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15승 3무 25패 승률 0.366으로 최하위권
타율 1위였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0.236으로 꼴등
외국인 투수, 박세웅의 부진과 불펜의 과부하는 심각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타선의 침묵과 마운드의 부진에 이어 수비까지 흔들리면서 팀은 5연패 늪에 빠졌고, 5위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롯데는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 경기에서 0-13으로 완패했다. 전날 경기까지 포함해 2연전 동안 무려 22점을 내주는 동안 단 1점밖에 뽑지 못했다. 그 1점조차도 9일 경기 6회에 터진 윤동희의 적시 2루타에서 나온 것이었다. 즉, 최근 12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5연패에 빠진 롯데는 6위로 내려앉았고, 5위 삼성과의 격차는 2경기로 벌어지며 가을야구 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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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롯데의 선발 박세웅이 지난 9일 사직 한화와의 경기에서 5실점 하며 무너졌다. [사진 = 롯데] 2025.09.09 wcn05002@newspim.com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추락이다. 8월 6일 기준 롯데는 58승 3무 45패(승률 0.563)로 승패 마진이 무려 +13이었다. 당시 전반기를 3위로 마쳤던 롯데는 1위 한화와도 5.5경기 차에 불과해 '우승까지 노려볼 만하다'라는 기대가 나올 정도였다. 팬들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후반기 롯데는 전혀 다른 팀이 돼버렸다. 12연패라는 악몽에 휩싸이면서 전반기에 쌓아둔 승수를 다 까먹었고, 잠시 반등해 3위까지 올라섰지만 9월 들어 다시 5연패 수렁에 빠지며 순위는 6위까지 추락했다. 특히 9월 들어 아직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다.
후반기 성적은 15승 3무 25패, 승률 0.366으로 리그 최하위권이며, 롯데보다 적게 이긴 팀은 KIA(14승)뿐이다. 남은 경기는 12경기뿐인데, 그중 SSG(2경기), 삼성(3경기), LG(1경기), 한화(1경기) 등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이 7경기나 남아 있다. 심지어 8위 KIA와는 불과 1.5경기 차라 자칫하면 8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KBO 역사상 11연패 이상을 기록한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은 롯데에게 불길한 전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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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롯데의 선발 감보아가 지난 10일 사직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닝을 끝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 = 롯데] 2025.09.10 wcn05002@newspim.com |
무엇보다 전반기 돌풍을 이끌었던 '타격의 롯데'가 후반기에 완전히 힘을 잃었다. 전반기 팀 타율은 0.280으로 리그 1위였고, 홈런은 최하위였지만 2루타·3루타·출루율에서 강점을 보이며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쳤다.
전반기 롯데 라인업에선 빅터 레이예스(0.340에 10홈런 69타점)를 비롯해 박찬형(0.395), 황성빈(0.314에 12도루), 한태양(0.310), 전민재(0.304에 3홈런 25타점) 등이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장두성(0.286에 10도루)도 의외의 활약을 펼쳤고, 윤동희(0.299에 4홈런 29타점), 고승민(0.299에 2홈런 30타점), 전준우(0.294에 7홈런 56타점) 등 기존 주축 선수들도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롯데 타선은 전반기와는 달리 극심한 침체에 빠진 모습이다. 후반기 팀 타율은 0.236으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8월 들어 부진이 본격화됐다. 8월 첫 경기 무득점 패배를 시작으로 8월의 첫 10경기 중 5경기에서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8일 SSG전부터 13일 한화전까지는 4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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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외국인 투수 벨라스케즈가 5경기에 등판해 1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 롯데] |
8월 7일부터 23일까지 12연패 기간 중 2득점 이하에 그친 경기는 7경기였다. 8월 한 달로 범위를 넓혀보면 11경기에서 2득점 이하에 그치는 타격 침체를 보였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하니 선발투수들이 아무리 호투를 해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결국 불펜 소모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전반기 활약했던 레이예스, 윤동희, 고승민 같은 주축 타자들과 한태양, 장두성, 전민재 등 이제 막 떠오르는 선수들도 체력 문제가 겹쳐 부진을 이어갔다. 특히 주장이자 4번 타자인 전준우가 부상으로 한 달째 출전하지 못하는 게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투수진들도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특히 10승(5패 평균자책점 3.65)을 거뒀으나 이닝 소화 능력이 부족하고 경기력에 다소 기복이 있었던 터커 데이비슨 대신 영입한 빈스 벨라스케즈가 5경기에 등판해 1승 4패 평균자책점 8.87을 기록해 롯데의 플랜을 망가뜨렸다. 여기에 롯데의 토종 에이스 박세웅마저 8월부터 매 경기 실점하며 선발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7월 2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5선발 이민석도 8월 들어 평균자책점 8.10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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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레이예스. [사진=롯데] |
선발들이 긴 이닝을 버텨주지 못하자 불펜들도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다. 마무리 김원중을 제외하고 모두 3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른바 필승조라 불리는 정철원-정현수는 65경기 이상을 출전했다. 그중 좌완 정현수는 75경기 등판으로 리그 모든 구원 투수 중 등판 1위, 2연투 30회로 1위, 3연투마저 7회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야수들의 집중력까지 떨어졌다. 지난 10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안타 개수(4개)보다 많은 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포구 실책, 판단 미스, 송구 실책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실책으로 내주지 않아야 할 점수를 내준 선발 에릭 감보아는 이날 4이닝 8실점을 하고도 자책점은 단 3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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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롯데의 유격수 전민재가 지난 10일 사직 한화와의 경기에서 자신에게 날아 온 타구를 잡고 있다. [사진 = 롯데] 2025.09.10 wcn05002@newspim.com |
결국 김태형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경기 직후 사직구장 그라운드에 훈련 장비를 세팅하고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수비 훈련을 강행했다. 원정길에 올라야 하는 상황에서도 훈련을 늦게까지 이어가며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5위와의 격차가 2경기여서 기적 같은 반등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투·타·수비가 모두 붕괴된 상황이 계속된다면 롯데의 올 시즌도 결국 허무하게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