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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광연 국과연 이사장 “개방·융합·창의 연구문화 절실"

문화기술로 과학 융합 문화경제론 제시
“원자력硏 방사성연구 새 부지 동의”

  • 기사입력 : 2019년09월15일 09:00
  • 최종수정 : 2019년09월16일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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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이제는 우리의 눈높이나 연구 영역이나 연구 내용이나 모든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고 해야 된다. 그게 안 되니까 연구 부정이 생기는 거고, 양만 채우려 하고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

원광연(67)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만났다. 2017년 10월 취임한 원 이사장은 “지난 2년이 생애 가운데 가장 바쁜 날”이었다고 했다. 며칠 정도의 휴가도 건강검진과 외국 학회 참가로 보냈다. 그는 1995년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 개념을 세계 최초로 제안한 인물이다. 2005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설립을 주도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에 과학기술을 융합시킨, 이른바 문화경제론을 주창하며 한국 과학계에 간단치 않은 충격파를 던졌다. 동시에 문화예술계에도 널리 이름을 알렸다.

원 이사장은 연구기관 간 융합과 함께 연구의 자율성·창의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는 “결국은 연구자들이 스스로 이것은 나 혼자 할 수 없다, 아니면 우리 연구소에서만 할 수 없다, 이것은 같이 해야 되겠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그런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바꿔 나가야 하고 젊은 연구자들 중심으로 그런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과학기술계에 ‘문화’라는 화두를 던진다. 국과연은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는 기관이다. 

                  원광연(67)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사진=뉴스핌 사진DB]

◆ “문화도 이젠 경제이고 산업...과학기술이 문화 주도해야”

-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재직하면서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한 게 눈에 띈다.

▲ 2005년 대학원을 만들었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ST(우주항공기술)에다 CT(문화기술)를 추가했다. 이른바 6T다.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정책 관련 위원회에 참여했다. 우리나라가 이제 어떻게 앞으로 발전해야 되겠는가, 성장동력으로 뭘로 가져갈 거냐를 논의했다. ICT, 바이오, 나노는 당연히 나왔는데 그 다음에 (과학과 용합한) 문화경제를 제시하니 과학계에서 놀랐다. 아니, 지금 할 것도 많은데 문화가 과학과 무슨 관계냐는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문화는 성장을 하거나 산업화한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화는 첫 번째가 복지, 두 번째가 규제였다. 혁신성장의 한 방법으로 문화를 가져갔다는 게 아주 혁신적이고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다. 

- 그래서 그 이후 문화기술, 이른바 문화경제론이 시작됐나?

▲ 그래서 시작됐다. 나는 1995년부터 문화기술(CT)을 쓰기 시작했지만 순전히 학문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 정부에서 ‘문화도 경제다, 산업이다. 경제와 산업이 되려면 과학기술이 문화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혁신적인 사건이었던 것 같다. 과학기술을 문화에 접목시켜 복지 차원에서 활성화하고 성장동력으로도 삼으려면 가장 중요한 게 결국은 고급 인력 아닌가. 과학기술계 쪽에서 문화를 들여다봐야 된다 해서 카이스트에 문화기술대학원을 만들었는데, 그때도 반대가 엄청났다. 

- 문화기술대학원 성과라면?

▲ 노준용 교수는 내가 할리우드에 직접 찾아가 부인을 설득해서 모셔 왔다. 한국 가면 수입은 줄겠지만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노 교수는 할리우드 영화계 특수효과 전문가인데 제자를 많이 배출했다. 제자들이 한국 영화계 특수효과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노 교수 자신도 CGV 스크린X를 개발했다. 이런 것이 결국 과학기술하고 문화가 합쳐진 대표적인 사례다. 내 전공은 가상현실(VR)로 인공, 증강현실 분야에 걸쳐 있다. VR을 이용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제자가 많다. 

◆ “현대 문화는 네트워킹이며 디지털 기술에 종속돼 있어”

- 문화를 좀 더 설명해 주면?

▲ 문화 하면 예술을 떠올리지만 집단이 갖고 있는 집단의 사고 방식, 행동 양식이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문화는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이제는 온라인 문화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네트워킹하는 방식이 바뀐다. 그러니까 우리 문화가 지금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종속돼 버린다. 특히 과학기술이 어떻게 하느냐가 우리의 문화를, 문화의 형태를 좋은 방향으로도 나쁜 방향으로도 만들 수 있다. 

- 예술은 창의성인데 과학은 지속성과 재현성을 특징으로 든다.

▲ 흔히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는 예술도 창의성 플러스 지속성, 과학도 창의성 플러스 지속성이라고 본다. 유명한 예술가들을 보면 창의성만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작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끝없이 고치고 노력하고 좌절하고, 결국 실험하는 거나 똑같다. 과학도 창의성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과학계에도 제일 아쉬운 게 창의성이다. 창의성의 핵심은 문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 한국 연구재단도 요즘 질적 수준을 강조하는 것 같다.

▲ 양적으로 논문 수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왜 의미가 없는가 하면 요즘 어느 학회라도 절반 이상은 중국 사람들 논문이다. VR 분야에 중국 교수가 있어 연구실을 찾아갔는데 체육관만 한 크기에 가로 세로로 수백 명 학생이 연구를 하고 있었다. 당할 수가 없다(웃음). 

◆ “출연연, 프로그램 중심으로 큰 틀에서 기획하고 연구 주도해야”

- 프로젝트 중심의 연구과제 수행, 이른바 출연연 PBS 문제의 개선방안은?

▲ 작년 국무총리에게 현행 PBS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농담 삼아 ‘이 세상에 일단 취직했는데 월급은 반만 주고 그 반은 알아서 벌어라’ 하는 직종이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웃음). 꼭 이걸 해야 한다기보단 인건비를 따올 수 있는 과제를 하는 현행 PBS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기관 고유의 임무와 맞지 않는 연구를 어쩔 수 없이 하는 연구는 사실 그렇게 많진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볼 때 너무 노력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 현행 PBS의 대안은 뭔가?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 사업도 PBS 과제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는 우주 탐험이라고 하는 항우연 고유의 미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발사체 1단부 개발하는 사업을 PBS로 하고 그다음에는 3단부 개발하는 사업을 또 하고, 그다음엔 달에 가는 사업을 또 하는 등 개별사업 위주로 할 게 아니라, 큰 틀에서 사업은 사업인데 이걸 묶어 중장기적으로 하나의 큰 사업을 만들고, 그 사업을 정부와 항우연이 같이 기획하고, 항우연이 기관 차원에서 대등하게 과기정통부하고 협약하는 것이다. 지금은 연구책임자가 계약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PBS이긴 하지만, P가 개별 과제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큰 틀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기관과 기관끼리 대등한 협약을 맺어 출연연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도하는 방식이다. 사업의 기획은 당연히 정부 부처와 같이 한다. 

- 우주산업화 전략도 항우연과 정부가 대등한 관계에서 수립해야 하나?

▲ 그렇다.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업 단위로 끊어서 놓고 보면 그 사이에 공백이나 불연속성이 생길 수도 있다. 발사체 만드는 사업은 민간이 하고, 우주 탐사를 항우연이 했을 때 그 둘 사이의 역할 분담을 깨끗하게 아주 칼로 베듯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큰 틀에서의 중재는 과기정통부에서 할 것이다. 

- 출연연 통폐합 문제는?

▲ 하나하나가 다 독립된 법인이고 인사, 행정, 예산 시스템이 다 다르다. 연구문화도 많이 다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통합이 아니고 소프트웨어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 “시스템보다는 연구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 출연금 비중을 좀 높이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는지?

▲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방만한 형태로 이제 인건비 확보됐고 연구비 확보됐으니 우리가 알아서 하면 되겠지 하는 식은 아니다. 정부, 민간, 국제사회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전연구 부지 추가 확보가 추진되고 있는데 알고 있는지?

▲ 알고 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거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연구는 한계가 있지만 미래 지향적으로 볼 때 반드시 해야 된다. 그런 연구를 꼭 해야 되는데 현재 부지에서 못하니 다른 데서라도 계속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 출연연 등 과학기술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인사, 행정, 회계 시스템보다는 연구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문제들은 한 분야에서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어떤 문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출연연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쉽게 합칠 수 있는 시스템, 쉽게 서로 같이 할 수 있는 연구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남은 임기 동안 매진하겠다.

                  원광연(67)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사진=뉴스핌 사진DB]

 <원광연 이사장>

1991∼2017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전공인 가상현실(VR) 분야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문화기술(CT)을 세계 최초로 제안했다. 문화기술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국제디지털미디어아트학회의 ‘아웃스탠딩 리더십 어워드’를 수상했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회 시리즈 ‘과학+예술 -10년 후’와 전자음악, 영상, 로봇 등을 결합한 디지털 퍼포먼스 ‘신타지아(SYNTASIA)’ 등을 기획했다.

▲1952년 출생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학사 ▲미국 위스콘신대 전산학 석사 ▲미국 메릴랜드대 전산학 박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전산정보학과 교수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장 ▲가상현실연구센터 소장 ▲한국HCI학회 회장

kimy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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