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증권 가공 통해 투자은행 및 펀드 업계로 확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동산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이해상충 문제가 선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공식 취임을 앞두고 천문학적인 부채 문제가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비즈니스 매각을 요구하는 여론을 외면한 트럼프 당선자가 디폴트를 낼 경우 금융권 전반에 충격을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정을 뒤흔들 것이라는 경고다.
맨해튼 5가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사진=황숙혜 특파원> |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가 사업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밝힌 부채 규모는 3억15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당선자가 연방선거위원회에 공개한 3억1500만달러 규모의 채무액에는 그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권을 소유하지 않은 다른 사업체와 관련한 부채는 포함되지 않았다. WSJ은 누락된 부채 규모가 15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가 공개한 부채는 월가의 투자은행(IB)에 의해 이른바 증권화 과정을 거쳐 크고 작은 기관 투자자들에게 팔려 나갔고, 이와 관련 거래 규모는 150여개 금융기관에 걸쳐 총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존 맥케인 공화당 후보를 도왔던 정치 변호사 트레버 포터는 WSJ과 인터뷰에서 “문제는 트럼프 당선자의 비즈니스에 문제가 발생해 개인적으로나 회사 차원에서 채권 금융기관의 압박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웰스 파고는 트럼프 당선자와 관련된 증권화 상품을 최소 5개 뮤추얼 펀드에 편입한 상황이고, JP모간과 블랙록, 피델리티, 핌코, 뱅가드를 포함해 월가의 대형 금융업체가 총 150여개 펀드를 통해 관련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 관련 채권은 웰스 파고와 도이체방크 등 대형 IB를 통해 합성 증권으로 가공된 뒤 PNC 파이낸셜을 포함한 지역 은행과 레나를 포함한 주택 업체까지 두루 매각됐다.
부동산 업체가 다수의 금융회사에 부채를 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경우 채권의 형태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자신의 세금 납부 내역 공개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정확한 채무 상황 및 잠재적인 리스크 진단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연방선거위원회 출신으로 비정부 기관 캠페인 리걸 센터에서 일하는 로렌스 노블 조사역은 “잠재적인 이해 상충 리스크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자가 금융권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 당선자가 30%의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업체 LLC에 3억달러의 대출을 제공한 메트라이프는 감독 당국의 ‘구조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 지정에 대해 소송을 진행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결정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는 금융업계의 구조적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된 도드 프랑크법을 폐지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