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자사주 활용 EB 발행 ↑…이달 들어 25곳 EB 발행 공시
증권사 "자사주 보유 기업 대상 컨설팅"…운용사, EB 펀드 조성
리스크 관리 필요…"과도한 발행 시 오버행 이슈 생길 수 있어"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에 대비한 기업의 교환사채(EB) 발행이 늘어나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업에 EB 발행을 제안하고 운용사들은 전용 펀드까지 만들어 투자에 나서면서 EB가 자금조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달 EB 발행을 통한 자사주 처분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셀바이오휴먼텍, 테스, 에프에스티, 쿠쿠홀딩스, 삼호개발 등 25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인터로조 한 곳만 EB 발행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 |
[사진=AI 생성 이미지] |
EB는 기업이 자사주 또는 보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교환하지 않고 보유하면 만기에 상환받을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직접 매각보다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이미 보유한 주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분 구조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제3자에게 자사주를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증권사·운용사의 EB 투자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시장 확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사주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EB 발행을 적극 제안하고 운용사들은 EB 투자만을 겨냥한 상품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실제로 NH헤지자산운용은 최근 EB 투자만 전문으로 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EB 발행을 제안하거나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것"이라며 EB 시장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도 "증권사에서 기업에 EB 발행과 관련한 제안이 매우 많은 상황"이라며 "10월까지는 EB 발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IB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및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등으로 자사주 소각이 늘고 있고, 자사주 소각 의무 법제화도 추진되는 만큼 그 전에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EB나 주가수익스와프(PRS) 발행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EB가 자사주 소각 회피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정부에서 제재할 수 있는 점과 과도한 발행 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생길 수 있는 점 등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