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물류센터 선풍기로 버텨…폭염 무방비
아파트 공회전 금지…차 안 에어컨도 못 켜
전문가 "폭염수당·실업급여 등 보호 강화"
"플랫폼 이동노동자 근로자성 인정도 확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야외 노동자, 농어민, 주거취약계층 등 기후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40도 넘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며 기후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을 견디는 기후취약계층의 현실을 집중 조명하고, 대안책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폭염 때문에 건강을 담보로 일하지만, 뛰면 뛸수록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빠르게 배송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지난 25일 오전 10시경 세종시에서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는 최석금(40세, 남) 씨가 연신 땀을 흘리며 말했다. 최 씨는 "택배산업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날씨 등 외부적 영향이 있더라도 정해진 할당 물량을 배송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의 하루는 오전 7시 세종 근교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시작한다. 물류센터에 그늘막은 있었지만, 주변의 뜨거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커다란 선풍기 여러 대가 돌아갔지만, 온도와 습도가 높아 역부족이었다.
최 씨는 "제가 일하는 센터는 시설이 좋은 편"이라며 "외곽으로 갈수록 그늘막이 없는 센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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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25일 방문한 세종 근교에 있는 택배 물류센터 2025.07.28 yuna7402@newspim.com |
물류센터에서 물건정리를 마친 최 씨는 오전 9시부터 배송을 시작했다. 최 씨는 배송 트럭에서 5분에 한 번씩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빠르게 뛰어다녔다. 최 씨의 배송 구역인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공회전이 금지돼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을 수 없다. 무더운 날씨에도 최 씨는 긴팔과 긴바지 차림이다. 주민들에게 땀 냄새가 날까봐 기능성 옷을 입은 것이다.
최 씨는 "택배를 배송할 때 시동을 꺼야 해서 창문을 열고 다닌다"며 "너무 더워서 가끔은 현기증이 날 때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희 같은 특수 고용 노동자는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기온이 40도가 넘어도 택배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선 배달 기사를 위한 휴게실을 만들었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것이 최 씨의 설명이다.
최 씨는 "배달기사들은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휴게실은 의미가 없다'며 "택배기사들을 위한 작업 중지권이 생기려면 택배 물량이 오지 않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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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택배기사 최석금씨가 25일 배송을 하고 있다. = 2025.07.28 yuna7402@newspim.com |
실제로 최 씨와 같은 옥외 근로자는 온열질환에 노출돼있다. 환경연구원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에 따르면, 옥외근로자의 16.5%가 온열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폭염 대책으로 체감 온도가 33도 이상일 때 2시간마다 20분 휴식을 의무화했지만 택배기사, 배달기사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는 폭염수당이나 기후 실업급여 등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종기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이동노동자가 생계의 문제에 처했을 때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폭염수당, 기후 실업급여 등 실업급여와 산재도 해당 노동자를 위해 강화된 형태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플랫폼 이동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며 "이에 따라 휴식시간, 법적 유급 휴가 등 방안들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