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산업 중기·벤처

속보

더보기

[기고] 보안비용만 커진 대한민국, 중심은 없다

기사입력 : 2025년04월15일 07:00

최종수정 : 2025년04월15일 07:00

박정인 교수(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사이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 문장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랜섬웨어 공격, 정보 유출, 국가 기반시설 마비 등 사이버 위협은 더욱 치명적이고,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업은 해마다 보안 예산을 늘리고 있으며, 공공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현장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보안 예산은 기술적 방어에 집중되어 있다. 방화벽, 백신, 침입탐지 시스템, 보안관제 인력 등이다. 하지만 실제 사이버 공격의 90% 이상은 사람의 실수, 내부 통제 실패, 협력기관과의 취약 연결 지점 등 '비기술적' 영역에서 발생한다. 즉, 보안의 대상과 방식 모두 잘못 설정되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제도적 기반에도 있다. 국내 사이버 보안 관련 법은 과도하게 분산되어 있다. 기술 보호와 보안 개념이 혼재된 채로 첨단전략기술보호법, 산업기술보호법, 방위기술보호법, 대외무역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분법화돼 있어 일관된 대응이 어렵다.

박정인 교수.

미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2015년 OPM(미국 인사관리처) 해킹 사건은 사이버 위협이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소니 해킹 사건은 북한 연계 해커 조직 'Lazarus Group'이 코미디 영화 《The Interview》 상영에 반발해 감행한 공격이었다. 대규모 정보 유출과 기업 명예 실추, 국가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OPM 해킹 사건은 그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2,200만 명의 민감 정보가 유출되었고, 정보기관 요원의 신원이 노출될 위기에 놓였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사이버 보안 개혁을 본격 추진하며, 사이버 보안 정보 공유법(CISA, 2015)을 제정했다. 핵심은 정부와 민간이 위협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사이버 보안의 대응 속도와 범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이 정보를 공유하면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 '면책조항'도 마련됐다.

이후 미국은 DHS(국토안보부)를 사이버 보안의 중앙 컨트롤타워로 지정하고, AIS(자동 위협 정보 공유 시스템), ISAC(정보공유센터) 체계 등 민관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방기관은 FISMA 기준에 따라 보안 점검을 의무화하고, 주요 기반시설 보호, 위기 대응 훈련 등을 통해 전체 국가 차원의 보안 역량을 높였다.

해킹 이미지 [뉴스핌DB]

2022년에는 CIRCIA(사이버 인시던트 통지법)를 통해 사이버 사고 발생 시 72시간 이내, 랜섬웨어 지불 시 24시간 이내 신고를 의무화했다. 이는 단순한 신고 의무화가 아니라, 사이버 안보의 명확한 리더십과 조정권한을 정부에 부여하고, 기업과의 신뢰 기반 정보 공유 문화를 제도화한 사례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기정통부, 행안부, 국정원, 경찰청 등 사이버 보안 관할이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 민간 기업은 사고 정보를 정부에 공유하기를 꺼려하고, 정부는 사고 이후 통계 정리에 급급하다. 이 같은 파편화는 비싼 보안비용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방어를 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이버 보안 예산의 확대가 아니라, 보안 지휘체계의 일원화다. 국가정보원법을 CISA 법 체계처럼 개정해 국정원이 보안 컨트롤타워로서 민관 협력을 총괄하고, 법무부 산하에 FBI처럼 사이버 수사 전담기구를 설치해 형사사법 기반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 기반의 생태계, 정보 공유 문화, 명확한 책임 구조, 전략적 지휘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국가 수준의 보안이 가능하다. 지금 한국의 사이버 보안은 '비용'은 크고, '지휘'는 없다. 이제는 체계를, 철학을, 리더십을 바꿀 때다.

옥타 로고가 보이는 휴대폰 화면 [사진=블룸버그]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했다.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 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했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아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재계 총수들, '트럼프 Jr' 만남 총출동 [서울=뉴스핌] 서영욱 남라다 김아영 조민교 기자 = 3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려는 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사업 현안을 전달하고 정책적 협력을 요청하기 위한 행보다. 트럼프 주니어와 재계 인사들의 면담은 트럼프 주니어가 묵고 있는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의 한 구역에서 열렸다.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건물이다. 건물 주변에 많은 취재진이 대기 중이지만, 철저한 보안으로 인해 오고 가는 재계 인사들을 마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오전 트럼프 주니어가 묵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인근 커피 매장에서 포착된 김동선 부사장(왼쪽)과 김동원 사장 [사진=독자 제공] 이날 오전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3형제가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재계 인사 중 가장 먼저 언론에 포착됐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일관 생산단지 '솔라 허브' 프로젝트를 조성 중이다. 연간 8.4GW 규모의 이 시설은 약 13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높여 미국의 자국 우선 조달 정책에 대응하고 관세 부담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은 방산·조선 사업에서도 미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호주의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 지분을 확보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오스탈은 앨라배마와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 해군 소형 수상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롯데그룹도 트럼프 주니어와의 접촉에 나섰다. 신동빈 회장과 인도네시아 출장에 나섰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이날 오전 귀국해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롯데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에 보유한 바이오 공장을 중심으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바이오기업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임상 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공장에서 첫 양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 내 관세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설비 확충과 고객사 확보에 나선 롯데는, 신 부사장을 통해 트럼프 주니어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탑승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5.04.29 choipix16@newspim.com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날 트럼프 주니어와 비공개 개별 면담을 가졌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신공장을 짓고 있다. 총 7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미국 시장 내 K푸드 수출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미국 내 식품 수출 시 애로사항과 관세 이슈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 이해진 네이버 의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등도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이날 "인공지능(AI)과 테크,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상호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도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려는 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만들어달라는 재계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트럼프 주니어는 곧장 정 회장 자택으로 이동해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재계 면담이 끝나는 대로 이날 밤 출국할 예정이다. syu@newspim.com 2025-04-30 14:24
사진
'김문수·한동훈' 최종 승자는 누구 [서울=뉴스핌] 박서영 김가희기자 =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결선 진출자에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반탄(탄핵반대)파 김 후보와 찬탄(탄핵찬성)파 한 후보가 2파전을 겨루게 된 가운데 최종 1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오후 3차 경선에 진출할 후보자 2명을 발표했다.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탈락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3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가나다순) 후보와 한동훈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4.29 pangbin@newspim.com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경선 결과를 발표하며 "과반 득표자가 없어 3차 경선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우리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깊이 고민하시고 이번 투표에 참여해주신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2강 후보에 진입한 김 후보는 "한 후보와 같이 마지막 경선을 하게 된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래가 창창한 대한민국을 위해 한 후보께서 많은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 후보는 "어려운 대선 상황에서 김 후보와 제가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2인 3각의 마음으로 하나의 후보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맞서야 한다"며 "남은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생각하고 함께 이재명과 싸워 이기는 한 팀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홍 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직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입당시켜, 3차 경선에 진출하는 2명의 후보와 '원샷 국민 경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그 부분은 조금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도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다. 지금 제가 답을 드리는 것 자체가 너무 앞서가는 것이고 당에서도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차차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 후보는 한 대행을 포함한 '원샷 경선'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머지 (탈락한) 6명은 치열한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갑자기 (한 대행이) 들어와서 여기서 경선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우리는 전통이 있고 룰이 있는 정당"이라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진출에 실패한 안철수 후보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04.29 pangbin@newspim.com 한편 이날 결선 문턱을 넘지 못한 안 후보는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이재명을 막고 정권교체 이루는 데 제 힘을 바치겠다. 우리 당의 승리가 국민 승리고 역사의 승리"라고 소회를 전했다. 홍 후보는 이날 결선 탈락을 끝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홍 후보는 "정치인생을 오늘로서 졸업하게 되어 감사하다. 이제 시민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좀 편하게 살도록 하겠다. 이번 대선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앞서 지난 27∼28일 진행된 국민의힘 2차 경선은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의 룰이 적용됐다. 당원 투표엔 76만5773명 중 39만4명(50.93%)이 참여했고 국민 여론조사는 5개 기관에서 6000명(역선택 방지 적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결선에 진출한 김 후보와 한 후보 중 누가 앞섰는지 알 수 없다. 이날 3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한동훈 후보 2명은 오는 30일 양자 토론회를 진행한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다음달 1∼2일 양일 동안 선거인단 투표(50%)·국민 여론조사(50%)를 거친 후 같은달 3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1명을 선출할 계획이다. seo00@newspim.com 2025-04-29 15:4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