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관세협상 타결, 8·25 한미 정상회담
거센 파고 넘었지만 여전히 '디테일' 불씨
美, 삼성·SK 반도체 '中 공장 VEU' 제외
반도체에 최대 100% 품목관세 부과 언급
美법원, 상호관세 근거 IEEPA 위법 판결
韓, 15%로 깎기 위해 '양보' 돌려 받아야
'조선·반도체·원전' 활용 전략적 가치 제고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한미 간의 경제·통상 분야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미국 정부가 관세를 세게 갈 수도 있고, 미국 정부 스스로 급격한 물가 인상이 우려되면 조금 낮출 가능성도 있다."
경제·통상 분야 권위자인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통상학)는 1일 한미 간 관세협상 타결 한 달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향후 전망을 이같이 했다.
지난 7월 30일 한미 간에 최대 현안이었던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후 8·25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경제·통상 분야에 대한 안정화에 어느 정도 합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한 후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대통령실] |
◆대통령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9일 "한미 간 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진전이 있었고 경제·통상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위 실장은 "1500억 달러(208조원)의 투자는 사실 기업들이 원래 계획하고 있었던 것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새롭게 크게 양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경제계에서는 이 합의를 보고 안도하며 예측 가능성이 생겼다"면서 "경제·통상 분야의 불안정성이 해소되고 안정화 방향으로 진전을 봤다"고 평가했다.
다만 위 실장은 한미가 합의된 문서로 내놓지 않은 것과 관련해 "(나라 간 합의된) 문서는 여러 가지 분야를 망라한다"면서 "안보와 경제·통상 분야를 다 망라해야 하는데 분야별로 진전 정도가 달랐고 상세히 규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검토를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또 부처 간 협의도 해야 하고 국회와 협의도 필요할 수 있어 그러한 상세성 여부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전체적으로 좀 더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지금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많은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면서 "관세와 투자, 안보 분야에서 큰 공감대가 형성된 것 자체가 성과이고 좀 더 협의를 하면 나중에 가시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8일 미국과의 관세·외교·안보 협상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계속되는 협상이 될 것"이고 이런 방식의 협상이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실장은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강 실장은 "끊임없이 협상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와 조건을 맞이할 것"이라며 한미 간 상호 관세 협의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세부 사항을 앞으로 계속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트럼프, 중국에 대한 스탠스 확정 아닌 유동적
다만 한미 정상회담의 여운이 다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주말 사이에 한미 경제·통상 분야와 관련해 굵직한 이슈들이 터져 나왔다.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글로벌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반도체에 대해서는 최대 100%의 품목관세 부과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은 지금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협상을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절연하라' '디 커플링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지난 7월 말 한미 간의 관세협상 타결 당시에 협의했던 맥락에서 보면 포괄적으로 모두 그 범위 안에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가 상당히 유동적이어서 이번 조치가 완전히 확정됐다라고 보기에도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온다.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의 이행 의지를 정상 차원에서 확인하고 제조업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한미 간 경제·통상 분야의 안정화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3500억달러(48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의 구체적 조성과 운영 방식을 놓고 여전히 디테일에 있어서는 이견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에 이번에 기업들이 발표한 1500억 달러 투자를 합치면 5000억 달러(696조원)다.
일본의 투자 펀드 5500억 달러와 유럽연합(EU)의 6000억 달러(835조원) 투자 약속을 고려하면 한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액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오후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상징인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오션 필리조선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美 상호관세 '최종 위법 판결' 중요 상황 도래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주말 사이에 또 하나의 대형 돌발 변수가 급부상했다.
미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한미 간 타결한 관세 합의에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 에너지 제품 1000억 달러 어치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대미 수출품의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내리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
트럼프 미 정부가 대법원의 최종심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 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 교수는 "IEEPA 근거를 전제로 한국 정부가 양보한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되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플랜B로 IEEPA 대신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한 관세 압박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상호 관세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이 나면 정말로 중요한 상황이 된다"면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거둬들이는 관세의 60~70%까지가 IEEPA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냥 232조에 기반한 품목 관세를 때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IEEPA가 사라질 경우에 대비해 플랜B로 갔을 때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한국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제언했다.
한국 정부가 IEEPA에 기반해서 25% 관세를 15%로 깎기 위해 양보한 것이 무엇인지를 리스트업을 해놨다가 IEEPA가 사라질 때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치밀하게 사전에 개발해 놔야 한다는 조언이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한미 기업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韓, 장기적으로 구체적 합의 과정 만들어 내야
한미 정상이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큰 틀에서 승인하고 향후 각론 협의로 넘어가기로 해 일단은 통상 안정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관세 인하는 자동차와 향후 도입을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크게 3가지다.
김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악마가 노(no) 디테일에 있다"고 규정했다. 엄청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은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10개 품목을 빼고는 이미 99.7%를 개방했다. 미국이 앞으로 세게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이번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조선업을 비롯해 원전과 반도체 등 핵심 제조업의 최대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는 데 목표를 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여타 품목에 대해서는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약한 고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동맹이며 우방으로서 중요한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미 간의 경제·통상 협상과 관련해 수치로 구체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미 간의 경제·통상 협상에서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전략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미국도 한국이 갖고 있는 것 중에서 없는 것이 많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한미 간에 좀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협상의 합의 과정을 장기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