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ANDA 칼럼] 평양 '3대헌장기념탑' 붕락에 헛헛할 그들에게

기사입력 : 2024년01월17일 09:10

최종수정 : 2024년01월17일 09:10

김정은 "꼴불견 탑 철거해버리라"
김일성의 '통일 유훈' 없애는 꼴
北 주체사상에 포로된 이들에겐
미몽에서 벗어날 마지막 탈출구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 평양으로 들어가는 관문 격인 통일거리에는 압도적 사이즈를 자랑하는 대형 조형물 하나가 버티고 서있다.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으로 이름 붙여진 화강암 구조물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말이 탑이지 실제로는 통일 관련 3대헌장을 양손으로 받쳐 든 한복차림의 두 여인을 형상화한 아치형 구조물이다.

높이 30m에 너비는 6.15공동선언을 상징하는 61.5m다. 무게가 60kg에 이르는 잘 다듬어진 화강석 2560개를 붙여 만들었다니 북한 당국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그제 놀라운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있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해 버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공화국의 민족역사에서 통일・화해・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른바 조국통일 3대헌장을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김일성 집권 시기에 이뤄진 △7.4 남북공동성명(1972년)의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 △ 노동당 6차 대회(1980년 10월)에서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1993년 4월)에서 내놓은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이 그것이다.

1994년 7월 심근경색으로 급사한 김일성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북한은 김일성이 마지막으로 본 문건이 정상회담에서 다룰 통일방안이었다고 선전하면서 아들 김정일이 이른바 '통일 유훈'을 받들었다고 주장해왔다.

이걸 응축시킨 3대헌장기념탑을 파괴한다는 건 할아버지이자 선대(先代) 수령인 김일성의 레거시(legacy)를 없앤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정은이 '꼴불견'이란 굴레까지 씌웠으니 3대헌장기념탑은 창졸간에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아마도 질서 있는 해체 과정을 밟기보다는 폭파나 붕괴 방식으로 금명간에 명운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탑 주변을 성역화하다시피 하면서 애지중지 받들어온 엘리트와 주민들은 엄청난 혼돈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최고지도자와 노동당의 말 한마디에 순치된 사람들이라 해도 "이건 좀 아닌데..."하는 생각이 꿈틀거릴 수 있다.

노동당과 군부의 원로 가운데는 브레이크 풀린 폭주기관차 같은 김정은의 정신 감정을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차는 이가 있을 법하다.

남쪽에도 걱정되는 이들이 있다. 우리의 통일방안이나 정책보다는 북한의 주장에 더 끌리고, 사사건건 북녘을 향한 일편단심에 핏대를 세우는 데 일생을 바쳐온 일부 사람들이다.

그들 가운데 적지 않은 구성원이 바로 문제의 3대헌장기념탑 준공식 현장에 있었다.

평양 통일거리에 세워진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사진=뉴스핌 자료사진] 2024.01.17

6.15공동선언 이듬해인 2001년 평양에서 열린 8.15통일대축전에 참가했던 남측 방북단 가운데 일부는 우리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기어이 이 곳을 찾았다.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며 서약서까지 쓰고 조건부 방북을 했지만 북한의 부추김에 놀아났다. 어느 교수는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찾아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운운하는 글을 남겨 파문이 일었다.

결국 당시 통일부 장관 임동원은 그 책임으로 사실상 탄핵(국회 해임건의안 통과) 당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새해 벽두부터 거침없는 김정은의 반역사적・반민족적 발언이나 3대헌장기념탑 철거 조치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핵과 미사일을 맹신하는 과대망상에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열패감은 불혹을 맞은 김정은을 마구 흔들어 버렸다. 남북관계의 단절 운운하면서 화풀이에 나선 건 좌절과 울분의 격한 표출이다.

그가 결정적 시기에 전술적 패착을 둔 독재자들의 전철을 밟거나 도발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갖게 된다.

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 김정은의 커밍아웃으로 모든 게 명명백백해졌고, 판문점과 백두산에서 그가 보인 웃음 뒤에 가려졌던 본색이 드러났으니 말이다.

맹목적으로 북한 감싸기에 나섰던 이들에게도 김정은의 독설은 매우 쓰지만 좋은 약이 될법하다.

청춘시절 군사 독재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불만이나 반발 때문에 북녘의 주체사상이나 반제·자주 슬로건에 끌렸던, 그래서 평생 그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념의 포로가 된 이들에게 마지막 탈출의 기회를 던졌다는 점에서다.

1980~90년대 '범민련'의 말 한마디에 분기탱천해 "가자 북으로"를 외치며 판문점을 향하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통일 투쟁'을 벌였던 경험이 있다면, 그리고 아직도 그 미몽에서 깨지 못했다면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등을 하루 아침에 없앤 북한의 결정 배경을 곱씹어 보기 바란다.

일생의 짝사랑이 비극적 종말을 고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헛헛한 마음을 추스리기 쉽지 않을듯 하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선전·선동에 한미 합동 군사연습을 반대하고, 미군 철수를 외치며 북한식 자립경제에 찬사를 보냈다면 "우리민족끼리, 평화통일 등의 상징으로 비쳐질 수있는 과거시대의 잔여물들을 처리해 버리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는 서슬퍼런 교시가 담긴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연설 전문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평양방송의 주파수에 귀를 기울이며 난수(亂數) 해독에  충혈된 눈을 부볐을 '27호 탐사대원'에게도 갑작스런 대남지령 정파(停波)와 관련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늘 尹대통령·이재명 첫 영수회담...협치 물꼬 트이나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정부 출범 2년 만에 첫 영수회담을 진행한다. 민생회복지원금,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의대 증원, 연금개혁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 대표의 모두발언 수위와 독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회 형식의 영수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이 대표 순으로 공개 모두발언을 한 뒤 비공개로 전환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개최한다. [사진=뉴스핌DB] 민주당 측에선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이,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한다. 비공개 회담 이후 양측이 각각 결과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22대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협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여소야대 속에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윤 대통령에겐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난 2년과 같이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할 경우 레임덕의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양측은 회담 의제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으나 민생회복지원금·채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의대 증원·연금개혁 등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범야권을 중심으로 요구가 거센 '국정기조 전환'도 언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부분의 현안들에 여야 이견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 내용·수위에도 이목이 쏠린다. 합의문 도출 가능성이 낮은 만큼 '총선 민의를 전달하는' 모두발언 메시지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 주말 동안 외부일정을 최소화하고 발언문 작성 등 회담 준비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독대 및 영수회담 정례화 여부도 주목된다. 첫 만남에 모든 현안을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주기적으로 만나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hong90@newspim.com 2024-04-29 06:00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