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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의날']③ 위기 불러온 '대기업 빚'...외양간 고쳤다

대기업 부채비율, 1997년 400~500%→2018년 75%
'묻지마 대출' 은행, 리스크관리 강화로 '건전성 개선'

  • 기사입력 : 2018년12월21일 16:09
  • 최종수정 : 2018년12월21일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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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연순 민지현 기자 = #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시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김혜수)은 기업체 여신 실태조사를 위해 한보그룹 본사를 찾아간다. 한 팀장은 한보 재무팀을 향해 한 마디를 던진다. "아직 분위기 파악 안되지? 언제 터질지 몰랐던 폭탄에 불붙인 거야 니들이..."

1997년 1월 발생한 소위 '한보 사태'는 한보철강의 부도와 이에 관련된 권력형 금융부정, 특혜 대출비리 사건이다. 한보는 부도 당시 부실대출 5조7000억원, 부채비율 2000%에 달했다.

30대 재벌 계열사(금융·보험사 제외) 804개의 부채 총액은 1996년 말 269조9000억원에서 1997년 말에는 357조4000억원으로 급증한다. 평균 부채비율이 386.5%에서 518.9%까지 치솟았다. 자본금의 다섯 배 이상의 돈을 빌렸다는 얘기다. 뉴코아(1793%), 해태(1507%) 등은 부채비율이 1500%를 훌쩍 넘었다.

윌리엄 로즈 전 시티은행 부행장은 당시 "기아자동차와 진로, 한보 등 천문학적인 부채 위에 세워진 이른바 한국의 재벌 기업이 문제의 시작점이었고 10대 재벌의 부채 비율은 500%를 웃돌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들 재벌이 부채상환 불능상태에 이르면서 11월이면 은행까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위기였다"고 회고했다.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영화에선 외환위기 TF팀원인 조한철(이대환 역)이 100대 기업 리스트에서 도산한 기업에 빨간 줄을 긋는 식으로 위기 상황을 묘사한다. 실제 1997년 10월22일 기아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11월1일 재계 순위 24위 해태그룹, 11월4일 재계 순위 25위 뉴코아그룹, 12월5일 고려통상 계열 고려증권, 12월6일 재계 순위 12위 한라그룹 부도로 이어진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그 당시에는 대기업 절반이 부도가 날 정도로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1997년 1월부터 시작된 한보그룹 계열사 22개의 연쇄 부도가 상징하듯 정계와 금융계의 핵심부가 서로 유착하면서 관치금융은 극에 달했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제대로 된 신용평가 없이 '묻지마 대출'을 해주고 서로 부실채권을 떠안고 쓰러졌다.

영화에서 유아인(윤정학 역)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종합금융회사(종금사)에서 어음을 가지고 오면 확인도 안하고 그 담보로 대출을 막 해줘요. 어음이 안전한지 보지도 않고 마구마구 대출을 해줬다는 거죠."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한국에선 6개 은행과 22개 종금사가 문을 닫았다. 정철진 경제평론가는 "당시 기업들이 방만경영을 하고 있었고 여기에 대해 금융기관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돈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1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기업 부채비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개선됐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셈이다. 

기업규모별 부채비율 [출처=한국은행]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기업 부채비율은 75.6%, 대기업 부채비율은 76.5%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200%를 초과하는 과다 부채 기업의 비중 역시 11.8%에 불과하다. 해운업종의 부채비율이 전년말 대비 큰 폭 상승했지만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말 기준 일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4%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조선업종의 부채비율은 구조조정 진척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시중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취약업종 기업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데다 은행의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신규 부실채권 규모도 감소하면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지금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됐지만 부채비율은 괜찮다"며 "일각에서 위기라고 인식하는 건 경기침체와 함께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비용이 늘어나면서 체감경기가 나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이유 중 하나인 기업과 은행의 과도한 빚 경영은 해소돼,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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