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반 조직 검거 어려워...범죄 수익 환수 피하려 대포통장 이용도
전문가 "국제 공조 체제 실효화...신종 수법과 예방법 홍보 필요"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피해액은 854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범죄 유형 역시 기관 등을 사칭하는 사칭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법까지 진화했다. 마약 등 다른 범죄들과 엮여 있기 때문에 위험성도 매우 높다는 게 중론이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통합신고 대응센터 규모 확대를 통해 보이스피싱 등 피싱범죄 대응과 예방체계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법은 점점 다양해지고, 해외 기반 조직은 검거가 어려운 등 범죄 '근절'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근절 단계로 가기 위해 강력한 처벌과 해외 공조체제 실효화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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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 MZ세대도 속아…치밀한 시나리오에 피해는 계속
경찰청에 따르면 사회적 통념과 달리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다.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20대 이하는 8886명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자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치밀한 각본에 순간적으로 당황해 피해를 입는다.
자신이 검찰청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보이스피싱범과 30분 가까이 통화를 했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가족 실명을 얘기한데다가, 왜 번호가 010으로 시작하냐고 묻는 질문에도 태연하게 대답을 해서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며 "끊고 나서 가족과 통화한 후에야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30대 자영업자 B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이 신고하는 사기이용계좌를 범죄 조직이 계속 쓰고 있는데도, 은행이 계좌 정지를 안 시키고 있어 피해가 크게 확산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악성앱 설치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런 앱들은 겉보기에 공공기관의 정식 앱인 것처럼 꾸며져있다. 즉, 범죄조직이 피해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거나 안심시킴으로써 피해자를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따라오게 하는 일종의 사전작업이다.
◆ '총책' 등 핵심 범죄자 검거 어려움…피해액 몰수 안되는 경우도
해외기반의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다. 통계청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평균 검거인원 3만8015명 중 '총책', '관리책' 등 '조직상선'의 검거율은 2.0%에 불과하다. 총책들이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 거주해 수사에 한계를 겪는 경우도 많다.
판결에서 범죄 금액이 추징이나 몰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에는 대법원이 사기혐의로 구속기소돼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 판결을 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기소된 사건의 피해금인지 확인되지 않아 몰수할 수 없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다른 혐의로 추가 입건해 범죄 수익을 재압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지난해 범죄수익 환수 결과 통계에 따르면 검찰 전체 환수액은 1526억원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 액수는 4472억원이다. 보이스피싱 외 다른 범죄까지 포함한 환수액임을 감안할 때, 보이스피싱 범죄 검거 이후에도 환수나 몰수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도 다수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비용 환수를 어렵게 하려고 대포통장을 이용하거나 현금, 금 등으로 바꿔서 은닉하는 등 계좌 추적이 어려운 면이 있다"며 "은행을 통해 환수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신고 자체가 늦는 등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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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핌DB] |
◆ 전문가들 "국제 공조 체제 실효화 필요…신종 수법은 주기적 홍보해야"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국제 협력 유지와 신종 수법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조직이 해외에 있는 경우에는 검거를 위해 공조 체제를 실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보이스피싱을 둘러싼 대포통장 등 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인프라 자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법 집행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수법들을 체계화해서 시민들에게 주기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일벌백계 위주의 강력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하고, 다양한 국가와 협력이 유지될 수 있게 연락체계가 잘되어있어야 한다"며 "피해자가 일반 서민인 경우가 많은데, 경찰과 언론 등이 수법과 예방 대책 홍보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