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집회에 시내 도로 곳곳 정체 이어져
"집회 주최측이 보다 성숙한 집회 문화 만들어야"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주말인 지난 11일 양대노총 조합원 11만명(주최 측 추산)이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면서 집회장소 일대가 불법 부착물과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집회 당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대문구에서 전국노동자대회 및 민중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노조원 5만여 명은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연신 구호를 외쳤고, 무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투쟁가에 맞춰 다 같이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시내 도로가 다수 통제되며 교통 정체도 발생했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도심에서 차량이 낼 수 있는 평균속도는 10㎞/h 안팎이었다.
버스로 서대문 일대를 지나던 시민들은 "20분이면 갈 거리를 2배, 3배 더 걸려서 간다"며 기사에게 요청해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도중하차하기도 했다. 소음으로 인해 귀를 막고 서둘러 지나가거나 "몇 시간째 뭐 하는 짓거리들이냐"며 노조원과 언쟁을 벌이는 시민도 보였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 11일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행진이 끝난 뒤 도로에 앉아 음주와 취식을 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 오른쪽 사진은 14일 오전 서대문구 버스정류장에 붙은 촛불행동 포스터들. 2023.11.14 allpass@newspim.com |
골목에서는 단체로 흡연을 하고 침을 뱉거나 바닥에 꽁초를 버리는 이들도 목격됐다. 행진이 끝난 직후 용산 도로에 주저앉아 고량주와 음식을 나눠먹는 등 무질서한 모습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촛불행동에서 붙인 포스터들은 14일 오전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다.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에는 '윤석열 탄핵 촛불대행진'이라고 적힌 포스터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이 중 일부는 뜯겨져 접착제 자국이 남아있었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집회 장소를 청소하던 서대문구청 소속 환경 공무직 관계자는 "이번에 워낙 집회 인원이 많았어서 한번에 (포스터들을) 다 치우긴 힘들 것 같다"며 "이렇게 대규모 집회를 하고 나면 담배꽁초나 종이컵, 생수병, 마스크, 전단지, 피켓 등 상당한 양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2023.11.14 allpass@newspim.com |
전문가들은 주최 측이 보다 성숙한 집회 문화를 만들고, 필요시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시민의 권리가 저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는 법상 요구되는 사전 신고뿐만 아니라 실제 진행 과정 전체가 타인에 대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집단 전체가 아닌 개개인의 일탈행위 때문에 경찰에서 해산 명령을 할 순 없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먼저 자성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한다면 시민들도 이들의 주장이나 요구 사항을 이해하지 못한 채 눈살만 찌푸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며 "불법 부착물을 붙였을 땐 주최 측에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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