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 직전 거래가 대비 최대 10% 하락
공사비·금리 부담에 분담금만 수억원...수익성 부담 커져
20·30 매수 비중 40%...급매물 증가에 추가 하락 '근심'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30대 이하 청년층의 매수세가 강했던 서울 노원구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성 악화와 관망세 확산에 집값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원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중소형 면적이 커 상대적으로 매수 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학교, 학원 등 교육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있지만 투자금 부담이 작다 보니 '20·30세대'의 매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수억원대 재건축 분담금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달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중단되면서 매수세가 둔화한 상태다. 급매물이 소진되지 않자 실거래가 하락하고 있다. 수억원대 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했던 '영끌족'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노원구 상계주공 일대, 직전 거래가 대비 최대 7천만원 빠져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재건축 밀집 지역인 노원구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하락 전환하고 있다.
상계주공6단지(2646가구) 전용 58㎡는 지난달 6억9700만원에서 이달에는 7000만원 하락한 6억27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단지는 주택경기 호황기인 2021년 최고가가 9억4000만원으로 치솟았다.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며 작년에는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 7억원 목전까지 반등했으나 다시 하락 반전한 것이다.
서울 노원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수익성 악화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에 집값 약세로 돌아섰다.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의 모습. [사진=이형석 기자] |
상계주공5단지(840가구) 전용 37㎡는 이달 5억 500만원에 실거래돼 지난달 대비 1000만원 하락했다. 연초 대비(5억4500만원) 대비로는 4000만원 빠진 금액이다. 이 단지도 2021년 기록한 8억원을 최고가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초 최저가 대비 약 5000만원 회복했으나 다시 하락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상계주공7단지(2634가구, 전용 82㎡)와 중계그린(3481가구, 전용 56㎡) 등도 이달 실거래가가 직전 거래가 대비 3000만~6000만원 하락한 상태다.
노원구 일대 재건축의 조합원 분담금이 4억~5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투자심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이 추진 중인 상계주공5단지 조합은 내부적으로 전용 37㎡ 소유주가 국민평형(전용 84㎡)을 받으려면 조합원 분담금으로 5억원 정도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집값 수준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일반분양이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공사비와 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노원구 상계주공 대부분이 소형 면적으로 이뤄져 가구당 대지지분이 낮아 재건축 이후 분담금이 대부분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민평형 집값이 10억원이 넘어야 수익성이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신규 투자의 매력도를 낮아지고 있다.
◆ 20·30 매수 비중 최대...급매물 증가에 집값 추가 하락 '근심'
이 지역에서 큰 손으로 자리한 20·30세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매물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가격 급락이 물론 주변 지역인 도봉구, 강북구 등으로 확산할 여지도 있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의 세대별 매수 비중을 보면 노원구는 전체 거래 320건 중 40.0%(127건)가 30대 이하가 사들였다. 서울지역에서 20·30 세대 평균 비중은 30% 안팎이다. 재건축에 대한 개발호재가 존재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투자금 부담이 작은 게 주요 이유다.
지난달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중단된 것도 매수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매매 신고된 6억∼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전체의 6.6%로 집계됐다. 이는 특례보금자리론 전면 공급이 시행된 올해 1월 30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이 가격대 거래 비중이 11.0%였던 것과 비교해 4.4%p(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1월 30일부터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 없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3년 내 매도 조건)에게 최장 50년,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의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
하지만 집값이 반등하고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지난달 27일부터 6억∼9억원 이하 '일반형' 대출은 중단하고, 6억원 이하 '우대형' 대출만 내년 1월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6억~9억원대 매물이 대거 포진된 노원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리얼&인베스트먼트 민수진 센터장은 "재건축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된 데다 집값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노원구 아파트의 투자 수요가 감소세에 들어갔다"며 "급매물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경우 이 지역뿐 아니라 주변 도봉구, 강북구 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