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인권 문제, 영장심사 단계서도 존재
“공보준칙, 검찰·법원·언론·시민단체 등 공론 거쳐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검찰이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다. 하지만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인권 침해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8일 검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개소환 금지 포함,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11월 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지난 4일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문 앞 포토라인. 2019.10.01 mironj19@newspim.com |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공보 방식과 언론 취재 실태 등을 점검해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검찰수사에 대한 언론의 감시·견제 역할과 국민의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특히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개소환 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공개소환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을 통해 유무죄 판단이 나오기 전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는 피의자를 공개하는 공개소환이 유죄 예단을 심어주고 지나치게 망신을 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죄추정 원칙에 반해 이른바 ‘낙인효과’가 만들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경찰도 주요 피의자를 언론 앞에 서도록 하는 ‘포토라인’을 없애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확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공개소환을 폐지한다고 해서 인권침해 우려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피의자의 경우 법원에서 영장 재판(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을 때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이번 조치처럼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강조하겠다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비공개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장 재판 출석 상황까지 비공개를 유지하려면 검찰이 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 현행법상 검찰이 영장 청구 내용을 알리면 법원의 심사 일정도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구조이다.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체포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지체 없이 이를 심문하도록 규정한다. 미체포 피의자는 보통 영장 청구 이틀 뒤 심문 일정이 잡힌다. 영장 심사 일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보준칙에 따라 공개 소환 시 포토라인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검찰과 달리 법원은 별도로 포토라인 규정을 두거나 일부러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주요 피의자가 영장 심사를 위해 법정에 출석할 때 언론이 대기하고 있어 원치 않는 언론 노출이 이뤄지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학대 교수는 “영장 재판 출석에서의 피의자 노출 문제도 무죄추정의 원칙상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이는 (피의자를 소환하는 과정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간단한 사안은 아닌 듯하다. 지금의 공보준칙은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 문제가 팽팽하게 맞서며 여러 관련자들이 오랜 기간 모여 타협한 원칙”이라며 “검찰과 법원, 언론, 시민단체 등이 함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보준칙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등 공론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 이같은 문제 제기에 어느 정도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법원 한 관계자는 “포토라인이라는 것이 질서 유지 차원과 함께 인권 침해적이라는 이중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영장 심사 단계에서의 인권 문제도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포토라인에 대해서는 검찰 발표와 무관하게 법원에서도 기존부터 논의하고 검토한 부분이 있다”며 “단순히 (영장심사) 일정 공지 여부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추가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