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협상 멈춘 사이 대규모 공습...미-러 관계 다시 '악화 국면'
독일 총리 "우크라 제공 무기 사거리 제한 해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지속과 더딘 평화 협상에 좌절감을 느끼며, 이번 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이번에 논의 중인 제재에 새 금융 제재가 포함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가 그동안 거부해 온 우크라이나가 지지하는 30일간의 휴전을 포함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압박 옵션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점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마지막 시도가 실패할 경우 협상을 전면 철회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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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WSJ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며 "모든 옵션을 열어 둔 채 영리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의 강력한 개인적 관계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취임했지만, 최근 흐름은 미국과 러시아 간 관계가 몇 달 간의 부침 끝에 다시 악화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지난 일요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유난히 강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항상 잘 지냈지만, 지금은 도시들에 로켓을 쏘고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우리는 협상 중인데 그가 키이우와 다른 도시들에 로켓을 날리고 있다. 이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윌리엄 테일러는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야 푸틴을 파악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인다"며 "문제는, 이게 진심인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까? 제재까지 갈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결론은, 푸틴이야말로 평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간 푸틴이 우크라이나가 지지하는 휴전을 거부하는 데 대해 제재 등 징벌적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을 견뎌왔다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달갑지 않기도 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 관계 회복을 바라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푸틴과 가깝다고 믿었는데 푸틴이 휴전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기대가 크게 무너진 것으로 전해진다.
매체는 미국이 평화 협상에서 철수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지속될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이날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사거리 제한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깊숙한 군사 목표도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서방국가들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도록 허용해왔고,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 확대 가능성을 우려해 사거리 제한 해제에 반대해왔었다.
백악관은 사거리 제한 해제 결정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메르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는 위험한 결정일 것"이라며 "그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정치적 해결에 도달하려는 우리의 열망, 합의의 틀 내에서 행해지는 노력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