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 넘어 메이저 3승째... 시즌 2승에 상금 1000만달러 돌파
김시우 공동 8위 메이저 첫 톱10... 김주형 71위, 안병훈 74위 그쳐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악몽의 무대'였던 퀘일할로 클럽에서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세계 랭킹 1위 셰플러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파71·7626야드)에서 열린 제107회 PGA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로 마무리했지만 공동 2위 그룹에 5타 앞선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이 대회 사상 최다 타수 차 우승은 2012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8타 차다.
셰플러는 2022년과 2024년 마스터스 우승에 이어 통산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수확했다. 대회 우승 상금은 342만 달러(약 47억9000만원). 2025년 시즌 상금도 1013만 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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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셰플러가 19일 PGA 챔피언십 최종일 우승을 확정짓고 모자를 벗어던지며 포효하고 있다. 2025.5.19 psoq1337@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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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셰플러가 19일 PGA 챔피언십 최종일 우승을 확정짓고 모자를 벗어던지며 포효하고 있다. 2025.5.19 psoq1337@newspim.com |
이번 우승은 셰플러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이 대회 2라운드를 앞두고 주차장 혼선으로 경찰에 체포돼 '머그샷'까지 찍는 해프닝을 겪었다. 당시 그는 그 와중에도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으나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1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돌아온 셰플러는 결국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올해 초 손 부상 여파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그는 이달 초 더 CJ컵 바이런 넬슨 우승에 이어 단숨에 메이저 우승까지 거머쥐며 시즌 2승, 통산 15승 고지를 밟았다. 29세 생일(6월)을 앞두고 메이저 3승과 PGA 투어 15승을 모두 달성한 선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 이어 셰플러가 세 번째다. 메이저 첫 3승 모두 2위에 3타 이상 앞선 '완승'으로 거둔 선수는 최근 100년 사이 셰플러와 스페인의 골프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 단 두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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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셰플러가 19일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5.19 psoq1337@newspim.com |
이날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전날까지 2위에 3타 앞섰던 셰플러는 4라운드 전반에서 흔들리며 욘 람(스페인)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2개를 추가하며 다시 격차를 벌렸고, 가장 어렵다는 마지막 3홀 '그린 마일'을 침착하게 넘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람은 이 구간에서만 무려 5타를 잃으며 공동 2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셰플러는 18번홀 보기 외에는 큰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퀘일할로 클럽(Quail Hollow Club)의 '그린 마일(Green Mile)'은 악명 높은 마무리 16번~18번홀)을 지칭하는 PGA 투어에서 가장 까다로운 마무리 구간 중 하나다. '그린 마일'이라는 별칭은 스티븐 킹의 소설과 영화에서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걷는 길을 의미한다. 이 세 홀은 선수들에게 심리적, 기술적으로 극한의 도전을 안겨주는 구간이란 뜻이다. 16번홀(파4)은 530야드로 두 번째로 긴 파4로 정확한 티샷과 세컨드 샷이 요구된다.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의 벙커와 해저드가 전략적인 플레이를 필요로 합니다. 17번홀(파3)은 반도형의 그린이라 짧아도 길어도, 왼쪽으로 가도 물에 빠진다. 평균 스코어가 3.36이다. 18번홀(파4)은 494야드 오르막 파4로 페어웨이 중앙에 구불구불 개울이 압박감을 주며 평균 4.40타에 이른다.
셰플러는 경기 후 "전반에 흔들렸지만 후반 9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인드 컨트롤이 나의 최대 무기인데, 오늘 그 부분이 잘 통했다"고 말했다. 또 "스윙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인내심을 유지했고, 필요할 때 좋은 샷이 나왔다"고 자평했다.
셰플러는 장타 부문에서는 평균 302야드로 80위에 불과하지만, 그린 적중률(71.45%) 7위, 어프로치 샷 효과(+1.224타) 1위, 스크램블링 성공률(71.35%) 1위 등 위기관리와 코스 매니지먼트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며 '완성형 골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6월 열릴 US오픈에서 '4번째 별'을 노린다.
김시우는 최종 합계 4언더파 280타로 람 등과 함께 공동 8위에 올랐다. 이 대회 전까지 2021년 마스터스 공동 12위가 메이저 대회 개인 최고 성적이었던 김시우는 첫 '메이저 톱10' 성적을 냈다. 3라운드까지 공동 5위였던 그는 이날 전반 9개 홀에서 4타를 잃는 난조 속에 한때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그러나 후반 들어 12번과 15, 16번 홀에서 버디로 만회하며 10위 내 재진입에 성공했다. 16번 홀 그린 주위 칩인 버디로 기세를 올린 그는 17번 홀(파3)에서 약 3.3m 파 퍼트를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 18번 홀(파4) 비슷한 거리 파 퍼트는 성공하면서 이 대회 상위 15위 이내 선수에게 주는 다음 시즌 PGA 챔피언십 출전권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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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시우가 19일 PGA 챔피언십 최종일 18번홀을 마치고 욘 람과 악수하고 있다. 2025.5.19 psoq1337@newspim.com |
김주형은 9오버파 293타로 71위, 안병훈은 13오버파 297타로 74위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매킬로이는 3오버파 287타로 공동 47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잰더 쇼플리(미국)는 이날 3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언더파 283타, 공동 28위에 올랐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