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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① 얼굴 없어 더 치밀…"당해보지 않으면 몰라"

기사입력 : 2024년04월23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4월23일 06:00

친밀감·호감 토대로 이뤄지는 로맨스 스캠
핵심은 '신뢰'…충분한 시간 들여 관계 쌓아
범죄자들, 불쌍한 사람처럼 피해자 자처
피해자 편 들면서 그루밍하기도
준전문가 수준으로 정보 갖춰도 속수무책
비대면 환경 발전하며 남녀노소 겪을 수 있어

'로맨스 스캠'은 상대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사기 행각이다. 범죄자는 사칭 계정과 가짜 범죄 사이트를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감춰 피해자들이 대처하기 힘들다. 뉴스핌은 로맨스 스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수사·법적 제도를 소개한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송현도 기자 = 로맨스 스캠 피해자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요소는 주위의 시선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얼굴도 안 봤는데 어떻게 믿냐'며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한심한 사람'이라며 깎아내리다가도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항변했다.

이달 들 뉴스핌은 로맨스 스캠 피해자 10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세간에서 로맨스 스캠이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10명 중 1명의 피해자만 연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친구, '썸'까지 발전한 단계, 업무상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 유명인과 팬의 관계까지 피해자들은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사기범들은 그럴듯한 신분과 외모를 가장하고 접근했다. 그건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첫 걸음일 뿐이었다. 피해자들이 상대에게 돈을 건넨 이유를 이성적 호감만으로 전부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 내면에는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연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더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사기범들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상대방에게 믿음을 줬다. 피해자들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자를 믿고 돈을 내주기까지 공을 들였다. 

◆"곤란하고 불쌍한 사람" 첫 도움은 시작일 뿐이었다

이주희(가명·22) 씨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으로 만난 기찬이 '곤란하고 불쌍'해 보였다고 술회했다. 스페인으로 이민을 간 기찬은 한국으로 왔다갔다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지금은 당장 보증금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토로했다.

주희 씨의 선의는 단순하고 투명했다. 90만원을 송금해 기찬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주희 씨 역시 알게 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큰 돈을 빌려줄 생각은 없었다. 피해액이 1200만원까지 늘어날 줄 모르고 한 결정이었다.

기찬이 접속하라고 한 홈페이지는 수수료와 보증금 명목으로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주희 씨가 안절부절 못하는 와중에도 기찬은 피해자를 자처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돈이 없으면 안 되는데 걱정된다"거나, "(돈 걱정이 돼서)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 나약함이 불안한 마음을 자극해 주희 씨를 대출까지 몰고 갔다.

김형민(가명·30) 씨는 외국어 공부를 위해 연락하게 된 지연이 조금씩 마음에 들어왔다. 매일 30분 정도 연락하는 게 전부였지만 직업과 친구, 영화와 음악, 음식과 술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좋은 사람 곁에는 항상 좋은 사람이 있다'는 지연의 신조에 형민 씨도 차차 공감하게 됐다. 

지연은 돈을 불리는 데 관심도 많아 환차익과 가상화폐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지연의 소개로 들어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재무 인증 통과가 되지 않는다고 난감해했을 때도 14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거래소는 자금이 동결됐다며 형민 씨의 돈을 하마처럼 먹어치웠다. 지연은 형민 씨가 걱정된다며 며칠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돈을 빌려주기 위해 지연이 아버지와 싸웠다는 얘기도 전해들었다.

형민 씨는 지연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다. 1억원이 넘은 손해를 본 이후에야 그녀도 공범일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피해자들, 준전문가 자처했는데…날고 뛰는 사기범

사기범들은 피해자들이 알기 어려운 전문적인 신분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의사나 변호사, 군인 등이 대표적이다. 때로는 석유 시추 엔지니어나 보석 감정사 등 사실 확인이 어려운 직업을 가장한다.

피해자들 역시 신분 확인이 어려운 데다 돈까지 오고가는 만큼 상대를 재차 의심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거나 영상통화를 했다. 신원을 보증하기 위해 신분증과 사업허가서를 올리기까지 했다. 

피해자들은 사기범이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어 기망당했다고 전했다. 피해자 성동민(가명·55) 씨는 단타매매 기법을 활용해 하루에도 50번씩 주식 거래를 한다. 최근에는 어떤 종목에서도 손실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실력에 자신이 있다.

그럼에도 로맨스 스캠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기범은 동민 씨와 충분히 친해진 후, 미국의 증권거래소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종목 하나를 소개해 줬다. 한국 주식시장은 세력이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한 동민 씨였기에 미국 시장 얘기에 믿음이 갔다. 

동민 씨는 "(사기범이) 주식종목을 보여주면서 다음날 아침에 600% 오를 것을 자신했다"며 "실제로 차트 패턴을 분석해 보니 그 모양이 나왔다. (돈을) 충분히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정 인물을 감쪽같이 가장하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 전기를 여러 번 정독한 한예나(가명·38) 씨는 가짜 일론의 얘기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가짜 일론은 집요하고 끈질긴 성정, 오타를 싫어하는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다. 

한참 물려있었던 테슬라 주식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면서 예나 씨는 가짜 일론과 가까워졌다. 가짜 일론은 딥페이크와 딥보이스까지 이용해 범죄를 시도했다. 계정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 않았냐는 질문에 "4년 된 계정이었고, 사기였으면 당연히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일론은 비밀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고도 들어 (더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화하는 비대면 환경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에 누구나 걸려들 수 있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피해 조서 수십 건을 분석해봤더니 연령과 성별에 구분이 없다"며 "특정 사람들이 주로 걸릴 거라는 편견과 달리 의사나 교수, 경찰관이나 판사까지도 걸린다"고 했다. 

hello@newspim.com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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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항고심 결정 초읽기…정부 의료개혁 분수령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법원이 16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16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 배상원·최다은 고법판사)는 전공의와 교수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론을 16일 또는 17일 내릴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에 따라 2025학년 2000명 의대 증원 정책 추진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05.13 yooksa@newspim.com 이번 항고심의 쟁점은 '원고 적격성'이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적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며 항고심을 제기한 의대생은 정부 정책에 다툴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반면 2심은 '원고 적격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법원은 정부에 5월 중순까지 대학별 모집인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며 정부가 결정한 2025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의 요청에 따라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한 근거 자료 47개와 2개 참고 자료를 냈다. 의대 증원을 논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보정심)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했다. 반면 의료현안협의체와 의대정원배정위원회는 보정심과 의사인력전문위원회와 달리 '법정 협의체'가 아니라 회의록 기록 의무가 없다. 정부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문서와 관련 보도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법원은 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2025학년도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객관성과 절차적 정당성 여부 등을 검토한다. 정부의 바람대로 법원이 각하 혹은 기각(원고의 소에 의한 청구나 상소인의 상소에 의한 불복신청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배척하는 판결) 결정을 내리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객관성을 인정받아 예정대로 추진된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다면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 재항고, 본안소송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재항고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 공시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입시 일정 또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법원의 결론에 따른 의료계의 복귀 여부도 주목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5일 법원이 의대 정원 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진료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인용 결정)이 않기를 희망하고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판결을 신속히 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4-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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