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 글로벌정치

[종합] '흑인사망' 시위, 전 세계로 확산...트럼프 강경대응 '역화' 우려

폭동 양상 닷새째...백인 경찰 체포에도 진정 기미 없어
대형마트·명품 판매점 약탈 잇따라...영업 중단 등 조치

  • 기사입력 : 2020년06월01일 11:56
  • 최종수정 : 2020년06월01일 16:44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에 분노하는 시위가 75개 도시로 확산하는 것을 넘어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위가 공공기물 파손과 약탈 등 폭동 양상으로 격화하자 미국 국방부는 주방위군 약 5000명을 동원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주변 시위에 지하벙커로 잠시 몸을 숨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부 세력의 개입을 주장하며 시위대 강경 진압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정부의 강압적 태도가 시위를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한 흑인 여성이 "우리를 그만 죽여라"(Stop Killing Us)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흑인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흑인사망 시위는 지난 27일 미니애폴리스 출신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목이 졸려 사망하자 촉발됐다. 2020.05.31

◆ 시위 엿새째...미국 75개 도시로 확산, 약탈 잇따라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1일까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 씨가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질식사 한 사건에 대해 항위하는 시위가 엿새 째 벌어지며 전역 75개 도시로 확산됐다. 플로이드 씨는 지난 25일 위조 지폐를 사용하려 한 혐의로 미네소타 주 미니니애폴리스 시에서 체포됐다.

차별적인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평화 시위가 폭동 및 소요 사태로 비화된 것은 닷새 째다. 지난 26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며 평화롭게 진행됐던 시위는 27일부터 공공기물 파손과 방화, 약탈을 일삼으며 폭동 양상으로 격화했다. 플로이드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관이 체포돼 기소됐지만 시위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주말 사이 대형 마트와 명품 판매점 등에서는 약탈이 잇따랐다.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의 쇼핑 거리인 '로데오 드라이브'에서는 명품 브랜드인 알렉산더 매퀸 매장의 유리문이 깨지고 핸드백 등의 물품이 도난당했다. 명품 매장들의 창문에는 '부자들을 없애자'(Eat the Rich), '자본주의 망해라'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인근 구찌 매장 유리창도 깨졌고, 약탈을 시도하던 일당은 경찰이 나타나자 도주했다.

[시애틀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들이 '흑인사망' 시위 현장에 나왔다. 미 전역 75개 도시로 번진 이번 시위는 지난 27일 미니애폴리스 출신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에 사망하자 촉발됐다. 시위는 폭력과 기물파손, 약탈 사건으로 변질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20.05.31

이어 근처 쇼핑센터인 '그로브' 내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애플 매장 등에서도 무단 침입 흔적이 나왔다. 시카고에서는 미시간 애비뉴의 나이키 매장이 초토화됐고,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도 핸드백 등이 도난당했다. 뉴욕 시 맨해튼의 아디다스 매장, 포틀랜드의 루이뷔통 매장도 약탈범의 표적이 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시위대의 자동차 및 건물 방화와 주요 도로 점거 사태가 속출한 가운데 최소 40개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애틀랜타와 LA, 필라델피아, 덴버, 신시내시티, 포틀랜드 등에서는 폭력 사태가 계속됐다. 전날까지 약 1700명이 체포됐다.

◆ 런던, 베를린, 토론토에서도 시위대 형성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NPR 등의 보도에 따르면 플로이드 씨의 죽음에 따른 저항 시위는 미국을 넘어 영국, 독일, 캐나다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시에서는 31일에 시위자들이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이틀째 미국 시위대와의 연대 시위를 벌었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우리를 죽이지 마라",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정의도 평화도 없다"는 등의 연대 구호를 외쳤다.

앞서 주말 분데스리가 축구 경기 도중 4명의 축구선수가 경기 도중 플로이드 씨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한 선수는 경기장에서 무릎을 꿇었고, 다른 선수는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라고 쓰인 셔츠를 노출했다.

영국 런던 시내 중심부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 수백명의 시위대가 트라팔가 광장에서 9분 동안 무릎을 꿇고 항의를 표시했다. 9분은 미니애폴리스의 경찰이 사망한 플로이드 씨를 땅바닥에 짓누른 시간을 의미한다. 이들 시위대는 템즈강을 따라 행진하면서 인종주의가 세계적인 이슈이며 침묵은 귀를 막는 것임을 알렸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29세 흑인 여성이 사망한 사건과 함께 시민들이 모여 항의에 나섰다. 사망한 코친스키-파케 씨는 경찰관이 그의 집에서 국내 사건을 조사할 때 대응하다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란의 마샤드 시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으며, 고 플로이드 씨의 초상화가 걸렸다.

지난 주말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데 따른 시위가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주방위군 5000명 동원...기업 매장 영업중단도

시위가 격화하자 미국 국방부 산하 주방위군 사무국은 31일 주방위군 약 5000명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주방위군 사무국은 성명을 내고, '민간 소요사태'(civil disturbances)에 대응하기 위해 약 5000명의 방위군을 동원했다며, 필요에 따라 2000명이 추가될 수 있다고 했다.

주방위군은 통상 주지사의 감독 아래 폭동이나 자연재해에 대처한다. 긴급 사태의 경우에는 연방정부의 군으로 전환하는 예비군의 역할도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파견된 바 있다.

주방위군은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켄터키, 미네소타, 유타, 오하이오, 사우스다코타, 워싱턴, 테네시, 텍사스, 위스콘신 등 15개 주와 워싱턴DC에 동원됐다.

기업들은 영업 중단과 직원의 안전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형마트 업체인 타깃은 약 200개 점포의 문을 일시적으로 닫거나, 영업 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월마트도 일부 점포의 오후 영업을 취소하는 등 영업 시간을 단축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 점포 등에서 약탈이 일어난 애플은 매장 상당수를 폐쇄했다.

아마존닷컴은 운전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LA와 시카고 등 시위 격렬 지역에서 배송 업무를 축소했다. 플로리다 주는 6월1일로 예정됐던 마이애미비치의 개장을 연기하는 등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멈춰섰던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는 주 정부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 트럼프, 강경 대응 고수...정치권 우려 제기

그동안 시위대를 '폭력배', '약탈자'로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지난 30일에는 연방정부 차원의 군 부대 투입까지 경고했다.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군을 파견하기 위해서는 폭동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 법이 적용된 것은 1992년 LA 폭동이 마지막이다. LA폭동은 흑인을 폭행한 백인 경찰에게 무죄가 내려진 것이 계기가 됐다.

[플로리다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축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5.31 goldendog@newspim.com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미네소타에 동원돼 진압 작전을 펼치는 주 방위군을 칭찬하고, "너무 늦기 전에 다른 주도 (주방위군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했다. 그는 또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극좌파 세력이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티파는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 세력을 가리키는 용어로, 2017년 버지니아 주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와의 충돌 사건 등에서 폭력을 서슴지 않고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시위가 한층 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대규모 체포를 비롯한 과잉 대처가 폭력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시위가 격화한 것은 인총 차별에 따른 미국 사회의 균열 현상이 누적된 영향이 크다. 지난 2월 조지아 주에서는 조깅 중이던 흑인 남성이 백인 부자(父子)의 총을 맞고 사망했고, 5월 앞서 뉴욕 시에서는 산책 중인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에게 반려견의 목줄을 채우라고 말했다가 경찰에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통제 강화 및 경제 위축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었던 것도 배경이다.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흑인 사망자 수는 백인의 2.4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4월 실업률도 흑인이 16.7%로 백인보다 2.5%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니애폴리스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미네소타 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26일(현지시간) 강압적인 체포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를 질식사하게 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020.05.26 bernard0202@newspim.com

bernard0202@newspim.com

  • 페이스북페이스북
  • 트위터트위터
  • 카카오스토리카카오스토리
  • 밴드밴드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