래의 위치는 시민 속에 있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단체로 남아 있는 것이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필요하다.

스웨덴 국립도서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서 습관과 시민성

스웨덴 통계청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74%가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고 34퍼센트가 매주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SCB 2022, ULF/SILC). 전체 국민이 도서구입에 쓰는 비용은 6000억크로네로 1인당 80만원 정도를 지출하는 셈이다. 서점과 공공도서관은 새로운 문화의 공간이자 책 읽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국민당 8.4권을 다운로드 했으며,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이후 도서관 방문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150개 이상의 시립도서관이 주말과 도서관 직원이 퇴근한 저녁에도 전자인증을 통해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책의 소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스웨덴 왕립도서관 Sveriges officiella biblioteksstatistik 2019).

국제비교 자료에서도 스웨덴 사람들의 독서문화는 독특하다. OECD 16~65세 성인 약 15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13) 결과 스웨덴의 독서율 평균은 85.7%로 조사국 24개국 중 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 OECD 평균 독서율인 76.5%보다 조금 낮은 74.4%를 기록했다.

국제비교에서 나타나듯 세계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회는 시민성을 강화시키는 학교 사회교육과 성인들의 독서문화, 적극적 시민사회 활동의 상호 연관성이 높다.

민주주의의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상호간의 신뢰회복이다. 배려는 신뢰를 단단하게 하는 진흙 벽돌 속의 지푸라기처럼 강화제의 역할을 한다. 배려와 신뢰를 촉진시키는 학교 교육과 시민들의 시민성 유지를 위한 노력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대통령 "아내 현명치 못한 처신 사과…특검, 수사 후 부실 있을 때 하는 것" [서울=뉴스핌] 박성준 김가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떄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를 하고 있다.[사진=ktv 캡처 ] 2024.05.09 photo@newspim.com 이어 "특검 문제는 제가 지난 1월에 재의요구를 했지만 검찰 또는 경찰의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고 야당도 주장해 왔다"며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정해진 검경, 공수처 등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이치(모터스)니 등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겟으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저는 거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윤 대통령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특검이라고 하는 것을 20여년 넘도록 여러 차례 운영해왔지만 그런 관점에서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보고 해온 것"이라며 "지난번 재의요구에서 했던 특검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parksj@newspim.com 2024-05-09 10:49
사진
[단독] 2005년 이후 '의사고시' 본 외국 의사 424명…헝가리·우즈벡 순 많아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지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의사 고시'에 응시한 외국면허 의사는 총 424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절반은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헝가리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가장 많았으며, 미국, 독일, 호주가 뒤를  이었다. ◆ 정부, 의사 고시 면제 추진…외국면허 응시자 늘어날 전망 10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가고시 불합격 현황'에 따르면, 외국의대 졸업생이 국내 의사시험에 응시했다가 합격한 비율은 50.7%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총 424명의 외국면허 의사가 국내 의사 예비시험(1차 시험)에 응시해 235명이 합격, 합격률은 55.4%였다. 또 예비시험을 거쳐 국가고시(2차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88명이며 이중 합격자는 215명이었다. 예비시험을 본 외국면허 의사중 국가고시까지 합격한 비율은 절반 수준인 50.7%에 머문 것이다(표 참고). 의사 국가고시는 '의사가 될 자격'을 판단하는 시험이다. 현행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는 '의료법 제5조'에 따라 복지부가 정한 인정 기준에 해당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의료 활동을 하려면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자격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주관으로 치러지는 '의사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일 의사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면허를 딴 의사들도 보건 의료위기 '심각' 단계에서는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사고시를 봤으면 탈락했을 외국의대 졸업자들이 대거 의료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외국의대 예비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을 보면 헝가리 출신 응시자가 18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이 71명으로 뒤를 이었고 영국 27명, 미국 23명, 독일 21명, 호주 18명, 러시아 16명 순이었다.  헝가리는 이중 79명이 불합격해 불합격률이 41.7%를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절반이 넘는 40명(56%)이 불합격했다. 미국도 불합격률이 69.5%(16명)에 달했다.  '외국의대 국가고시의 국가별 현황(2005~2023)'도 헝가리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즈베키스탄(38명), 영국(21명), 독일(18명), 호주(15명)가 뒤를 이었다. 필리핀은 11명이 응시해 10명이 불합격하고 1명만 합격했다.   신 의원은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국가고시를 다시 보는 이유는 외국에 있는 의료와 한국의 의료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의) 인종과 지역 특성에 따라 질병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한국 의료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국가고시를 통해 보는데 자격이 되지 않은 사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의료의 질을 담보하지 않은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의료 이용을 열악하게 만들고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국가별 의료 수준 달라…"의료체계 후퇴" 우려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가별 외국의대 국내 의사면허 최종 불합격 비율 현황(2005~2023)'에 따르면 30개국 중 불합격률 50% 이상을 차지한 나라는 총 17개국으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필리핀은 응시자의 97%가 불합격했다. 미국 84.8%, 우크라이나‧폴란드 75%, 일본 68%, 우즈베키스탄‧벨라루스‧브라질 66.7%, 독일 58.7%, 호주 55.2%, 러시아 55%, 헝가리 52.1%, 오스트리아‧아일랜드‧르완다‧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50%, 파라과이 46.7%, 볼리비아 33.3%, 영국 31%, 뉴질랜드‧스위스‧이탈리아‧체코‧카자흐스탄‧몽골 0%다. 나머지 4개 나라는 응시하지 않았다. 외국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시 불합격률이 높은 반면 한국 의사국시 전체 불합격률은 10% 수준이다. 2022년 국내 의사 국시 합격률은 상반기 97.6%, 2022년 하반기 95.9%다(표 참고) 외국과 한국 의대 불합격률이 차이가 나는 원인은 국내 의대의 경우 4∼6년마다 한 번씩 점검해 의학교육 적합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의대는 국내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인증받고 난 후 관리·감독 시스템이 전무한 수준이다. 신 의원은 "(외국 의사를 도입하는 정부 방안은) 오히려 의료체계를 후퇴하게 만드는 판단"이라며 "국민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진료받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의사가 국내 인증을 받으려면 대학 학제와 교과과정, 학사관리 등이 우리나라 해당 대학 수준과 비교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dk1991@newspim.com 2024-05-10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