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9일 고려대에서 지식향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강단에서 대학생 청년들에게 던진 인문학의 화두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스마트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조언을 위해 직접 강단에 섰다.
정 부회장은 9일 오후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진행된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사업 ‘2015 지식향연’의 첫 강연자로 나섰다. 그가 ‘지식향연’의 강연자로 나선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학생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고려대는 오후 2시부터 입장을 위해 긴 줄이 이어졌고 총 1000여명의 대학생이 참여했다.
정 부회장은 강단에서 “저는 지금 이 시대를 스마트폰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다”며 “우리의 가장 큰 재앙이 뭐냐면 바로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는 것이다. 그만큼 스마트기기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것이 꼭 긍정적이지만 않다”며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사고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지만 우리 시대는 우리의 가장 똑똑한 스마트 기술이 우리의 사고능력을 퇴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 부회장은 “전 사실 제 전화번호도 잘 모를 때가 있고, 심지어 집 전화번호도 잘 모른다”며 “스마트폰이 정보를 대신 저장해주면서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의 함정은 사람의 생각하는 힘이 기억이라는 정보의 집합에서 온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의 정보과잉과 편리가 ‘디지털치매 증후군’, ‘결정장애’를 부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스마트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년 대학생들에게 세 가지 방안을 조언했다.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 ‘많은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는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면 역사책을 권하고 싶다”며 “역사적 인물들의 삶은 문학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가 가득하고, 역사적 사건들 속에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철학이 깃들어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역사책을 통해서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사의식’을 키워 왜곡된 사실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할 것을 바라는 의도에서다.
두 번째로 정 부회장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인문학적 사고의 과정”이라며 “많이 생각하고 직접 글을 써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정부회장은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연습을 많이 할 것을 제언했다.
정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인문학 증훙을 위한 작지만 이 시도가 청년의 지적 성장과 행복한 대한민국 되는 밑거름 되길 진심 기원한다”며 “청년 삶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 지식향연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가장 돋보인 것은 정 부회장의 스피치였다는 평가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기 쉬운 강연에서도 농담으로 청중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그는 강연 중간에 “교정을 둘러보니 신입생, 아니 신입생은 좀 그렇고 복학생이 된 기분”이라고 말하거나 “이마트, 백화점 안가보신 분은 안계시죠? 감사합니다. 덕분에 먹고 삽니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용어도 ‘여친’, ‘맨붕’, ‘카톡’ 등 젊은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하는 등 배려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행사 몇시간 전에 직접 리허설을 준비하고 원고를 손보는 등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