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단상] 상큼한 기습어릴 적에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두 손으로 내 눈을 가리는 장난을 치곤 했다. 그 순간 마치 시력을 상실한 듯 앞이 캄캄했다. 기습적으로 당한 만큼 아찔한 공포 속에 상큼한 스릴이...2017-04-07 19:51
[뫼비우스 단상] 극장암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중학교 일학년 때 사진반에 들었는데 어둑한 실내의 용기에 특수 용액이 들어 있었다. 필름이 담가졌다. 현상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요즈...2017-03-31 17:00
[뫼비우스 단상] 소묘 세 개골목의 바깥으로 처음 나간 것이 너댓살 때인듯하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골목 너머의 세상으로 나갔는데 그때 각인된 이미지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독자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지도...2017-03-24 14:19
[뫼비우스 단상] 숫돌어릴 때 살던 집의 사진을 꺼내 본다. 그리 넓지도 않고 아주 오래 되어 볼품 없는 한옥. 빈 집으로 폐가마저 되어 있지만 지구상에 있어온 모든 집 중에 내겐 가장 의미 있고 아...2017-03-14 17:36
[뫼비우스 단상] 정전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2017-03-10 18:19
[뫼비우스 단상] 스위치스위치가 없다면 형광등을 켤 때마다 고역일 것이다. 누군가가 의자를 방 한가운데에 놓고 그 위로 올라서야 한다. 형광등을 분해해 그 안의 전깃줄을 서로 잇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17-03-03 16:46
[뫼비우스 단상] 밥어릴 적엔 거지들이 우리 집에 오곤 했다. 그들이 뜨락까지 올라오면 어머니는 그곳으로 내려가 바가지에 밥을 퍼주곤 했다. 거기서 올라오던 하얀 김이 지금도 생생하다. 재래 부엌엔...2017-02-24 14:13
[뫼비우스 단상] 책1책에 대해 쓰려니 난감하다는 기분이 우선 든다. 생각이 모아지지 않는다. 일목요연하지 않음. 그것이 책에 대한 내 감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 같다. 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2017-02-15 18:31
[뫼비우스 단상] 거울거울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밍밍할까. 만약 거울이 없다해도 여자들은 화장을 할 듯하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에 화장을 오래도록 한 여자일수록 노화 역시 깊어지는 슬픈 반비례를 두...2017-02-09 14:50
[뫼비우스 단상] 문과 창노숙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방은 매일 접하는 공간이다. 생활의 기본이 돌아가고 숙면을 취하기도 하는 곳이어서 생체 리듬과 직결된다. 그런 방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17-02-03 14:00
[뫼비우스 단상] 성냥 한 알 지금은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성냥이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없던 그 이전의 시절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이다. 불씨를 부싯돌을 부딪혀 구하거나 궁궐에서 전달받곤...2017-01-23 14:25
[뫼비우스 단상] 매듭은 음악도 만든다초등 친구들과 모처럼만에 주문진에 놀러갔다가 시장의 어느 건어포 가게에서 친구들이 물건을 고를 때 내 눈을 유독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양미리를 묶어놓은 것이다. 평소라면 지...2017-01-13 16:51
[뫼비우스 단상] 천연 도구 시대‘330 만년 전의 석기 발견. 인류 최초의 도구 역사 새로 쓰다.’스마트폰으로 발견한 건데 케냐의 어느 호수 부근에서 출토된 돌 도구들이다. 기존의 최고(最古)인 260 만년...2017-01-06 17:08
[뫼비우스 단상] 매듭, 그 단순함 속엔실이 격자로 되어 그물이 되려면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 매듭이 없다면 그물 뿐 아니라 인류의 숱한 문화들이 흐물흐물해질 것이다.선사 시대에 돌도끼날을 나무에 묶을 때, 천막을 ...2016-12-30 13:52
[뫼비우스 단상] 실은 길도 만든다. 실크로드실 특히 명주실의 매혹에 빠져있을 때도 나는 실크로드까진 생각이 나아가진 못하고 있었다. 명주실에서 나온 명주 곧 비단, 그것과 비단이 흘러간 길이란 뜻의 비단길 즉 실크로드가 연...2016-12-15 13:40
[뫼비우스 단상] 실의 연금술열 손가락에 끼워 하는 실뜨기는 오락 기구가 별로 없던 시절의 즐거운 놀이였다. 이렇게 하면 쟁반이 되고 저렇게 하면 장구가 된다. 서로 마주 보며 하는 놀이이기에 앞사람의 가슴에...2016-12-09 17:18
[뫼비우스 단상] 끈에서 실로. 아름다운 여행넝쿨 역시 태고적에 우연히 발견되어 요긴하게 쓰였을 것이다. 끈의 형태로 서서히 발전해 사냥한 동물의 다리를 묶을 필요가 있을 때도 쓰였을 것이다. 채취한 식물들을 묶을 수도 있을...2016-12-02 16:46
[뫼비우스 단상] 뒹구는 나뭇가지. 그 매혹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에 대해 쓰다 보니 한옥 마당까지 왔다. 다시 이야기하면 나는 풍자적인 수저계급론의 배경이 되는 우리나라의 불평등 구조를 질타하되 그 담론에 빠지지 말고 벗어나...2016-11-25 16:51
[뫼비우스 단상] 한옥 마당. 삶의 균형추광활한 대자연 속을 떠돌며 수렵과 채취를 하며 살던 구석기 시대와 정착을 해 농경 위주로 살던 신석기 이후의 시대를 ‘가둠’이라는 개념으로 구분해 봤었다. 너무 평이해서 나이브하더...2016-11-16 14:57
[뫼비우스 단상] 발효를 위한 소통의 미학. 항아리 다시 보기개, 소, 돼지, 양, 말 등등은 야생에서 가축화된 것이다. 그 시기가 동물마다 다른데 개의 경우는 대략 일만년 이전이다. 동물의 가축화와 비슷한 과정을 곡류도 거친다. 콩 역시 ...2016-11-09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