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모레노 감독이 24일 한국 대표팀 데뷔전에서 에콰도르를 3-0으로 이겼다.
- 한국은 중앙 활용과 즉시 압박으로 후반에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 이재성과 교체 자원 활약으로 전술 완성도와 역할 수행 가능성을 보였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첫 경기는 단순한 3-0 승리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중앙을 과감하게 활용하고 공을 잃는 순간 여러 선수가 동시에 압박했으며, 공을 되찾은 뒤에는 상대가 수비를 정비하기 전에 빠르게 앞으로 향했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9~10월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4연전 중 첫 번째 경기인 에콰도르전서 오현규(베식타시)와 손흥민(LAFC), 이동경(울산 HD)의 연속골을 앞세워 3-0으로 승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 에콰도르를 상대로 모레노 감독은 데뷔전부터 승리와 함께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의 방향까지 보여줬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전반에는 수비 조직력과 압박이 안정적으로 작동한 것과 달리 공격에서는 선수들의 동선이 겹치고 패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후반 중앙 활용이 살아나자 볼 순환과 공격 속도가 동시에 달라졌고, 전반부터 효과를 보였던 압박까지 맞물리면서 한국은 완전히 다른 경기를 펼쳤다.
수비에서는 처음부터 보였던 '모레노의 색깔'
모레노 감독은 부임 당시 예고했던 4-4-2를 그대로 꺼냈다. 손흥민과 오현규가 투톱을 이루고 송민규(CD 나시오날)와 정승원(FC서울)이 좌우에 배치됐으며 이재성(마인츠)-박진섭(저장)이 중앙을 맡았다. 조현택(울산 HD)-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이한범(클뤼프 브루게)-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가 포백을 구성하고 김승규(FC 도쿄)가 골문을 지켰다.
전반부터 가장 선명했던 것은 압박이었다. 손흥민과 오현규가 상대 센터백을 향해 움직이면 2선도 동시에 전진했고, 측면 미드필더들은 안쪽으로 좁히면서 에콰도르가 중앙을 통해 첫 번째 압박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한 선수가 무작정 공을 쫓는 방식이 아니라 앞선 선수가 패스 방향을 제한하면 뒤의 선수가 다음 선택지를 지우는 형태였다.
실제 경기 시작 2분 만에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끌어낸 뒤 정승원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전반 22분에도 이재성이 상대 진영에서 공을 탈취한 뒤 정승원을 거쳐 손흥민의 슈팅으로 이어졌다. 공을 잃었을 때 뒤로 물러나는 것보다 가까운 선수들이 먼저 앞으로 달려들어 다시 소유권을 가져오려는 모습이 반복됐다.
첫 압박을 통과당했을 때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송민규와 정승원까지 내려오면서 4-4-2 두 줄을 빠르게 형성했고, 김민재와 이한범을 중심으로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도 좁게 유지했다. 모레노 감독이 포백 운영에서 강조했던 '간격과 압박'이 첫 경기부터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공을 빼앗은 이후였다. 한국은 전반 점유율에서 55%-45%로 앞섰지만 슈팅은 4개, 유효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수비에서는 선수 사이의 거리가 잡혀 있었지만 공격에서는 후방과 전방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고, 손흥민과 오현규에게 좋은 위치에서 공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성이 내려오자 살아난 중앙
후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이재성이 중앙 미드필더 본연의 위치에서 볼 순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전반에는 이재성이 공격 과정에서 상대 하프 스페이스까지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면 후반에는 후방으로 내려와 센터백과 전방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이재성의 위치 변화는 단순히 한 명의 동선이 달라진 것 이상의 효과를 만들었다. 김민재와 이한범이 공을 잡았을 때 중앙에 확실한 패스 선택지가 생겼고, 에콰도르 미드필더가 이를 막기 위해 전진하면 그 뒤 공간을 손흥민과 오현규, 정승원, 송민규가 활용할 수 있었다. 전반에는 센터백에서 측면으로 향하는 패스가 많았다면 후반에는 센터백-중앙 미드필더-전방으로 이어지는 세로축이 살아났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이 중앙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대가 압박한다고 무조건 공을 측면으로 돌리는 대신 중앙으로 먼저 공을 넣어 에콰도르의 미드필더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상대가 중앙을 좁히면 측면을 활용했고, 다시 수비가 넓어지면 가운데로 들어가면서 에콰도르의 수비 간격을 흔들었다.
때문에 후반의 중앙 활용을 단순히 가운데로 패스를 많이 했다는 의미로 볼 필요는 없다. 중앙을 먼저 공략해 상대를 좁히고, 측면을 열어낸 뒤 다시 중앙을 노리는 과정이 반복됐다. 전반에는 정적인 위치에서 공을 돌리는 시간이 길었다면 후반에는 공이 움직일 때 사람도 함께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패스 선택지가 만들어졌다.
그 변화는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됐다. 후반 9분 김민재가 후방에서 중앙으로 과감한 전진 패스를 찔렀고, 송민규가 이를 지체하지 않고 연결했다. 공을 받은 오현규가 곧바로 전진해 슈팅했고 수비수를 맞고 굴절된 공이 골문으로 들어가면서 모레노호의 첫 골이 완성됐다.

공을 잡으면 전진, 잃으면 즉시 압박
오현규의 선제골은 모레노가 추구해온 축구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다. 스페인 대표팀 시절 모레노는 목적지까지 세 번의 패스로 도달할 수 있다면 굳이 33번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점유율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 상대를 움직이고 공간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였다.
김민재에서 송민규, 다시 오현규까지 이어진 과정이 그랬다. 후방에서 공을 잡았지만 불필요하게 좌우로 돌리지 않았고 상대 수비 사이에 길이 보이자 곧바로 중앙으로 전진했다. 볼 순환이 빨라졌다는 것도 단순히 패스 횟수가 많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을 돌리고, 공간이 생기면 지체하지 않고 전진했다는 것에 가까웠다.
한국의 공격이 후반 들어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특히 에콰도르의 공격이나 세트피스 상황이 끝난 뒤 한국은 천천히 대형을 갖춘 뒤 공격을 시작하지 않았다. 전방 선수들이 곧바로 공간을 향해 뛰고 후방에서도 전진할 길이 보이면 빠르게 공을 공급하면서 상대가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전개했다.
수비 전환은 정반대였다. 공을 잃으면 뒤로 달리는 대신 공과 가까운 선수가 먼저 앞으로 압박했고 주변 선수들이 패스길을 차단했다. 후반 시작 직후에도 정승원이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빼앗아 코너킥을 얻어냈다.
결국 모레노호의 전환 원칙은 간단했다. 공을 잡으면 앞으로, 잃으면 공을 향해 앞으로. 공격과 수비의 방향은 달랐지만 선수들의 첫 번째 움직임은 모두 적극적이었다. 이것이 중앙 활용과 맞물리면서 한국은 후반 들어 에콰도르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후반 13분에는 오현규가 얻어낸 왼쪽 프리킥을 손흥민이 직접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2-0까지 달아났다. 선제골 이후 불과 4분 만에 추가골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상대가 흔들렸을 때 템포를 늦추지 않고 몰아붙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8명을 바꿨는데도 유지된 '역할'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교체 이후였다. 모레노 감독은 2-0으로 앞선 후반 20분 박진섭과 조현택, 이한범, 정승원을 빼고 황희찬(샬케04), 김태현(가시마), 김봉수(대전),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을 한꺼번에 투입했다. 후반 30분에는 김민재와 오현규, 송민규 대신 조위제(전북)와 오세훈(시미즈 S펄스), 김민수(레인저스)를 넣었고, 후반 40분에는 손흥민을 이동경으로 교체했다.
무려 8명이 교체됐지만 경기의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황희찬은 자신의 장점인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전방에 속도를 더했고, 김봉수는 중원에서 연결 역할을 수행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민수와 최전방 공격수 오세훈까지 들어왔지만 한국은 계속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공격을 이어갔다.
세 번째 골 역시 교체 선수들이 만들었다. 후반 40분 투입된 이동경은 불과 1분 뒤 김봉수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안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선발 선수들이 빠진 뒤에도 교체 자원들이 기존의 흐름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고, 결국 득점까지 합작했다.
이는 모레노가 첫 대표팀 명단을 구성하며 '역할'을 중요하게 봤던 이유와도 연결된다.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전술 전체를 의존하기보다 같은 원칙 안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대표팀처럼 훈련 시간이 부족한 팀에서는 중요하다. 첫 경기부터 완성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교체가 팀의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3-0보다 선명했던 '어떻게'
물론 에콰도르전 한 경기만으로 한국 축구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전반처럼 상대가 중앙을 촘촘하게 막았을 때 후방과 공격진을 누가 연결할 것인지, 높은 압박이 한 번에 풀렸을 때 생기는 뒷공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 확인해야 할 부분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모레노의 첫 90분에서는 이전과 다른 몇 가지 원칙이 분명하게 보였다. 4-4-2를 기반으로 간격을 좁혀 압박했고, 공을 빼앗기면 여러 명이 즉시 달려들었다. 공을 소유했을 때는 중앙을 피하지 않았고, 중앙으로 상대를 끌어들인 뒤 측면과 다시 가운데를 오가면서 공간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전반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같은 방식만 반복하지 않았다. 후반에는 이재성이 중원에서 볼 순환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중앙의 연결을 살렸고, 한국의 공격은 전반과 비교해 훨씬 빠르고 유기적으로 변했다.
첫 경기에서 모든 답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중앙을 과감하게 공략하고, 공을 잃는 순간 즉시 압박하며, 되찾은 뒤에는 지체하지 않고 전진한다는 것. 모레노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한국 축구의 답을 찾으려 하는지는 분명하게 보여준 90분이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