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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남북미, 당장 조건없이 대화부터 시작해라

기사입력 : 2022년11월28일 12:17

최종수정 : 2022년12월13일 17:29

김정은 딸‧부인까지 '화성-17형' 발사 현장 참관
'핵무력 완성 선언 5년' 29일 7차 핵실험 주목
조건없이 만나 신뢰구축, 군축협상 단계별 접근
미 전략자산보단 '전략적인 손' 먼저 내밀었으면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정권이 지난 11월 18일 '화성-17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했다. 고각 발사를 했으며 일단 정상 비행을 한 것으로 분석돼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성-17형은 사거리가 1만5000km로 추정돼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전역 어디든 때릴 수 있는 전략핵무기다.

북한은 올해 들어 1월 핵실험‧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전격 선언했다. 이어 4‧25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대규모 군사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핵무기 선제 사용'을 선언했다.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14기 7차 회의에서는 핵 선제 공격을 명문화한 핵무력 법제화를 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신형 ICBM과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신형 전술유도무기,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을 동원해 지난 11월 18일 화성-17형 시험발사까지 무려 38차례에 걸친 도발과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군 당국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ICBM만 8차례 발사했다. 지난 5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3차례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한미중일 정상 도발 자제 요구해도 '화성-17형' 발사

앞으로 북한의 예상되는 무력시위는 신형 SLBM 발사와 신형 3000t급 잠수함이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이다. 핵잠수함은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어 핵심 부품과 장비를 구하기 힘들어 단시간 내에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11월 29일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지 정확히 5년이 되는 날이다. 2017년 9월 4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5년 여 만에 7차 핵실험을 재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미중일 정상들이 최근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연쇄회담을 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과 향후 도발을 막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한미일이 강력 요청했지만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이라는 원론적인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지난 1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흘 만인 11월 18일 화성-17형 도발을 전격 감행했다. 화성-17형 무력시위 후 닷새만인 11월 23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북핵‧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력 요청했다. 이번에도 중국의 반응은 기존 입장의 재확인 수준이었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중국도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와 불안정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다. 웨이 부장은 "당사국들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한미일을 비롯해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까지 나서 북한의 핵무력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지만 김 위원장은 보란 듯이 9살인 김주애 둘째 딸과 부인 리설주까지 화성-17형 발사를 동반 참관하는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11월 19일 북한 관영매체들을 통해 딸 김주애를 처음 공개하고, 11월 27일에는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주애에 대해 북한은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특별한 존칭을 사용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김주애로 이어지는 북한 4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이 '가장 사랑하는 자제' 김주애를 벌써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백두혈통' 김주애에 대한 '충성 맹세'까지 11월 27일자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딸 김주애와 함께 화성-17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기여한 군인, 과학기술자 등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구체적인 행사 날짜는 전하지 않았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일성-김정일-김정은-김주애 '4대 권력세습 공식화'

김 위원장은 지난 11월 19일 북한 관영매체들을 통해 화성-17형 시험발사와 관련해 "미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 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 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적들이 핵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식의 주체 전략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갖고 훈련을 강화해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쉽사리 군사적 대결 구도를 접고 한미와 대화나 협상에 나설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군사적 갈등과 충돌로 남북미 간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미가 아무리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도 북한이 핵무력 시위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아무리 핵무력 시위로 대응해도 한미가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계속 증강하고 상시 배치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압박으로 남북미 문제를 풀 수 없다. 지금은 남북미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존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북한보다는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한미가 먼저 과감하게 대화의 손을 내밀어 봤으면 한다. 지금처럼 북한이 군사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똑같이 군사적으로 전방위 압박을 하고 대응한다고 해서 북한이 굴복하거나 대화에 좀처럼 나올 것 같지 않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과 대화를 하기 위한 강력한 압박 수단인 ICBM까지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젠 남은 것은 7차 핵실험 카드 뿐이다. 전술핵운용부내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전술유도탄, 방사포, 포병사격 등은 저강도 무력시위로 읽힌다.

특히 지금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에 과감하게 손을 먼저 내밀어 봤으면 한다. 미국도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만큼 했고 북한도 반발해 보여줄 것은 거의 다 보여줬다. 미국이 북한에 '전략자산'을 내밀 것이 아니라 이젠 대화를 위한 '전략적인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정통적인 민주당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을 계속 고집할수록 북한의 핵무력과 전략무기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주게 된다. 지금은 '호미로 막을 일을 포크레인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게 되면 대화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 최종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지만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해서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로드맵으로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먼저 1단계는 조건 없이 남북, 북미가 만나야 한다. 1단계의 목표는 비핵화가 아니라 만나는 것이 돼야 한다. 처음부터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 조건으로 만나자고 하면 북한은 결코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2단계는 신뢰 구축이 목표가 돼야 한다. 3단계는 북한이 핵무력을 더 이상 확산하거나 확대하지 않는 군축 협상이 목표가 돼야 한다.

북한이 11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남북미, 단계마다 실현가능 목표설정 당장 '대화 시작'

남북미 간에 서로 만나서 신뢰가 쌓여야만 적절한 수준에서 군축 협상을 하고 비핵화 수순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미가 '북한이 비핵화하면 도와주겠다'고 전제 조건을 달면서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비핵화 하는 순간 미국에 대한 핵 억제력을 잃어 리비아처럼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만남보다는 당장 대화를 위한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하는 동안 핵탄두를 탑재해 미 본토를 언제 어디서든지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화성-17형 ICBM 발사시험에 성공했다.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신형 ICBM을 보고 미국이 적지 않게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단계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서 남북미가 당장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군사적 충돌보단 이젠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뤄나가야 한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핵심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이 무엇인지 우리 국민은 물론 북한,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대북 정책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며 실효적인 대북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도 잘 알고 북한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진다. '담대한 구상'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가 있어야 정부도 대북 정책에 있어 힘을 받고 북한도 호응해 오기 용이하다.

처음부터 비핵화 로드맵을 갖고 나오라고 하면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을 갖고 있고 실제 사용 단계까지 와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이 핵무력이 없을 때 해왔던 대응 방안을 한미가 계속 해 나가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남북미 간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대화 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하다. 조건 없이 서로 만나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 북한도 조건 없이 나와야 한다. 일단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좋은 해법이 나올 것이다.   

kjw86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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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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