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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② 무리한 달러/원 환율 조작 없다

YS정부, 국민소득 1만불 유지 위해 무리한 시장개입
1만불 유지→인위적인 원화 고평가→외환보유액 급감
"시장개입 눈에 띄게 줄어"…미국 환율보고서 등 영향

  • 기사입력 : 2018년12월19일 16:37
  • 최종수정 : 2018년12월21일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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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연순 민지현 기자 = # 영화는 국가 부도 가능성을 언급한 '한은 비밀보고서'에서 시작한다. 한국은행 총장(총재)이 한시현 통화정책팀장(김혜수)이 쓴 보고서를 읽고 청와대 경제수석을 찾아간다.

실제 1997년 11월 7일 당시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외환위기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자료 중 하나가 '외환유동성 사정과 대응방안’이라는 한은의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환율 방어를 위해 10월30일부터 11월6일까지 23억3000만달러를 쓰면서 외환보유액이 285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보고서는 11월 말까지 외환보유액이 275억달러로 감소할 전망이고, 특히 가용 외환보유액은 14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97년 10월 말 기준 300만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은 11월 240억달러, 12월 200억달러 수준까지 급감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당시 정부는 왜 달러/원 환율을 800원대에 묶어두려 했을까? 수출 주도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로선 원화가 약세여야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데 말이다.  

영화에도 나오듯 김영삼 정부는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특히 1995년에 달성한 국민소득 1만달러는 YS정권의 대표 치적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것이다.

YS정부는 원화가치 고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외화를 방출한다. 즉, 국민소득 1만달러 유지→인위적인 원화 고평가→외환보유액 급감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위기'라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연 7%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정책을 폈다.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이었던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일명 '최-강'라인)은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였다. 시장에서는 1140원선을 '최중경 라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즉 달러/원 환율이 1140원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그 만큼 적극 개입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되면 상당한 불이익을 받아야한다. 이에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조심스러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의 눈에 보이는 개입 자체가 거의 없다"며 "미국의 환율보고서에서 개입물량으로 환율조작국으로 판단하는 기준도 있다보니 외환당국이 시장에 눈에 띄게 드러나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고환율 정책에 따라 시장개입이 좀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강한 견제와 환율 조작국 이슈도 있어 개입이 거의 없다"며 "현재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장 안정 차원에서의 소규모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미국 환율보고서 [출처=기획재정부]

지난 10월 발표된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심층분석대상국 3개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2개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41억달러로 GDP의 0.3%로 추산됐다. 한국 외환당국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원화 절상 속도 조절을 위해 매수개입 규모를 늘렸고, 올해 상반기에는 원화가 절하되면서 일부 매도개입을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중기 경제 기초여건에 비춰봤을 때 경상수지 흑자는 과다하고 환율은 약하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라고 지적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정환율제도→자유변동환율제로의 제도 변경 역시 외환시장 개입 여지를 줄였다는 분석이다. 자유변동환율제는 고정환율제와 달리 정책당국의 구조적인 개입이나 제한 없이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한 제도다.

결국 '국가 부도의 날' 21년 후 대한민국은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환율을 만들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쏟아내,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게 변했다.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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