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중국이 3일, 일본과의 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20개국 이상 정상급 인사가 참석했지만,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었다.
시진핑, 김정은, 푸틴 세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대화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각자의 속내는 다르게 읽힌다.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 미국 대항 세력 결집과 과시
중국은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서방이 아닌, 자국 주도의 국제 행사에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이란 정상까지 불러들일 수 있는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에서, 중국은 "북중러를 축으로 한 대항 세력의 형성"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한 셈이다.
특히 시 주석으로서는 러시아와 북한을 나란히 베이징에 세움으로써,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새로운 축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 北, 경제 회복과 대미 외교적 지렛대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은 김일성 주석 시절 이후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의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사례다. 이례적인 행보인 만큼 북한 내부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서방과의 대립을 강화해 왔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는 한동안 껄끄러웠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 복원, 나아가 외교적 뒷배를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과거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시점은 언제나 미국과의 협상 직전이었다. 이번 역시 미국과의 대립 국면에서 중국·러시아라는 후견 세력을 강조하며,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러, 우크라이나 전쟁 돌파구 모색
푸틴 대통령의 참석 역시 계산된 행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적 고립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경제적 숨통을 트고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고립론'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또한 장차 휴전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도 분명하다. 중국은 러시아가 패배할 경우 자국에 불리한 국제 환경이 조성될 것을 우려해 왔으며, 이 점에서 중국은 푸틴에게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다.
◆ 각자의 계산법...그러나 공동의 목적
북중러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분산시키려 하고, 북한은 대미 협상용 후견인을 필요로 하며, 러시아는 전쟁의 출구 전략을 모색한다.
그러나 세 나라가 공유하는 공통점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 군사 퍼레이드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시진핑, 김정은, 푸틴의 모습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균열선을 보여주었으며, 앞으로의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북중러의 연대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발신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