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국 대우' 확보했지만 관세 리스크 여전
미국 내 생산 물량 단계적으로 강화할 듯
'고관세' 미국 빅테크에도 재앙...가능성 저울질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반도체에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최혜국 대우(Most Favored Nation·MFN)를 약속받은 만큼, 고율 관세의 직접 적용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관세 카드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경우를 대비해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비중만 놓고 보면 미국은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12~13% 정도를 차지해 중국보다 낮지만, 수출 품목은 대부분 고사양 제품으로 구성돼 있어 타격이 적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고성능 D램,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이익률이 높은 제품이 집중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관세 인상이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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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통해 리스크를 완화하는 동시에, 국내 거점은 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공정 중심으로 개편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반도체 232조 조사 결과와 이에 따른 한미 간 후속 협의 등을 토대로 사업 전반에 미칠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영향 최소화를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HBM4 공급처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영업을 진행 중이다. 만약 고율의 수입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이들 메모리를 사용하는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도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구조적 상호의존성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가 관세 조치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발언이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 해도 단계적 적용이나 제한 품목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며, 미국 내 소비자 부담 증가와 AI 산업 전략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반도체·바이오 분야에 있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며 "향후 미국이 100%든 200%든 관세를 올리더라도 우리는 가장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100% 관세를 맞는 일은 없다는 의미냐"고 묻자, 여 본부장은 "그렇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투자 발표 행사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와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에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현지 투자를 촉구했다. 반도체와 의약품을 중심으로 다음 주 중 구체적 관세 정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