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성장률, 원자재 가격, 증시 전망 등 일제히 후퇴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저유가 장기화가 예상보다 심각한 글로벌 파급효과를 초래하면서 국제기구와 투자은행들의 전망치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말 배럴당 38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한 때 27달러선까지 밀렸다가 28일 현재 32달러 부근까지 간신히 회복됐다. 한 달 가까이 16%가 빠졌으며 작년 1월과 비교하면 43% 정도가 추락한 셈이다.
저유가와 함께 시장 패닉을 부채질한 중국 증시는 올 들어서만 23%가 추락했다. 작년 1월 0.8% 빠졌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낙폭이다. 작년 말 3500선이었던 상하이지수는 28일 2700선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와 중국 이 두 악재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올 초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하지만 1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기관들은 너도나도 전망치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
◆ 유가·성장률·증시 전망 '아래로'
27일 세계은행은 시장 불안의 근원인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올해 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원유 가격 전망치는 배럴당 37달러로 작년 10월 제시한 1달러에서 대폭 하향했다. 더불어 비에너지 가격도 올해 3.7% 떨어지고 금속류와 농산물 가격도 각각 10%, 1.4%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기관들도 유가전망을 내리고 있다. S&P는 지난 13일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55달러에서 40달러로 내렸고 미 서부텍사스 원유(WTI) 가격도 50달러에서 40달러로 낮췄다. 무디스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전망을 43달러에서 33달러로, WTI 가격 전망을 40달러에서 33달러로 하향했다.
바클레이즈와 소시에떼 제네랄, 맥쿼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유가 전망치를 30~40달러선으로 내린 상태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내리막을 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3.6%에서 3.4%로 내렸고 내년 전망치도 3.8%에서 3.6%로 낮춰 잡았다.
◆ IMF "미국과 중국 전망 후퇴"
IMF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중국 성장 둔화와 원자재가격 하락 흐름, 신흥국 경기 둔화 등을 지목했다. 신흥국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4.5%에서 4.3%로 낮아졌다. 같은 이유로 씨티은행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7%로 수정했다.
연방준비제도가 10여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경기 회복세가 확실시되던 미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은 마찬가지다.
오는 29일 작년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7%로 직전 분기의 2.0%에서 대폭 둔화됐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B들도 마찬가지로, JP모간은 미국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1%로 하향했고 모간스탠리도 0.1%로 내렸으며, 바클레이즈와 BNP파리바는 평균보다 낮은 0.5%로 예상했다.
IMF는 달러 강세로 제조업부문 경쟁력이 약화되고 저유가로 에너지부문 투자가 부진해졌다는 이유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하향했다.
IB들은 미국채 금리 전망치도 내리고 있는데 도이체방크는 미국채 10년물의 올해 말 금리 전망치를 1.75%로 종전의 2.25%에서 내렸다. JP모간을 비롯해 월가에서는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3차례로 종전의 4차례에서 낮춰 잡고 있다.
경제와 맞물려 돌아가는 기업들의 이익 전망도 후퇴했다. 씨티그룹이 집계하는 글로벌 기업 이익 전망치 수정 지수는 최근 마이너스 0.5에 근접해 이익 하향 조정이 상향조정을 2009년 이후 가장 대폭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이 흔들리니 증시 전망치도 동반 하향 조짐이다. JP모간은 연말 S&P500지수 전망치를 2000으로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