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50억 FI 부담에 IPO 서둘러
"수익원 다변화·혁신 제고 필요"
" 업비트 의존도 우려 씻어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케이뱅크(은행장 최우형)가 기업공개(IPO) 삼수에 도전한다. 대주주인 BC카드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 이용료율 상향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로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케이뱅크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IPO 도전 철회 배경 중 하나가 높은 업비트 의존도였던 만큼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투심을 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9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이달 말까지 제안서를 받고 다음 달 중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IPO 재추진을 결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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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케이뱅크 1분기 당기순이익 현황. [사진=김아랑 기자] |
케이뱅크의 IPO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22년 IPO를 공식 선언하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증시 불황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우려가 커지자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해 IPO에 재도전한 케이뱅크는 같은 해 10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까지 마쳤으나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상장 시점을 올 2월로 미뤘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재집권, 계엄·탄핵 정국 등 대내외적 불안으로 시장이 한껏 얼어붙으면서 지난 1월 재차 포기 의사를 밝혔다.
케이뱅크가 다시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FI들과의 복잡한 계약 관계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6월 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IPO 완료일까지 내부수익률(IRR) 연 8% 이상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다. 내년 7월까지 이 같은 조건으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I들은 대주주 BC카드의 케이뱅크 지분을 포함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동반매도청구권)를 행사할 수 있다. FI가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결정하면 BC카드는 이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데 사실상 7250억원어치 채무를 떠안는 셈이다.
이 같은 무게감이 야속하게도 케이뱅크의 상황은 IPO 재수 때보다 좋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두 번째 도전 당시 845억원(2024년 상반기 기준)이라는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썼지만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506억원) 대비 68.2% 감소한 160억원에 그쳤다. 케이뱅크의 실적 부진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제휴 관계를 맺어온 업비트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7월 투자자에게 이자수익을 돌려주도록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업비트의 이용료율이 연 0.1%에서 2.1%로 오르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뛰었다.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이자비용은 1674억원으로 전년 동기(1167억원) 대비 43%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상당 빠진 1085억원에 그쳤다. 타행들이 예대금리 차가 커지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케이뱅크의 이번 분기 수신 잔액(27조8000억원) 중 업비트 예치금은 5조3600억원으로 비중이 19%에 이른다. 업비트와의 제휴로 기존 고객수 3배 규모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제휴 이듬해 첫 연간 누적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혜를 입었던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서 실적 부진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케이뱅크의 높은 업비트 의존도는 지난해 IPO 재수에서 고배를 마시게 했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이 잇따랐고 기관 수요예측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업비트 기반 수익 의존도를 줄이는데 IPO 삼수 성패가 달렸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케이뱅크는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대출로 돌파구를 찾았다. 최근 개인사업자 대상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고 2027년까지 100% 비대면 법인대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예외조항을 활용해 오프라인 영업도 벌일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서울 강남구에 오프라인 중소기업 영업센터 개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은 원칙적으로 비대면 영업만 허용되지만 중소기업 영업에 대해서는 대면이 가능하다는 예외적인 조항이 있다.
혁신을 통한 투자 매력 제고도 요구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상장 때와 달리 인터넷은행의 신선함과 매력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자수익 위주 수익구조는 시중은행의 그것과 뚜렷한 차별점이 없고, 시중은행만큼 자본이 탄탄하지도 않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만의 강점을 살려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혁신을 위한 대안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대두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금융 특화 프라이빗 LLM(대형언어모델)을 도입한 데 이어 3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AI 보이스피싱 실시간 탐지 기술을 적용했다. '인공지능 기반 은행'을 선언한 케이뱅크는 올해 연간으로 지난해 3배 수준의 AI와 클라우드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