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마약중독자의 고백(57)] "제 남편 좀 잡아가주세요"..눈물의 신고

기사입력 : 2019년08월06일 14:02

최종수정 : 2019년08월06일 14:02

20살 결혼 당시 알게된 남편의 마약 중독..달콤했던 신혼이 지옥으로
남편, 자격증 취득해 새출발 하려던 꿈마저 마약으로 물거품
최후 선택으로 직접 경찰에 남편 신고.."오래 고생시켜 미안하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김미희(가명)씨가 남편의 마약 중독 사실을 알게 된 건 20살 결혼을 약속할 때였다.

남편은 2남 2녀 중 막내였고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12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고 4남매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남편이 마약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어울리게 된 친구들의 제안. 친구들은 모두 이름을 알 수 없는 약을 매일 남용했다. 남편은 약물에 취한 친구들의 모습이 두려웠지만,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약물에 처음 손댔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지도 않고 남편은 학교를 자퇴했다. 매일 유흥가를 떠돌았고 음산한 골목길을 찾아 약물에 빠져들었다. 결국은 약물에 취한 상태로 가게에서 손님을 폭행하고 행패를 부려 경찰에 입건되는 지경까지 됐다. 아직 청소년이었지만 법은 자비가 없었다. 남편은 이 사건으로 1년 6개월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했다.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내 약물진료소로 향하는 계단 [사진=임성봉 기자]

출소 후 21살이 된 남편은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고등학교조차 마치지 않은 21살 남자를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한 봉제 공장에 어렵게 취업한 남편은 일하며 공부할 수 있다는 ‘야학’ 광고를 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야학을 다니며 공부의 즐거움도 느꼈고 자신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깨달았다.

남편은 금방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 입학에도 성공했다. 야학 학생이었던 남편은 대학생이 된 후 야학 교사로 돌아왔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김 씨가 남편을 처음 만난 것도 이곳에서였다.

김 씨 역시 가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버지는 김 씨가 중학교 2학년 때 가족들을 떠나 새살림을 차렸다. 남겨진 어머니와 김 씨는 죽도록 일해 가까스로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여자와 살겠다며 나간 아버지는 김 씨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때 다시 돌아왔다. 얼굴에 미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원망하는 가족을 억압하고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웠다.

김 씨는 그 날로 가출을 결심했다. 기숙사가 달린 공장을 찾아가 일하면서 틈틈이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보냈다. 공장 생활 6개월쯤 동료 언니의 권유로 함께 야학에서 남편을 만났다. 김 씨의 나이 20살, 남편의 나이 26살 때였다.

적지만 착실하게 모아놓은 돈도 있었고 김 씨와 남편은 결혼생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둘은 결혼식조차 올리지 않았지만, 이듬해 반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혼은 달콤했고 김 씨는 이 행복이 평생 계속될 거라 믿었다.

김 씨 삶에 마약의 그림자가 드리운 건 결혼 1주년이 다 돼서였다. 김 씨는 남편이 과거 약물을 남용했고 교도소에 다녀온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출소 후 마약에 손대지 않았고 완전히 단약에 성공했다는 남편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어느 날, 일찍 일을 끝내고 돌아온 집에는 약병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남편은 평소 알던 모습과 달랐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고 기이한 행동을 벌였다. 그런 광경을 처음 본 김 씨는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정신을 차린 남편은 김 씨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마약에 손 대지 않을테니 어머니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가정이 깨질까 두려워 남편의 일을 마음으로 덮었다.

이후 아이가 생기면서 남편도 점차 마약을 잊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남편은 직장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한 기술 자격증을 준비했다. 김 씨가 돈을 벌고 있던 덕분에 남편은 자격증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학원과 독서실, 그리고 집만 오가던 남편에게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창백해진 얼굴에서 김 씨는 이미 불안함에 휩싸였다. 김 씨의 추궁 끝에 남편은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놨다. 자격증 시험에 떨어질까 불안해 다시 마약에 손댔다는 궁색한 변명이었다.

자격증 시험은 어김없이 불합격. 김 씨는 남편에게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위로했지만, 남편은 오히려 큰 죄책감에 시달렸다. 가장으로서 무책임하게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는 죄책감이 남편을 짓눌렀다. 마약은 남편의 가장 약한 지점을 다시 파고들었다.

남편은 죄책감을 잊기 위해 마약을 투약했고 깨어나면 다시 죄책감에 시달렸다. 알 수 없는 악순환에서 남편은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격증 시험을 포기하고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이미 마약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들어가는 직장마다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남편은 점차 성격이 변해갔다. 남편은 어느 날 김 씨에게 “회삿일에 빠져 가정은 돌보지도 않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이 일로 큰 싸움이 나 김 씨는 결국 회사에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사표를 내고 돌아온 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김 씨의 눈에는 마약에 취한 남편의 모습이 들어왔다. 김 씨는 두려웠다. 마약에 취한 남편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행복했던 가정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될까 두려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 씨의 송별회 날 술에 취한 사장이 김 씨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무능해서 아내가 직장 다니는 꼴을 못 보는 것이냐”고 주정을 부렸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그런 속사정은 모른 채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자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근처 공원에서 한참을 울었다. 날이 밝을 쯤 돌아온 집은 아수라장이었다. 집안 살림은 모두 부서져 있었고 남편은 몸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우연히 집에 들른 후배가 이 광경을 보고 남편의 핸드폰을 뒤져 시댁에 급하게 연락해 시어머니와 시누이들도 모두 집에 와 있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은 환자인데, 그래도 너가 좀 참았으면 좋겠다”고 타일렀다. 김 씨는 울며 매달리는 시누이들을 보며 어렵게 이혼 생각을 접었다.

남편은 다시 마음을 잡고 열심히 일하는 듯했으나 마약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남편은 결국 새로 다니던 직장에서 근무 시간에 마약을 투약하다 동료에게 들켜 해고당했다. 김 씨는 남편에게 병원치료를 권유했지만 “돈이 많이 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는 결국 직접 수화기를 들어 112에 전화했다. 경찰관이 집에 들이닥쳤고 남편은 결국 구속됐다. 시댁에서는 “지독하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내뱉었다. 울며 매달리던 시누이들마저도 김 씨를 원망했다.

경찰서 유치장으로 면회를 간 김 씨에게 남편은 “진즉에 이렇게 했더라면 더 빨리 마약을 끊을 수 있었을 텐데, 오랫동안 마음고생 시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오로지 김 씨와 딸아이 걱정뿐이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 두꺼운 유리판,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남편의 모습. 김 씨는 자신의 행동이 정말 옳은 행동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김 씨는 지금도 잠들기 전 한가지 상상을 한다. 자고 일어나면 행복했던 예전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라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리던 그 시절로 돌아가 있을 것이라고. 김 씨는 그렇게 눈물로 하루를 끝내고 다시 눈물로 하루를 시작하는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