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긴장 일시 완화로 안전자산 인기 후퇴...금 낙관론은 유효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연합(EU) 관세 연기 소식과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2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보합권에서 마무리됐다. 금 가격은 차익 실현 부담으로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과 같은 배럴당 61.53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7월물은 4센트 하락한 64.74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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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배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주 EU를 향해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6월 1일부터 고율 관세를 예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만인 25일 해당 조치를 7월 9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으로부터 전화로 관세 유예 요청을 받았고 자신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는 신속하고 결정적인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에 금융시장 전반에 안도감이 퍼지면서 유가는 초반 상승 지지를 받았고,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유가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별도로 올린 소셜미디어 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전히 미쳤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비판하고,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OPEC+ 추가 증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유가는 다시 보합권으로 내려왔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회의 일정을 5월 31일로 하루 앞당겼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7월 산유량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며, 앞서 소식통들은 7월부터 하루 41만 1천 배럴 증산이 예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 토론토 소재 원자재 전문 뉴스레터 '커머디티 콘텍스트'를 운영하는 애널리스트 로리 존스턴은 "시장 전체가 현재 지쳐 있는 느낌"이라며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은 OPEC의 추가 물량 공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실제 확정된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존스턴은 또 "OPEC 산유량은 4월에 소폭 줄었으며, 이는 기존에 예정돼 있던 증산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관망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삭소뱅크 상품 전략 부문 책임자인 올레 한센은 "트럼프가 EU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연기하자 상품 시장은 예상대로 반응했다"며 "그러나 OPEC+ 회의가 또 한 번의 대규모 증산이 이뤄질 위험이 있는 만큼 시장의 초점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과 영국 금융시장이 각각 메모리얼 데이와 스프링 뱅크 홀리데이를 맞아 휴장한 영향에 거래량은 평소보다 적었다.
한편 금 가격은 무역 긴장 일시 완화로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장중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장보다 0.7% 하락한 3342.2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27일 오전 5시 9분 전날보다 0.4% 내린 3342.79달러를 기록했다.
전면적인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한 즉각적 위협이 완화되면서 안전자산 인기가 일시 후퇴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으며 이는 금 가격에 지지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FX엠파이어닷컴 수석 시장 분석가 제임스 하이어칙은 "이날 조정에도 불구하고, 기술적·기초적인 측면 모두에서 금 가격 상승이 유리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 관세 정책, 미국 예산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씨티은행이 0~3개월 목표가를 온스당 3,500달러로 상향했고, UBS 또한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금이 다시 3500달러를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 중임을 강조하면서 "트레이더들은 상승 쪽에 무게를 두고 뉴스 기반 매수 타이밍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역 외에도 급증하는 미국 부채 역시 채권 시장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중으로, 미 재무부가 2년, 5년, 7년 만기 국채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수요 부진과 이에 따른 수익률 급등이 금 가격을 추가로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봤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