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임직원 집행유예 관련 별도 규정 없어
변수는 '국민 여론'...이른 복귀시 여론 악화 가능성↑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파란불이 켜졌다. 지난달 관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을 면한데 이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오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이날 법원은 검찰의 구형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안 판사는 "총수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대한항공을 가족 소유 기업처럼 이용했다"며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불법행위에 가담시켰고 대한항공 공금으로 비용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1심 선고로 조 전 부사장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된 것은 물론, 경영 복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은 지난달 해외에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6단독(오창훈 판사)은 지난달 13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원 추징금 6300여만원을 선고했다. 명품 의류 등을 밀수입한 것은 맞지만 실형을 선고할 수준의 범죄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구속 위기를 넘겼다.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의 회사 복귀를 가로막는 직접적인 장애물은 모두 없어졌다. 한진그룹이 내부 규정 등을 통해 집행유예 기간 동안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조 전 부사장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회사에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달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설이 더욱 힘을 얻기 시작했다. 조 전무는 지난달 10일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전무(최고마케팅책임자·CMO)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회사에 돌아왔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 전무와 진에어 부사장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1년2개월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물컵 투척'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함께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당시는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이후 3년4개월 만에 한진칼의 호텔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아버지인 고 조양호 회장은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두 딸이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했다.
재계는 만약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다면 호텔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전 부사장은 호텔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와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그랜드하얏트인천, 제주KAL호텔, 서귀포칼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 전문 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관련 국내외 호텔을 경영해 본 경험도 있다. 한때 서울 종로구 송현동 한진그룹 부지에 한옥 호텔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의 행보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는 '국민 여론'이 꼽힌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 전무조차 복귀 당시 그룹 안팎에서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 전 부사장 역시 거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리한 복귀가 국민 여론을 자극,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진그룹이 조 전무의 경영 복귀를 공식화하자 대한항공과 진에어 직원들은 물론,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도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조 전무 자신이 야기한 '진에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 없이 무책임하게 복귀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조 부사장이 전격적으로 이른 복귀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총수 일가의 복귀인 만큼, 이미 물밑에서 시점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한진그룹 관계자들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uss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