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신간] 탁월한 충청도 사투리 구사... 김종광 소설집 '안녕의 발견'

기사입력 : 2024년05월13일 14:01

최종수정 : 2024년05월13일 14:01

"인생 아는 척 마라. 팔십 년 살아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충청도 완곡 어법의 재미와 묘미를 200% 담아낸 소설들
'힙'한 사투리의 매력, '김종광'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장르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작고한 이문구가 충청도 사투리를 탁월하게 구사한 원조 작가였다면 그 맥을 잇는 작가가 김종광이다. 입에 착착 감기는 충청도 사투리와 뻔하지 않은 입담으로 한국 소설의 한 축을 지탱해온 김종광 작가가 새로운 소설집을 출간했다. 코로나19 무렵부터 발표한 아홉 편의 소설이 수록된 '안녕의 발견'은 충청도 안녕시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어깨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종광의 신작 소설집 '안녕의 발견' 표지. [사진 = 마디북 제공] 2024.05.13 oks34@newspim.com

50대 청년회장이 10년 넘게 막내 노릇을 하고, 60대 이장이 물려줄 사람을 찾지 못해 의도치 않게 독재 권력을 누리는 안녕시의 한 마을. 욕쟁이 할머니들끼리 기 싸움을 벌이고, 주정뱅이 망나니와 양아치 때문에 동네가 쑥대밭 되고, 여의도 못지않게 치열한 정쟁이 펼쳐지는 그런 곳에서 작가는 '진짜 시골'의 모습을 담아낸다. 충청도 안녕시는 어지간한 도시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는 '힙'한 공간으로서 김종광 소설의 세계관으로 자리한다.

"여보게들, 황진이가 백 번 쓰다 버린 개짐 같은 년이 왔네. 암소집에 웬 똥물에 튀긴 꽈배기 같은 년이 들어앉았어."
김종광 소설 속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만렙 욕쟁이 할머니부터 주정뱅이 망나니에 보이스피싱 범죄단까지, 더이상 연예인이 웃고 떠들며 힐링하고 먹방하는 시골은 없다. '자연인' 운운하는 공기 좋고, 물 좋고, 조용한 자연 속 공간에서 매일 같이 아침을 맞는 시골을 연상하면 오산이다. 김종광은 그런 도시인의 환상을 산산이 깨부순다. 벌써 7권의 소설집과 10권이 넘는 장편소설을 펴내면서 농촌소설가로 자리잡았다.

김종광 소설의 세계관이 구현되는 곳은 충청도에 위치한 작은 동네 '안녕시'이다. 한때 광산업의 열풍을 타고 수많은 외지인이 몰렸던 안녕시는,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사직불금과 화력발전소 일자리에 의존해 겨우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그 빈자리를 늙어서도 늙을 수 없는 노인과 외국인들로 채운 안녕시는 늘 시끄럽다. 시끄러워도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소설가 김종광. [사진 = 마디북 제공] 2024.05.13 oks34@newspim.com

육탄전을 서슴지 않는 욕쟁이 할머니는 기본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다수가 된 지는 오래고, 그 조그만 동네에서도 머시기 당과 보시기 당으로 나뉘어 서로 못 잡아먹는 건 예삿일이다. 거기에 도시에서 배운 젊은것들이 들어와 뿌리 깊은 유교 관습을 뒤흔든다.그 와중에 작가는 말한다. 늙었지만 도시보다 다이나믹하고, 느리지만 그만큼 오래 물고 늘어지는 게 진짜 시골이라고.

충청도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상대가 말의 의중을 알아채면 다행이고, 못 알아들으면 그런대로 무시하면 된다. 그래서 김종광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 같이 겉과 속이 다르다. 이문구 작가의 소설 '암소'의 후일담 격인 '암소가 술 마신 집'에는 주인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세경을 떼였던 박선출과 그의 부인 신실 이야기가 나온다. 훗날 신실은 남편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와 옛 주인집을 매입하게 되는데, 귀향하자마자부터 욕쟁이 동네 할머니와 각을 세우며 온갖 비속어를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동네 대소사를 모두 챙기며 결국 안녕시민의 일부가 되는데, 이는 '말'이라는 껍데기보다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시골 권력 지도와 행정 집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알아야 면장을 하지'는 첨예한 갈등 앞에서도 결코 격식을 잃지 않는 안녕시 어른들의 면모를 보여준다. 듣기 싫은 상대방의 의견엔 점잖게 "멧돼지 고라니 운우지정 나누는 소리"라며 무시하고, 그 치열하던 정쟁도 밥때가 되면 칼같이 그만두는 대화합의 면모를 보인다. '토론 배우는 시간', '뭐라도 배우는 시간' 역시 충청도 사투리의 '힙'함을 잘 드러내는 소설이다. 피 터지게 싸우는 와중에도 해학과 유머를 포기할 수 없는 원조 충청도인들의 본능이 여기저기 묻어 나는 소설집, '안녕의 발견'이다.

긴 시간 동안 꾸준한 집필로 김종광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은 더욱 강화되었고, 사투리는 더욱 맛깔스럽게 진화했다. 시쳇말로 '힙'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진 우리네 감수성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가장 핫한 MZ템으로 변화했듯,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그대로의 시골을 긴 시간 끈질기게 직시한 김종광의 소설에서 우리는 새로운 '힙'함을 느끼게 된다. 마디북. 값 17000원.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원유·무기류 관세 철폐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29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UAE는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로, 우리 기업들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제유디 UAE 대외무역 특임장관이 한-UAE CEPA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 무기류 수입 관세 즉시 철폐…원유 수입 관세 3%→0% 양국 CEPA는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양국 정부 간 집중적인 협상을 거쳐 같은 해 10월 타결됐다. 정부는 협정문에 대한 법률 검토와 국문본 마련, 법제처 심사 등 정식 서명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진행해 왔다. UAE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4위 교역 상대국으로 손꼽힌다. 교역 규모는 2021년 113억달러에서 2022년 195억달러, 지난해 209억달러 등으로 매해 상승하고 있다. 우리는 주로 자동차·전자기기·합성수지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UAE로부터 원유·석유제품·천연가스 등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에너지와 원료를 주로 수입한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양국 국기를 든 삼광초등학교 어린이환영단의 환호에 인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9 photo@newspim.com CEPA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양국은 높은 수준으로 상품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시장 개방 수준은 품목수를 기준으로 한국 92.5%, UAE 91.2%다. 우리 중동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는 대부분 품목이 협정문 발효 즉시 UAE 시장 내 관세가 철폐돼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압연기·금속 주조기 등 기계류 상당수는 5년 내, 자동차·부품·가전제품 등은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세도 발효 후 최장 10년 내 철폐된다. 화물·특수차 중에서는 덤프차·적재차량 등에서 상당수 즉시 철폐를 확보해 중동의 건설시장 붐에 힘입은 수출 상승이 전망된다. 이 외 의료기기·화장품 등 공산품뿐만 아니라 우리 주요 농수산물도 관세 철폐 혜택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이로써 UAE와 아직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을 대폭 개선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CEPA를 통해 원유 수입 관세도 철폐된다. 양국은 UAE산 원유 수입 관세를 발효 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석유화학 제품의 주 원료인 나프타 수입 관세는 5년에 걸쳐 절반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원유 수입 관세는 3%에서 0%로, 나프타 수입 관세는 0.5%에서 0.25%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와 국내 물가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 온라인 게임 서비스 '최초 개방'…처음으로 국경 간 정보 이전 허용 UAE는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개방하지 않았던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한국과의 CEPA에서 최초로 개방했다. 이를 통해 중동 지역으로 게임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공급하거나 관련 업체가 직접 현지에 진출할 때 우리 기업 활동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또 우리 의료 기관의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를 허용하고, 산후조리·물리치료 서비스도 개방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이번 CEPA에서 ▲에너지·자원 ▲첨단산업 ▲순환경제 ▲시청각 서비스·공동제작 ▲스마트팜 ▲보건산업 ▲관광 ▲수송 ▲해상운송 ▲디지털경제·무역 ▲귀금속 ▲공급망 ▲경쟁 ▲바이오경제 등 신통상 의제를 포함한 14개 협력 분야를 명시했다. 특히 UAE는 다른 국가들과 기존에 체결한 CEPA와 달리 대체·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자원에 관한 협력을 포함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2024.05.29 photo@newspim.com 이에 대해 산업부는 "14개 협력 분야를 명시함으로써 양국 간 미래지향적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경제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고 풀이했다. 또 양국은 CEPA를 통해 통관과 정부 조달,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권 등 양국 간 무역 과정에서 적용되는 무역 규범을 개선했다.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물품 통관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수출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 조달 협정 비가입국인 UAE와 주요 중앙정부기관의 조달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성·비차별성 원칙이 반영되도록 했다. 디지털 무역과 관련해 UAE는 자국 최초로 국경 간 정보 이전을 허용했다. 이 규정을 통해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에서 수집한 정보를 국내로 이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지재권 보호 규범을 도입해 우리 기업의 저작권·상표 침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 정부는 이날 서명된 CEPA의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이른 시일 안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양국은 CEPA 비준과 발효를 위한 자국 내 법적 절차를 완료한 후, 이를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하게 된다. 이후 한-UAE CEPA는 서면 통보 접수일 후 두 번째 달의 첫 번째 날에 발효된다. rang@newspim.com 2024-05-29 14:04
사진
삼성전자 노조 '창사 첫 파업' 선언...다음달 7일 '단체 연차 사용'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나선다. 전삼노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일방적인 사측의 교섭 결렬을 이유로 즉각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노조가 여러 차례 문화행사를 진행했음에도 사측은 지난 28일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노동자를 무시한 사측에 있다. 이 순간부터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일한 만큼 공정하게 지급하는 것'이 가장 큰 요구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손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임금 1~2% 인상이 아니다. 일한 만큼 공정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성과금을 많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도 개선을 통해 투명하게 지급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삼성전자만의 처우개선이 아닌 삼성그룹 계열사와 협력사, 한국의 노동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를 이용해 24시간 농성을 이어간다. [사진=김정인 기자] 전삼노는 총파업까지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며 다음달 7일, 조합원 2만8400명의 단체 연차 사용을 통해 첫 파업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을 이어왔지만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기 결정과 조합원 찬반 투표 등을 거쳐 지난달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지난 28일 임금협상을 위한 8차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참여를 두고 입장차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턴을 기대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로 '노조 리스크'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측은 최근 10년 내내 위기라고 외치고 있다"며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가 핍박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kji01@newspim.com 2024-05-29 13:2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