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 "EU 탈퇴 전까지 협상 어려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30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하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무역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EU 탈퇴로 이후 교역 관계의 향방이 불투명한 데다 브렉시트에도 영국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메이 총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블룸버그> |
더구나 일본이 지난달 EU와 원칙적인 측면에서 무역 협상을 이뤄낸 데 따라 메이 총리가 더욱 다급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메이 총리는 세계 4위 경제국인 일본 시장에 보다 깊게 진출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모두에게 커다란 이점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는 데 사활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메이 총리가 이번 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유무역과 관련된 쟁점을 논의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일본 측은 이 사안에 대해 느긋한 표정이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정책자들은 EU와 무역협정을 최종 타결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다 큰 틀에서 EU와 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기 전까지는 무역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과 FTA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국제 통상 담당 정책자는 FT와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와 아베 신조 총리의 회동에서 양국의 무역 협상이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EU와 협상도 정치적인 차원에서 의견을 모은 상황이고, 그 밖에 풀어야 할 쟁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국제관계연구소의 노가미 요시지 소장 역시 FT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완전히 탈퇴할 때까지 무역 협상을 추진할 수 없다”며 “아베 총리는 메이 총리에게서 브렉시트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브렉시트 2차 협상이 별다른 진전 없이 종료된 가운데 일본 주요 기업들은 연이어 유럽 비즈니스의 거점을 영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금융업계가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나 암스테르담을 포함한 유럽의 다른 도시로 인력 및 핵심 비즈니스를 이전하고 있고, 그 밖에 철도회사와 IT 업체도 이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불확실성에 대한 경영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는 닛산과 접촉해 브렉시트가 생산 라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의 신뢰를 얻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의 주요 기업 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1차적으로 은행권이 런던을 이탈했고, 그 밖에 업종에서 2차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