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가발 착용’ 놀림에 살인, 대응 지나치다…자진신고 인정”
[대전=뉴스핌] 최태영 기자 = ‘대머리’라고 놀림을 받은데 격분해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살해한 20대 남자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이 원심보다 무거운 중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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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준명)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과 자진신고를 한 점 등을 들어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자진신고 주장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직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가 아닌 119 구급센터에 신고한 점에 대해 1심과 달리 자수로 판단했다.
A씨가 본인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과 함께 출동한 경찰에 범행 사실을 모두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을 들어 넓은 의미의 자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면서 과잉방위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추고 싶은 ‘가발 착용’ 사실을 알게 돼 몸싸움을 벌였더라도 그 대응이 지나치고, 결과가 너무나 중하다”며 “사람의 생명이 지상의 어느 가치와도 비할 수 없는 대단히 소중하고 귀한 것임에 비춰 공격의 동기가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행동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중형으로 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에게 진정으로 잘못을 빌고 용서를 받았다는 사실도 없는 점 등에 비춰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벌을 받아야 한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세종시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던 지난해 8월 17일 새벽 3시20분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같은 식당에서 배달종업원으로 일하던 B(40)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A씨는 새벽에 거실에서 B씨와 술을 마시다 말다툼이 번져 몸싸움을 벌이던 중 착용한 가발이 벗겨지자 “이 ××, 대머리가”라고 놀림을 받은데 격분해 B씨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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