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자 재개 움직임...삼성물산 그룹사 일감 확대 가능성
삼성물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 이어갈 듯...도시정비·SMR 집중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지난해부터 그룹공사가 줄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이 하반기 실적 개선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룹 공사는 사실상 삼성물산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그룹사의 행보와 무관하게 도시정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발주 공사가 삼성물산의 외형 확대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수익성에서는 만족할 만하지 않아서다. 또 지난해와 올해 그룹공사 매출 축소에 따른 위기를 경험한 만큼 다양한 매출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배구조 및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평택캠퍼스 공사 속력...삼성물산 그룹공사 확대 기대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그룹사 일감 감소로 부진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이 올해 하반기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하이테크 사업의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을 진단하고 미뤄뒀던 투자를 재개하기 시작하면서다. 이와 더불어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경영 불확실성 해소를 계기로 이 회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실적 회복을 위한 삼성전자의 투자에 속력이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도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물산 등이 시공을 맡은 평택캠퍼스 공사 진행에 속력을 내고 있다. 지난 18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4공장(P4) 페이즈4(Ph4) 마감공사에 대해 1조4630억원 규모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Ph4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상반기 공사 진행 순서가 바뀌는 등 차질을 겪은 곳이다. 후반부 공정에 해당하는 마감공사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해당 프로젝트가 내부 혼란을 정리하고 가시적인 진척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으나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으로 지난해 초 진행이 보류된 5공장(P5)의 공사 재개도 논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설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던 삼성전자가 다시 투자 확충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물산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조짐이다. 삼성물산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은 삼성전자 발주 사업에 대한 의존이 크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로부터 끌어온 매출은 2022년 7조1056억원으로 건설부문 매출의 48.7%에 육박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하락세에 따라 ▲2023년 5조6493억원(29.2%) ▲2024년 5조7805억원(31%)으로 삼성전자 발주 사업 매출이 줄었다. 이에 삼성물산은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그룹공사의 매출 공백을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에 놓였다. 주택 브랜드 '래미안'의 인지도를 앞세워 도시정비사업에 공들인 결과, 올해 상반기 주택 수주액 5조7195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액(3조639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럼에도 건설 부문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주요 프로젝트인 ▲평택 P4 신축공사(4조8139억원) ▲평택 3공장(P3) 페이즈4(Ph3)(3조8023억원) 등 그룹공사가 마무리되면서다. 그룹공사는 발주처와의 일정 조율이 수월해 빠르게 착공과 매출 인식이 이뤄진다. 반면 도시정비사업은 인허가·이주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수주 이후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비교적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그룹공사 물량이 줄어드는 시점에 맞춰 주택 수주를 확대해도 매출 반영 시차로 인해 단기간 내 실적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시설투자가 가속화된다면 삼성물산의 실적 및 주택 사업 수주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전자 대상 협상력 제한적...도시정비·SMR 등 집중 계속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삼성전자 발주이 확대된다면 삼성물산은 안정적으로 매출을 얻을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인 만큼, 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삼성전자의 재무 지표 개선이다. 지배구조상으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442조47억원)은 삼성물산(29조8304억)을 압도한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의 계약에서 협상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도 삼성전자의 행보와 무관하게 '그룹사 의존 축소'를 단기적 전략이 아닌 중장기적 사업 방향으로 설정하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물산은 서울 최상위 입지 대단지 뿐 아니라 비강남권 도시정비사업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1200가구 규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GS건설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이달 20일에는 970가구 규모 서울 양천구 신정동 1152번지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앞서 4월에는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서울 광진구 광나루현대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다양한 유형의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보함으로써, 향후 그룹사 발주가 다시 위축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누적 수주 물량을 기반으로 일정 수준의 실적 방어가 가능하도록 대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으로 낙점한 태양광, 그린수소, SMR 등 친환경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원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SMR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스웨덴 SMR 개발사 칸풀 넥스트와, 올해 4월 에스토니아 개발사 페르미 에네르기아와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루마니아 SMR 초호기 사업에 대한 기본설계(FEED)를 수행 중이다. 삼성물산이 지분투자한 미국 SMR 기술기업 뉴스케일이 지난 5월 77MW(메가와트)에 대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승인을 취득하면서 SMR 시장 진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평택캠퍼스 P4 Ph4의 공사 일정은 보안 문제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해당 사업의 매출은 올해 하반기부터 공정률에 따라 점차적으로 자사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올해 2분기 실적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나 연말로 갈수록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폭넓은 역량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반기 중동 등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 등 신사업 전략상품 위주의 수주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개포우성, 여의도 대교 등 핵심 입지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 지속 수주를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