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취임 1년 맞아
하 대표 SK스퀘어 CIO 겸직하며 등판
오픈마켓 '월간 흑자' 성과냈지만
11번가 결국 매각 불발 위기로
최근 이커머스 업계의 화두는 '11번가의 향방'이다. 기업공개(IPO)와 매각 모두 불발된 상황에서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최종 결단'만이 남았다. 오픈마켓 전성기를 주름잡았던 11번가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안정은 11번가 대표가 내달 1일 취임 1년을 맞는다. 그의 취임은 첫 여성 대표, 비(非) SK그룹 출신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하지만 재임 기간 상장과 매각이 모두 불발되면서 11번가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마지막 카드'가 되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대표는 작년 6월 기존에 있던 하형일 11번가 대표가 SK스퀘어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겸직하게 되면서 그해 12월 1일 하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에 올랐다. 하 대표가 기업가치 증대, 안 대표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안정은 11번가 사장. [사진=11번가] |
하 대표가 SK스퀘어에서 11번가 외에도 SK쉴더스, 원스토어, 티맵모빌리티 등의 기업가치 제고를 도맡아야 하는 만큼 상장과 매각 갈림길에 선 11번가를 전담할 인물로 안 대표를 낙점한 것이다.
안 대표는 첫 여성 대표이면서 비(非) SK그룹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하형일 대표와 전임인 이상호 대표 모두 SK텔레콤 출신이다.
그는 야후코리아와 네이버, 쿠팡 등을 거쳐 2018년 신설법인 출범 시기에 11번가에 합류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동영상 리뷰 서비스 '꾹꾹' 등 11번가의 핵심 서비스를 담당했다.
작년 초 최고운영책임자(COO) 취임 후에는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 등 신규 서비스 기획에 참여했다.
이커머스 기획 전문가인 그는 상장과 매각 기로에 선 11번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1년간 특정 품목에 특화된 버티컬 서비스를 강화하고 수익성 개선에 고삐를 좼다.
안 대표는 취임 이후 올 한해 ▲신선식품(신선밥상) ▲명품(우아럭스) ▲중고·리퍼(리퍼블리)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우아픽) ▲키즈 전문관(키즈키즈) 등 총 5개의 버티컬 서비스를 내놨다.
버티컬 서비스는 SSG닷컴, 롯데온 등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실제로 11번가가 버티컬 사업을 강화한 이후 올해 6월 모바일앱 방문자 수(MAU)는 1월 대비 약 101만명 증가한 월 1397만명을 기록했고, 오픈마켓 사업은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11번가의 사업구조는 크게 오픈마켓 사업과 직매입으로 나뉘는데, 슈팅배송 등 익일배송 서비스로 직매입 사업을 강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이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으로부터 나온다.
'11번가는 아직 늦지 않았다'던 안 대표는 오픈마켓 사업의 흑자달성을 기반으로 직매입 사업 수익성도 개선해 2025년 11번가 전체 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상장에 이어 매각까지 불발되면서 안 대표의 포부는 물론 11번가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SK스퀘어는 큐텐과 매각 협상이 불발된 이후 재무적 투자자(FI)에 11번가 지분을 넘기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안 대표가 11번가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